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가장 기대했던 액티비티 데이.
너어무 피곤해서 침대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았는데
미리 다 예약을 해두었으니 시간에 맞춰 후딱후딱 일어나야 한다.
방비엥의 하이라이트를 놓쳐서는 안된다.
꾸물꾸물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목이 너무 아팠다.
감기 기운에 어제 마셔댄 매연의 합작이겠지.
이 놈의 호스텔은 왜 이리 시꺼멓게 칠해놔서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드는가..
이 날은 그지같은 호스텔에서 체크아웃도 해야 되고 미리 예약해둔 리조트로 넘어가야 하는데
액티비티는 오후 늦게 끝날 예정이라 미리 체크아웃을 해버리고 짐만 따로 맡겨두었다.
걱정돼서 락까지 야무지게 채워놓고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나갔다.
아침은 어제 먹었던 메뉴인 오믈렛 & 바게트. 초이스가 2개 정도였는데 (다른 거는 그냥 빵이랑 잼 아니면 계란후라이였나..)
옆에는 오이랑 토마토 슬라이스, 이 동네에서는 기본 옵션인 애플 바나나. (먹어도 먹어도 존맛탱)
커피랑 티도 한잔씩 마시면서 놀랑 목구멍을 달래주고 나갈 준비를 마쳤다.
픽업 시간에 맞춰 로비에서 잠시 기다리는데 주위에 수많은 애들이 다들 본인 여행사 픽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누가 종이를 들고 들어오면 다들 귀가 쫑긋해져서 자기 이름인지 확인한다.
그렇게 한 팀 두 팀 나가는데 우리는 올 생각이 없다.
이미 루앙프라방에서 한 시간이 넘게 기다린 경험이 있는지라 이번에도 그냥 라오스 타임이겠지 하고
동생이랑 어제 찍은 사진들을 구경하면서 머리를 비우고 기다렸다.
왜 이렇게 안 오지~하면서 영수증을 다시 확인하는데
날짜가..?!
이런.. 어제 영수증 써주던 애가 자다 깨서 해주더니 13일날 예약 대신 12일 예약이라고 써두었다.
아아악!! 다른 거는 다 확인했는데 왜 날짜는 제대로 확인을 안했냐 나 자식아!!
어제로 되어있어서 지금 픽업을 안 오는 건가 조마조마하며 동생이랑 어떡하지 하는데
직원 한명이 들어오더니 지금 늦어지고 있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했다.
우리 말고도 같은 곳에서 예약한 사람이 여럿이라 다행히 문제없이 갈 수 있었다. 다행이야. 엉엉.
사람들을 잔뜩 태운 툭툭이 근처 밥집에서 사람들 점심을 챙겨 동굴 튜빙 장소로 출발했다.
도착해서 우리 가이드를 만났다.
- 아임 유얼 가이드!
- 나이스 튜 밋츄
- 마이 네임 이스 싸이
싸이..?
싸이!
영어 스펠링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머릿속에 이름이 콱 박혀 까먹는 일은 없었다.
액티비티 하면서 친해져서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했는데 매우 쿨하고 재밌는 사람이었다.
덕분이 하루 종일 즐겁게 다닐 수 있었다. 나름 친해졌다고 동생이랑 잘 챙겨줌.
튜빙을 하러 가기 전에 코끼리 동굴이 있다고 보러 갔다.
동굴 안에 바위 모양이 코끼리를 닮았다고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둘러보고 튜빙을 하러 간다.
살면서 처음으로 튜빙이란 걸 해본 거였는데 가이드 바로 뒤에 붙어서 가는 게 제일 편하다.
우리도 미리 알아보고 싸이 뒤에 바짝 붙어서 갔는데 전체적으로 쉬웠다.
싸이가 이런저런 설명도 해주고 (마이크 없으니 뒤쪽은 안 들림),
이제부터 고개를 숙여라, 걸어라 하면서 잘 알려줘서 문제없이 착착 쫓아갔다.
뒤쪽 애들은 내용이 전달이 잘 안돼서 좀 고생하는 게 보였다.
튜빙은 사진으로 볼 때는 완전 편해 보였는데 진심 1도 안 편했다.
목은 빳빳하게 힘을 줘야 되고 팔로 계속 줄을 당겨야 해서 이두박근 매우 뻠핑되는게 느껴진다.
어깨나 목이 안 좋은 사람은 굳이 안 해도 될 듯. 튜빙이 꼭 하고 싶으면 그냥 강물에 떠내려가는 튜빙도 있다.
