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일하고 있는데 연락이 왔다.
- 발리 출장 있는데.. 유 원트?
- 아니 지금 그걸 지금 질문이라고. 예스. 무조건 예스.
신이나서 수영복 먼저 챙겼다. 꿈인가?
소식을 들은 엄마가 "나도 발리 못가봤는데"라는 카톡을 던지셔서
티켓값+마일리지를 탈탈 털어 둘이서 갔다 오기로 했다.
호텔은 나랑 같이 쓰면 되니 숙소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미리 연락해서 허락만 받으면 됐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가족들이랑 같이 간다고 해서 걱정 없이 엄마 티켓을 질렀다.
나 일할 때 엄마는 나가서 쉬면 되지 뭐~ 이거슨 착각이었다. 그것도 빅 착각.
내 몽골 출장을 보신 분이라면 촉이 오셨겠지만
이놈의 출장은 정말 빡빡한 스케쥴을 소화해야하고 일하는 동안은 뭐 하는 것도 없이 그냥 일만한다.
호텔에 쳐박아놓고 일만 시킴. 그랬다. 일만 했다.
발리라고 해서 해변, 선셋, 칵테일을 기대하실까봐 제목에 출장을 넣었다.
남들 신혼여행으로 가는 발리에 출장가서 바다도 한 번 못 보고 온 사람. 저요.
발리 출장이 잡힌 이후에 또 다른 출장이 잡혔는데 스케쥴이 겹쳐버렸다.
발리처럼 선택권이 있는 일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비행기 시간만 조정해서
첫번째 스케쥴이 끝나자마자 비행기 타고 돌아와 인천공항에서 엄마랑 만나
다시 체크인하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발리로 가는 미친 스케쥴을 잡게 되었다.
이것이 한국의 아이돌들이 월드투어할 때 느끼는 살인적인 스케쥴인가? 나 벌써 피곤함.
저 말도 안되는 스케쥴이 잡히자마자 마일리지를 끌어모아 업그레이드를 시켰다.
내 티켓은 이미 회사에서 사주는거라 초이스가 없었는데 다행이 업그레이드 가능한 티켓이라 바로 질렀다.
이코노미로 저 스케쥴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한건데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
엄마 것도 맞춰서 비지니스로 바꾸고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출발.
발리 비행 맞춰야되서 아침 일찍부터 공항으로 갔다.
첫번째 출장이 끝나고 비행기를 타고 인천으로 출발했다.
여기도 비지니스인데 아시아 쪽은 다 고속버스 스타일 비지니스라 아쉬웠다.
스위트를 타야하는데. 대한항공 비지니스는 오랜만이라 밥을 기대하고 있는데 방송에 아이돌들이 나왔다.
여기서 뭐하세요. 왜 여기서 춤추고 계세요.
꽤 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safety 방송을 봤지만 아이돌들이 나와서 춤추고 있는건 처음이었다.
요새는 AI 던데... 이것도 이상해보임.. 막 신기한데 그냥 그래. 힙하고 싶어서 너무 심하게 노력하는게 더 어색한 느낌.
처음에는 충격이었고 그 이후로는 손이 오그라들었다.
- 빵드실래요 밥드실래요.
- 밥이요. (답은 정해져있다)
과일 후식까지 먹고 나니 골골 잠이 와서 졸다보니 내릴 시간이라고 컵을 바꿔 주셨다.
미국 항공사 같으면 이제 치워야되는데 원샷때리실래요? 가져가야되요 했을텐데 친절함은 진짜 한국 국적기가 갑이다.
얼마전에 에어 프랑스를 탔는데 거기 승무원분들도 겁내 친절하셨다.
언니 발음이 너무 신기해서 들이댄다고 아는 프랑스어로 (아는 단어가 몇 개 안됌)
메씨 부꾸~ 하다가 갑자기 프랑스어 과외를 받았다.
쟤네 R 발음은 왜 이렇게 탁한 것인가.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빨리 환승을 하고 엄마를 찾았다.
공항 간다는 연락까지 하고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으니 내리자마자 인터넷에 연결해서 보안검색을 통과했는지 물어봤다.
이제 들어가려고 한다길래 바로 문 앞에 서서 대기 하고 있다 엄마와 만날 수 있었다.
다행히 헤매지 않고 바로 만나서 스트레스 안받고 라운지로 갔다.
방금 밥 한그릇 먹어서 배 안고픈데 공항에서 할 것도 없으니
라운지 들어가서 앉아만 있어야하지 하고는 눈에 음식이 보이자마자 가서 슬금슬금 집어왔다.
배는 안고픈데 그냥 먹고는 싶어. 큰일이다. 식탐은 왜이리 이기기 어려운 것인가. 잠도..
기다리다 보니 보딩 시간이 왔다. 줄을 보는데.. 신혼부부 왜 이렇게 많아요?
