Travel Log/Asia

동남아 여행: 베트남 하노이

Dulcet. 2023. 11. 29. 05:34

 

 

 

 

공항에서 산 샌드위치로 저녁을 해결하고 하노이에 내렸더니 벌써 밤이었다. 

시내로 한방에 가는 버스가 있었는데 시간이 늦어서 끝났을까봐 엄청 걱정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따로 비자를 기다릴 필요가 없어서 후다닥 입국 심사를 통과하고 나왓다. 

심카드도 후딱 산 뒤 버스를 타러 나왔다. 

공항 앞에 엄청난 수의 택시가 영업을 하려고 나와있다. 

택시 엄청 싸~ 버스 이제 없어~ 등등 온갖 말로 사람을 꼬셨다. 

 

듣지말고 버스 정류장으로 직진한다. 

다행히 막차인듯한 버스가 아직 남아있었고 돈을 낸 다음 티켓을 받았다. 

버스에 들어갔는데 외국인 아저씨 한명만 앉아있었다. 

한 10분 정도 더 기다렸는데 우리 셋빼고 아무도 타지를 않아서 좀 걱정스러웠다. 

이거 .. 우리만 모아서 어디로 대려가는건 아니겠지.. 하고 쓸데없는 생각을 좀 했는데 

제대로 시내에 도착했다. GPS 켜놓고 어디로 가는지 계속 확인했다. 

 

엄마는 내일 아침 도착이라 첫날밤은 우리끼리 호스텔에서 자고 내일부터 호텔로 체크인을 하는 일정이었다. 

버스 정류장 앞에서 바로 내리면 딱이다 했는데 갑자기 버스기사가 가다말고 길에서 내리라고 했다. 

여기가 어딘디요? 

 

안되는 영어로 계속 여기가 맞다고 하는데 GPS는 원래 내리는 정류장과 매우 먼 거리였다. 

한 10분은 더 가야될거같은데..? 하면서 구글맵을 보여주자

계속 내리라면서 차를 아예 세우고 문을 연채로 버팅겼다. 

됐다. 그냥 내리고 말지. 하고 내렸는데 여기서 내리면 안됐었다. 후..

걷도 걷도 걸어서 호스텔에 도착했고 엄청 실망했다. 

와 이거는 거의 라오스 급이군. 너무너무 추운데 이불은 없고

다 쓰러져가는 화장실 하나를 8명 정도가 같이 써야했다. 사진보고 했는데 사진이 정말 사기급이었다. 

다른 곳을 찾아야하나 고민하는데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었고

내일 아침에 바로 나가자, 하고 그냥 하룻밤을 버텼다. 

 

 

 

 

 

 

 

태국이랑은 정 반대인 날씨였다. 

너무 추워서 덜덜 떨다가 챙겨온 옷을 전부 껴입었으나 전혀 충분하지 않았다. 

아니 왜 여기만 한국 날씨냐. 여지껏 반팔 하나로 더워서 헉헉대다가

여기서 덜덜 떨어서 그런가 둘다 아파서 끙끙거렸다. 

 

다음날 아침. 어억. 몸이.. 맛탱이가 갔다. 

온몸이 아프고 목이 칼칼. 콧물로 죽죽 나왔다. 감기군. 

다른 침대에 잇던 동생이 살아잇는지 확인을 하고 먼저 먼저 로비로 내려갔다. 

말이 로비지 그냥 계단 + 복도 구석에 테이블을 놓은 곳이었다. 

구석이고 나발이고 따뜻한 차를 마셔야겠다. 

시설이 워낙 안좋다보니 음식은 기대를 1도 안했는데 호스텔 주인? 어머님께서 와플을 구워주고 계셨다. 

 

- 유 원트 와플? 

- 예쓰! 

 

 

 

 

 

 

 

 

아무것도 없는 플레인 와플이었는데 연유 잔뜩 뿌려서 달달한 차랑 먹으니 좋았다. 

 

 

 

 

 

 

 

 

와플 말고도 바나나랑 요거트도 먹을 수 있게 테이블에 올려져 있었다. 

커피랑 차는 셀프. 나는 차에 연유를 잔뜩 타서 밀크티로 마셨다. 

열심히 와플을 먹고 있는데 어머님이 다시 오시더니, 이거 먹을래? 하면서 뭘 주셨다. 