거기다 엉덩이가 계속 물 안에 담겨있어서 기분도 그닥 좋지는 않았다.
동굴도 굉장히 낮아서 잘못하면 머리를 밖을 수 있고
수심이 너무 낮은 곳은 튜브에서 내려 옆구리에 끼고 걸어가야 하는데 무게가 꽤 된다.
이번에 해봤으니 다음에는 안 하련다.
동굴에서 빠져나와 (프리덤..!!) 다른 사람들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에서 얼굴이 매우 탔다.
물 맞으면서 선크림이 다 지워지고 물이 햇빛을 마구마구 받으면서 얼굴을 웰던으로 태우고 있었다.
그늘에서 선크림이나 다시 발랐어야 했는데..
이다음 코스는 짚라인이었다. 동생이 제일 기대했던 짚라이닝.
나는 그닥 기대하지 않았다. 그냥.. 백프로 무섭겠군 이란 생각을 하며 울며 겨자먹기로 올라갔다.
고소 공포증도 있는 데다가 몸을 다루는데 그닥 소질이 없어서 더 무서웠다.
싸이가 짚라인은 걸어서 높이 올라가야 된다며 앞장섰다.
- 얼마나 가야 되는데?
- 걸어서 한 5분? 안 멀어 안멀어
- 아 오키오키
산을 타며 15분을 넘게 걸어갔다. 이 자식아.. 날 속이다니..
어떤 곳은 경사가 너무 높아 손이랑 발을 다 써서 기어 올라가야 했다.
나중에 보니까 한국 팀들은 우리가 시작했던 곳 까지는 올라가지도 않더라.
가이드가 "너무 힘들어서 안 좋아하실 거예요~ 그냥 중간부터 가실게요~"이러면서 우리를 지나갔다.
따흐흑. 우리는 어디까지 올라가는 건가요.
힘들어서 쒸익쒸익 하면서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꽤 높은 곳에 와있다. 무서워.. (쫄보)
동생은 이미 완전 신이 나있었다. 탠션을 따라갈 수 없어..
스탭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매우 간단하게.
- 멈추라면 손으로 잡고 멈추지 말라면 그냥 오세요.
그게 다인가요? 제 목숨이 달려있는데.. 대롱대롱 매달려있다고요..
첫 번째 라인을 타고 가는데 동생이 제일 먼저 나갔다.
내려가는데 쥬 우우 우웅~~ 하는 소리가 들린다.
쳐다보기만 하는데도 무서워 젠장!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매달려 있는 거지?!
- next person!
저요? 따흑.
겁을 제대로 먹은 채로 첫 번째 줄을 타고 내려가는데
스탑 하라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줄을 살짝 일찍 잡아 버렸다.
결국 도착하지 못한 채로 멈추게 되어서 줄을 타고 뒤로 빠꾸가 되었다.
반동 때문인가 중간에 멈추면 뒤로 가버림..
살려줘!!!
나는 중간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있는데
내 다음 차례인 남자애가 엄청난 속도로 줄을 타고 내려오는 게 보여서 진짜 무서웠다.
여기서 부딪혔다가는 나 진짜 떨어지는 거 아니냐..
너무 무서워서 남자애를 보며 온 힘을 다해 스타아아아압을 외쳤다.
다행히 나를 본 남자애는 오다가 멈췄고 스탭이 중간까지 와서 나를 질질 끌고 가줬다.
흑흑 짚라인 짜증 나..ㅠㅠ..
그래도 이다음에는 요령이 생겨서 슝슝 잘 탔다.
그렇지만 굳이 또 하고 싶지는 않음..
튜빙에 줄까지 타고나니 배가 슬금슬금 고팠다.
그룹이 다 내려오기를 기다리면서 아직은 축축한 몸을 햇빛에 말렸다.
싸이의 밥 먹으러 오라는 소리에 슬슬 걸어갔다.
오늘의 메뉴는 볶음밥, 꼬치구이랑 바게트 빵. 역시나 빠지지 않는 애플 바나나.
튜빙 타러 가는 길에 싸이랑 얘기를 하는데 아침을 안 먹었다길래 에고 너 배고프겠다 하면서
(동생 찡찡댈까봐 챙겨 온) 애플 바나나를 주면서 너 먹을래? 했더니
이 동네에서 그거 아무 데나 굴러다닌다고 안 먹는다고 했다.
쒸익.. 니가 우리동네 가봐라 이게 굴러다니나...
수입과일 섹션가서 비싼 돈 주고 사야 된다.. 쒸익..
