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Log/Asia

동남아 여행: 설사약 원정대

Dulcet. 2023. 2. 5. 08:19

 

 

 

아침에 최대한 늦게 일어나고 싶었는데 계속 된 빡센 스케쥴에

몸이 어느새 익숙해졌는지 7시가 안된 시간에 눈이 팍 떠졌다. 

비싼 호텔이 아니다 보니 밤에 시끄럽지 않을 까 조금 걱정햇는데 저언혀~ 

옆방 사람들 소리가 조금 들리긴 했는데 시끄러운 사람들이 아니어서

우리도 시끄럽게 굴지 않도록 조용조용. 

거기다 4인실을 둘이서 쓰다보니 아주 널널해서 편하게 지냈다. 

 

 

 

 

 

 

 

 

다행히 목 상태는 어제보다 좋아졋고 밤새 코를 풀지 않아도 되서 간만에 푹 잘 수 있었다. 

아직 목이 조금 간질간질하지만 그래도 많이 좋아졌군! 

그치만 동생과 둘 다 물갈이 때문에 하루에 화장실을 체감상 15번정도 가는 것 같았다. 장기가 나올 거 같아.. 

안그래도 눈뜨자마자 배가 아픈 것 같아서 바로 화장실로 직행. 

 

 

 

 

 

 

 

화장실에 갔다 방으로 돌아오니 동생이 일어나있었다. 

어제는 내 상태가 정말 심했는데 시간차로 오늘은 동생 차례였나보다. 

배탈이 얼마나 심한지 뭐만 먹으면 화장실로 달려가야했다. 그치만 먹는 걸 포기하지는 않았다. 

원래 일정은 아침에 시내 구경 좀 하고 프렌치 코스요리를 먹으러 가는 거였는데 

아무래도 둘다 속이 정상이 아닌지라.. 코스요리는 패스하기로 했다. 

우리 속이 버터와 오일을 버텨줄 지 확신이 없었음.. 

 

 

 

 

 

 

 

산책 겸 시내 구경은 하자면서 밖으로 나왔다.

아직 꽤 이른 시간인데도 엄청 뜨거운게 오후가 되면 지글지글 익을 확률 백프로다. 

프렌치 코스 점심은 못먹게 되었으니 아침에 크로와상이라도 먹어야겠다면서 근처 유명한 베이커리를 검색했다.

뭐라고 엄청 열심히 설명해줬는데 기억이 1도 안난다. 

 

 

 

 

 

 

 

 

베이커리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빵굽는 냄새가 가득했다. 버터와 밀가루의 냄새. 예스.. 

 

 

 

 

 

 

여러가지 빵이랑 페이스츄리 종류를 구경하다가 동생이 먹고 싶다는 버터크로와상이랑 살구파이를 샀다. 

한 입 먹어본 살구파이는 맛있는데 막 이걸 못먹으면 안된다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근데 크로와상이 진짜 찐임. 이야.. 

 

 

 

 

 

간단하게 빵을 먹으면서 시내의 몇 안되는 볼거리인 동상을 보기 위해 출발했다. 

아 너무 뜨겁다!! 아침인데도 어깨가 익어가는게 느껴져서 그냥 돌아갈까 했는데 동생이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끌려갔다. 

 

 

 

 

 

 

가는 길에 어쩌다 마주친 대통령 궁. 

둘이서 생각도 안하고 와 건물 완전 멋있네 했는데 구글맵 보니 presidential palace라고 되어있어서 깜놀.

비싼 차들이 슉슉 들어가는걸 보며 정말 여기에 대통령이 있는건가 잠시 생각했다. 

 

 

 

 

 

 

동상은 공원 안에 있었다. 공원의 이름은 Chao Anouvong park. 

걸을 수록 습도까지 올라가는 것 같았다. 엄청 뜨거운데 습도도 높다. 헉헉. 

사진을 찍으려는데 열기랑 습도 때문인지 사진이 하나같이 축축하게 나왔다. 누가보면 물 뿌린줄. 