 

 

 

 

 

 

 

 

열여봤더니 옥수수 밥이었다. 어 나 이거 블로그에서 봤었어! 

마침 와플 한장으로는 배가 차지 않아서 딱이겠다! 했는데 마침 동생이 내려왔다. 

언니 나 죽을거 같아. 

 

 

 

 

 

 

동생한테도 따뜻한 차를 한잔 주고 와플도 하나 부탁드렸다. 

바나나에 연유에 초코시럽을 잔뜩 뿌리더니 바나나와플을 만들어서 후딱 먹어치웠다. 

아침을 잘 먹었으니 짐을 챙겨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엄마를 대리러 공항에 가기전에 미리 호텔에 체크인해두고 공항으로 향했다. 

 

우리는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는데 엄마 비행기는 딜레이가 됐다. 

흠 그동안 뭐하면서 시간을 보내지 했는데 동생이 옆에 있던 파파이스 치킨을 사먹자고 했다. 

- 미국음식 먹자. 치킨이랑 비스킷. 

- 아침을 그렇게 먹었는데..? 

- 그럼 하나만 먹자

- 콜

 

 

 

 

 

 

 

왜냐면 치킨은 맛있고 파파이스 스파이시는 맛있으니까. 

막상 주문을 하려고 보니 콤보메뉴가 우리를 유혹해서 콤보로 시켰다. ㅎㅎ.. 

그렇게 정신없이 먹고 한참을 기다리는데 엄마가 나올 생각을 안했다. 

 

 

 

 

 

 

 

 

아니 한국 사람들 다 나오는데 왜 안나오지? 하면서 기다리는데

갑자기 뒤에서 "얘들아 여기서 뭐하니" 라는 소리가 들려 돌아봤다. 

 

 

 

 

엄마가 뒤에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서있었다. 

우리는 A2에서 기다렸는데 엄마는 A1에서 나왔단다. 

어 이상하다 아까 확인했을 때는 분명 A2였는데 딜레이가 되면서 바꼈나..? 

뭐 어찌됐던 웰컴 투 하노이! 

 

이렇게 셋이서 여행하는거는 대만 이후 처음이었다. 짐도 있고 엄마는 쉬어야 하니 바로 호텔로 갔다. 

길바닥이 워낙 울퉁불퉁해서 엄마 캐리어를 끌고 가던 동생이 그냥 머리 위로 들고 가기 시작했다. 

엄마랑 나는 웃겨 죽겠다고 깔깔거리면서 웃는데

동생은 정색하면서 이게 훨씬 편하다고 호텔까지 열심히 걸어갔다. 

동생은 호텔에 다시 가자마자 "그래 사람이 이런 곳에서 자야지!" 라고 했다. 

 

 

 

 

 

 

 

 

내가 체크인을 하는 동안 엄마랑 동생은 웰컴드링크와 호스텔에서 챙겨준 태국 호스텔에서 챙겨준 파인애플 과자를 먹었다.

태국에서 과자를 먹자마자 우리 둘다, 와 이거 엄마가 완전 좋아할 맛이야!라고 외쳤는데

호스텔에서 더 챙겨주자 일부러 안먹고 엄마 주려고 베트남에 들고왔다. 

역시 엄마도 먹자마자 이거 완전 맛있다 하면서 따뜻한 웰컴 드링크와 함께 간식을 즐겼다. 

 

 

 

 

 

 

 

 

우리방은 3층이었는데 3인실을 햇는데 침대는 2개였다. 

아니 예약할 때 분명이 3인실 침대 3개로 했는데 뭐지, 하고 물어봤더니 방이 없단다. 뭐 어쩌자는거죠. 

그래도 새로 지은 곳이라 깨끗해서 좋았다. 

여행 초기였다면 방을 바꿔주거나 예약 취소하고 다른데로 갈게요 이랬을텐데 이제는 너무 지쳐서 그냥 쉬기로 했다. 

 

 

 

 

 

 

 

 

대충 짐정리를 해두고 너무 추워서 옷을 사러 나갔다. 

 

 

 

 

 

 

 

 

시내로 나가는데 보인 멋진 호수. 나름 핫한 곳인가? 다같이 사진을 찍고 너무 추워서 후다닥 알아둔 옷가게로 갔다. 