엄마랑 나도 손을 잡고 착착 걸어갔다. 우리 자리를 찾아 가서 앉았는데 앞뒤옆으로 다 신혼부부였다.
발리는 그저 일하러 가는 곳 아닌가요? 눈물이..
근데 인도네시아까지 가는데 비행기가 또 고속버스 기종이었다. 스위트 좀 타자..
타고 얼마 안있다가 (또 다시) 밥 때가 되었다.
지금 밥을 몇번을 먹는거지.
관자 애피타이저.
스테이크는 미디엄을 시켰는데 엄마 거는 잘 맞춰 나왔고 나는 칼이 들어가다 안썰리기 시작해서 뭐야 하고 봤더니 속이 벌겠다.
조금 더 익혀주세요 하고 부탁 드리고 기다리는데 그 사이에 엄마는 식사를 마치셨고
나도 처음에 먹은 애피타이저와 그 전에 먹은 기내식 + 라운지 음식이 소화되면서
입맛이 떨어져 아쉽지만 그냥 안먹기로 하고 식사를 마무리했다.
더 익혀주신다고 갖고 가셔서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는데 다시 안주셔도 된다고 했더니
얼마 안있다가 담당 승무원님이 아니고 그 위에 사무장님이 찾아오셨다.
엄마랑 후식으로 아이스크림 먹다가 내가 더 놀람.
스테이크가 마음에 안드시나요 하셔서 아 그냥 배가 안고파서 안먹으려구요 했더니
라면 완전 맛있게 잘 끓이신다고 하면서 나중에 배고프면 알려달라고 하셨다.
먹든 말든 관심이 없는 미국 항공사들에 길들여저서 그런가 너무 친절하셔서 조금 부담스러웠다.
솔직히 라면 먹고 싶었는데 엄마가 옆에서 극구 반대할 걸 알아서 못 먹었다. ^^.. 혼자 있었으면 100% 먹었다.
앞 뒤로 신혼부부들 꽁냥꽁냥거리는데 엄마랑 나는 회사의 그지같음과
이번 출장 (원래의 목적) 스케쥴 등등에 대해 얘기를 하다보니 불이 꺼졌고
엄마는 잠에 드셔서 나는 잠깐 노트북을 꺼내 일 처리를 했다.
미리미리 해놔야 가서 조금이라도 더 놀지.
다들 자는데 나혼자 타닥타닥 거리면서 일을 했다. 또륵.
그러다 간식 시간이라 나는 샌드위치를 받았고 (라면이 먹고 싶었다..)
엄마는 아까 먹은 스테이크가 소화는 커녕 아직 위속에 남아있다면서 음식을 거부했다.
그치만 잔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 너 또 먹으면 살쪄~
- 먹는 걸로 잔소리 그만.. 그만..
발리 덴파사르 공항에 도착했다. 나 발리 처음와봐~. (여행 온 걸로 착각 중).
짐을 챙기고 택시를 불러서 이미 정해진 호텔로 향했다.
호텔이 꽤.. 머네..? 이때부터 좀 걱정했어야 했는데 ㅎㅎ..
한참을 올라가 나무들에 쌓여있는 리조트에 도착했다. 이야. 바다가 안보여.
이번 호텔이 메리어트라고 하자마자 호텔에 연락해서 침대2개로 부탁하고 멤버쉽 정보를 넣어놨다.
열심히 올린 멤버쉽 등급을 이럴 때 써먹어야지.
체크인 할 때 업그레이드를 받았다.
뭐가.. 업그레이드지 했는데 나중에 친구 방에 놀러갔더니 창문 바로 앞에 벽이 있었다.
시간이 늦어 일찍 자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구경을 하기로 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보다 하루 전날 도착했기 떄문에 좀 여유가 있었다.
눈뜨자마자 발코니에 나갔더니 뷰가 쥑였다.
엄마는 수영장을 보자마자 조식 먹고 모닝수영을 가신다고 했다.
나는 조식먹고 일하러 가야한다.
친구 방은 저 벽사이에 갇혀 있었다. 왜 건물을 이렇게 지었을까..
일하러 가야하니 준비하고 조식을 먹으러 갔다.
두명이요!
오믈렛도 주문하고
발리커피라는게 있길래 주문해봤는데 가루를 직접 물에 타서 먹는 느낌이었다.
뭔가 우리 취향은 아니여서 다음부터는 그냥 보통 커피를 마셨다.
입이 까끌까끌해.. 이렇게 먹는거 맞아요??
아침을 잘 먹고 엄마는 방에서 조금 쉬다가 수영 가실 거라길래 점심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나는 방금 체크인한 친구 방에 놀러 갔다가 시간에 맞춰 일을 하러 내려갔다.
일하러 가자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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