 

 

 

 

 

 

왜 유명한 동상인가 좀 찾아서 설명도 읽고 해야되는데 너무 뜨거워서 못견디고 포기. 

동상이 있는 곳에서 강 건너편이 보이는데 거기는 태국이란다. 또잉. 

이렇게 가까이 다른 나라가 보인다니. 신기하다. 

거기다 먹은 빵이 부글부글 난리를 치기 시작했는지 동생이 배가 아프다고 하길래 후다닥 숙소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 어떤 카트에 현지분들이 줄을 서서 사먹고 있는게 보였다. 

 

 

 

 

 

 

 

오 뭘까. 왠지 현지 맛집, 저게 찐인건가. 슥-가서 봤더니 국수였다. 

줄 서 있던 분께 이게 뭐에요 했더니, 베리 굳 이라면서 그냥 먹어보란다. 

 

 

 

 

 

 

가격은 만낍. 국수에 무슨 국물이랑 야채종류를 잔뜩 싸주셨다. 

도대체 무슨 국물인지 감도 안오는 상태였지만 호기심이 발동해버려서 까짓거 함 먹어봐~ 하면서 포장해왔다. 

먹어도 무슨 베이스인지 감이 안잡히는 국물에 잘게 썰은 줄기콩, 민트랑 숙주 파 등을 넣고 먹었다. 

별다른 토핑은 없는데 선지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선지 국수인건가? 

이거 먹고 괜히 탈나는 거 아닌가 잠시 고민했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이미 뒤집힐대로 뒤집혀서 몰랐을 수도 있다. 

 

 

 

 

 

둘다 배가 아파 잠시 방에서 누워 있었다.

패턴이 먹고 화장실에 가서 누워있다가 다시 먹고 다시 화장실에 가는... 

맛있는 건 먹고 싶은데 뭐든 먹으면 속이 부글거리니 점점 지쳐갔다. 

어느새 또 화장실에 갔다와 골골 거리는 동생을 보다가 안되겠다 싶어 설사약을 찾아봤다.

다행히 비엔티안에는 한인쉼터가 있었는데 이것저것 물건을 판다는 글을 보고

설사약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오후에 가보기로 했다. 

 

혹시 몰라 로컬약을 찾아볼까 해서 검색하는데

동남아 어디서 로컬약을 먹은 여행객이 잘못되엇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냥 한국약으로 먹어야겠다.. 

설사약을 구하러 가는 길, 동생이 속이 괜찮아졌다고해서 (이미 다 쏟아냄) 큰 사원에 가보기로 했다. 

 

 

 

 

입장료가 있지만 유명한 곳이라면서 꼭 가자고 하길래 같이 나갔다. 

 

 

 

 

 

안에 들어가려면 다리를 가려야해서 빌려주는 숄로 다리를 슉슉 감싸서 들어갔다가 나오는 길에 다시 반납하면 된다. 

 

 

 

 

 

 

너무 더워서 금방 지쳤지만 정말 예쁜 사원이었다.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는데 둘다 또 배가 아파와서 급하게 화장실을 찾아 한칸씩 차지하고 앉았다. 

뭐 먹은것도 없는데 왜 배가 아프냐고요 ㅠㅠ.. 이러다가 진짜 골로가겠다 싶어 설사약을 찾으러 출발했다. 

 

 

 

 

 

배도 아프고.. 엉덩이도 아프고... 탈수인가 엄청 금방 지친다. 

구글맵을 키고 작은 길들을 돌고 돌아 한인쉼터에 도착했다.

가끔 문이 닫혀있을 때도 있다는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 딱 마침 오너분께서 오셨다. 

한 10분? 도 안되는 시간을 걸어왔는데 그새 또 화장실로 달려가는 동생을 보면서 혹시 우리가 살 수 있는 약이 있는지 물어봤다. 

파는거는 없고 그냥 갖고 계신걸 주신다면서 뒤적뒤적하시더니 설사약 2개를 챙겨주셨다. 