열심히 뒤져 마음에 드는 걸 찾았는데 딱 하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걸 사야하나 했는데 정말 이거말고는 다 별로라 어찌하지 하는 도중에

엄마가 그냥 우선 저거라도 하나 사고 다른데로 가자 라고 해서 하나만 사게됐다. 문제는 누가 입을 것인가. 

 

옷은 두겹이라 나는 당연히 동생 하나 나 하나 입으면 되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동생은 자기 혼자 다 입을 생각이었다. 내가 한겹 나 줘 했더니 자기 추워서 어쩌구저쩌구 추워서 안된단다.

 

 

 

 

 

 

 

..? 나는 지금 0 겹이거든? 순간 어이가 없어서 그냥 쳐다봤다니

옆에서 엄마가 "언니 얼어죽겠다 하나 줘!"라고 하자 그제서야 꿍얼거리면서 하나를 줬다. 

와 진짜 배신감 진짜 .. 장난 아니다. 어렸을 때 같으면 쌈났다.

입고있던걸 다 달라고 한것도 아니고 2개 중에 하나 달라는데 그게 그렇게 싫었냐. 내가 애를 잘못키웠어. 

 

배신감에 부들부들 열받아서 떨고 있는데 동생이 넝담~이라면서 넘기려고 했다. 

제대로 삐져서 같이 걸어가고 싶지도 않앗다. 야 너 멀리 떨어져서 가라. 꼴도 보기 싫다. 

지 배아프다고 쌩쑈해서 내가 구걸해서 맥인 약이 몇개인데.. 하참놰.. 나 진짜 상처받음.

 

 

 

 

 

 

 

 

터벅터벅 저녁을 먹으러 걸어가는 내내 나는 아주 제대로 삐져서 얼굴도 쳐다보고 싶지 않았고 (진심 빡침)

동생은 아무렇지 않은 척 이런저런 말을 하고 엄마는 그냥 피곤해보였다.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하니 미리 찾아둔 월남국수 집에 왔다. 이야~ 베트남 오리지널 쌀국수. 

나름 유명한 집이라고 했는데 우리는 살짝 이른시간에 가서 웨이팅없이 들어 갈 수 있었다. 

 

 

 

 

 

 

 

 

메뉴를 골랐는데 자꾸 안된다고 해서 한두번 바꿔 간신히 주문했다. 

중국에서는 아침에 요우티아오를 찍어먹는데 여기는 신기하게 월남국수에 넣어먹는다. 

요우티아오는 중국에서 아침으로 자주먹은 튀긴 빵. 

 

 

 

 

 

 

 

 

테이블에 라임이 산더미라서 좋았다. 고추는 끝에 쯤 하나 넣어봣는데도 얼얼한 맛이 확 올라왔다. 

정말 매운 고추인가보다. 처음부터 안넣길 잘했어. 

 

 

 

 

 

 

 

 

깔끔한 맛이었다. 미국에서 먹는 미국식 월남국수랑은 다른 맛. 

 

 

 

 

 

 

 

 

시켜본 빵은 나쁘지 않았는데 양이 정말 많다... 못먹는다고 아쉬울 맛도 아니었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경험해보는 맛.쌀쌀했는데 뜨거운 국물을 먹었더니 노곤노곤하게 몸이 풀려서 좋았다. 

잘 먹고 호텔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는데 동생이 옆으로 와서 누우려고 했다. 

 

 

 

 

 

 

- 뭐야. 

 

 

 

 

- 헤헤

- 야 너 엄마랑 자  

 

 

나는 화가 안풀렸다. 화가 났다기 보다는 너무 실망하고 삐져서 꽁해있는거지만.

이런 기분으로 옆에서 같이 자고 싶지 않았다. 

엄마는 파하하 웃으면서 "그래 오늘은 엄마랑 자자" 하고 동생보고 오라고 했고 

동생은 처음에 아 언니랑 잘거야! 라고 버텼다. 이제와서 왜 이러는지 모르겠음.

 

 

 

 

 

빡친 내가 조곤조곤 "야 꺼져" 라는걸 보고는 옆으로 넘어갔다. 

다음날 아침에 엄마가 일어나셔서는 동생이 눈을 뜨자마자 "얘 너 오늘은 언니랑 자"라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