우선 하나씩이라도 먹는게 안전하겠지 해서 받아서 먹고 돈을 드리려고 했더니

이것도 한국에 돌아가는 여행객들한테서 받아두신거라면서 페이는 안해도 된다고 하셨다.

감사합니다 ㅠㅠ..

 

인사를 하고 근처 마켓에 들려서 물이랑 휴지 등을 사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것저것 살거를 보는데 한국 여행객들이 여기서 쇼핑을 하고 계셨다. 

그 사이 또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로 뛰어가는 동생을 위해 얼굴에 철판을 깔고 가서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선한 미소) 저 나쁜 사람아닙니다..

혹시 한국 돌아가시나요? 남는 설사약이 있으시면 저한테 좀 파시면 안될까요?? 

첫번째 커플은 없다고 해서 아 예.. 하고 한번 더 도전했는데 두번째분들이 있다고 하셨다. 

 

 

 

 

 

가방을 뒤적뒤적하시더니 아마 한인쉼터에 두고 온거 같다면서 다시 갈거면 거기에 맡겨두시겠다고 하셨다. 

엔젤..? 너무 감사해서 한국돈은 없고 라오스 돈이라도 드리겠다고 했는데 정말 괜찮다고 거절하셨다. 

 

 

 

 

 

 

그동안 스트레스가 꽤 심했는지 약이 생긴다는 사실에 안심이 되서 긴장이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

이 타이밍에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쉼터가 멀지 않은 곳이라 같이 따라가서 약을 얻을 수 있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너무너무 감사한데 드린 것도 없는게 죄송해서

짐이라도 같이 들어드릴까요 햇는데 좀 부담스러우셨나보다. 죄송해요.

평소에 이렇게까지 질척대지 않는데.. 정말 감사해서 그랬어요.. 

소중한 약을 소오중하게 챙겨 돌아와서 하나씩 더 먹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먹어도 되나 했는데 플라시보 효과를 느끼는지 동생이 속이 괜찮아서 먹어야 겠단다. 

아시안 음식말고 다른걸 먹자고 해서 근처 mediterranean 음식을 먹으러 갔다. 

쉼터 오너분도 설사할 때 최대한 뭐 먹지말고 흰죽이나 찾아 먹으라고 하셨는데..  

음식값이 으마으마해서 메뉴판 보고 헉 했다. 와 이동네 물가에 비하면 진짜 미친 가격이네. 

다행히 카드를 받아서 계산했지 아니었으면 샐러드 하나 먹고 끝났다. 

 

 

 

 

 

 

허머스랑 빵,

 

 

 

 

 

 

메인으로 치킨을 시켰는데 양파가 안익은 생이라서 너무 매웠다. 

동생은 밥을 먹는 동안 화장실을 두번이나 갔다. 플라시보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밥을 먹은 둥 마는 둥 한채로 나와 숙소로 돌아가는데

동생이 얼음들어간 스무디는 못먹으니 그 대신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겠단다. 

왜 자꾸 본인 장염과 이런 말도 안되는 딜을 하는 걸까. 뭘 먹던 본인만 고생인데. 

 

 

 

 

 

 

자기는 꼭 먹어야 겠다면서 또 땡강 시동을 드릉드릉 거리길래 어어 그래 한스쿱만 먹자 하면서 왔다. 

 

 

 

 

 

 

 

식감이 젤라토와 아이스크림 사이에 있는..? 묘한 아이스크림이었다.

작은 물병을 주길래 서비스인가 했는데 나중에 차지 된다고 해서 다시 내려놨다.  

아이스크림 먹었다고 기분이 좋아진 동생을 오구오구 하면서 숙소로 돌아와 짐 정리를 했다.

내일은 드디어 다음 나라로 넘어가는 날! 공항에 나가려고 미리 택시를 예약해두었다. 

제발 이 감기와 물갈이가 빨리 끝나기를 바라면서 약을 하나씩 더 챙겨먹고 일찍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