음식은 바로 만든 게 제일 맛있긴 하지만 이렇게 몸을 움직이고 먹는 밥도 꿀맛이지.
차가웠지만 볶음밥이랑 꼬치도 맛있었다.
아무래도 먹는 속도가 다르다 보니 제일 먼저 먹기 시작한 우리가 먼저 일어났다.
근처를 구경하며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체력 딸리면 제대로 놀지도 못하겟다 야..
자 다시 툭툭을 타고 카야킹을 하러 갈 시간.
강 위까지 툭툭을 타고 올라가서 카약을 타고 밑으로 내려와 돌아가는 코스다.
자리가 좀 부족해서 동생이 스탭들이랑 같이 차 뒤쪽에 매달렸다. (위험..)
스탭들이 남자애들 보고 좀 바꿔줘라 했는데 동생이 됐다면서 껴서 갈 맘 없다고 거절했다.
나는 바로 끝에 앉아 동생을 찍어주고 있는데 바람이 휙 불더니 모자가 날아갔다. 내 모자!
햇빛이 쨍쨍한데 모자가 없으니 문제 구만. 누군가 찾아서 잘 써줬기를.. 새 모자인데..
강가에 도착해 구명조끼를 받아서 입고 대충 물을 묻혔다.
나의 심장은 소중하니까. 놀래면 안 돼..
스탭들이 조심할 내용을 설명해주고 카야킹을 해본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봤다.
카약에는 총 3명까지 탈 수 있는데 2명이 탈 경우 둘 다 패들을 저어야 하고
3명이 타면 중간 사람은 그냥 앉아서 무임승차를 할 수 있다.
스탭들이 사람 수를 세더니 흠, 누가 스탭이랑 같이 타야겠네 라길래
얘기를 듣자마자 싸이 옆에 쓰윽-하고 붙었다.
너는 우리랑 탄다. 간택당했다.
싸이가 막 웃었다.
웃지 말고 대답해...
예스? 같이 갈 거지? 했는데 별다른 대답이 없길래 에잉 우리랑 안탈 건가 보다 했는데
(패들링 하기 싫어서 3명으로 가고 싶었다)
사람들을 하나씩 태우더니 마지막으로 우리한테 와서는 레츠고! 하면서 같이 탔다.
야호!
싸이랑 패들링을 하니 힘도 좋고 요령도 있어서 카약이 슉슉 나간다.
우리 말고 몇몇 애들도 스탭들이랑 탔는데 확실히 스탭들이랑 같이 탄 팀들은 나가는 속도가 다르다.
물살이 좀 있는 데다가 슝슝~ 나가니 재밌었다.
거기다 나는 팔도 안 아픔 ㅎ
카야킹 내내 고프로로 비디오를 찍었는데
물살이 쎈 곳을 지나갈 때마다 우리는 신나서 꺄르륵거렸다.
싸이랑 같이 가는 대신 다른 애들을 챙겨야 해서 가다가 멈추고를 반복해야 했는데
우리는 뭐 급하게 갈 필요 없으니 여유를 즐기기로 했다.
가끔 튜빙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튜브에 몸을 껴두고 맥주를 마시면서 내려가더라.
심슨 크리에이터들이 방비엥에서 이걸 보고 그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싱크로율.
아무리 봐도 위험할 거 같은데 저게 재미있나 싶은데 싸이가 별로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술에 취해서 물먹고 다치는 애들이 종종 있다고 했다.
특히나 해 떨어지면 어두워서 정말 위험하니 우리 보고하지 말라고 했다.
패들링도 안 해도 되니 나는 카얔 중간에 앉아 동생 비디오나 찍어주고 노래나 불렀다.
륄리리~~ 매우 좋구나~
그러다 가끔 싸이가 다른 팀 도와주러 내려가면 (중간에 멈추거나 카약에서 떨어졌는데 혼자 못 올라가는 애들)
그때 패들 넘겨받아 몇 번 휘적휘적해주고 동생이 물에 들어가서 수영한다고 하면 그거 받아서 또 휘적휘적.
중간쯤 지나다 보면 사람들도 많이 없고 조용하고 물소리만 들린다.
물이랑 산이랑 너무 평화로워서 노래가 진짜 절로 나온다.
도착!
이다음 코스는 블루라군인데 여기서 다른 사람들을 태워 보내고 우리는 도시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잠시 서서 우리 차례를 기다렸다.
우리처럼 블루라군 안 가는 여자애들이랑 같이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작했다.
- 너네는 어디서 왔어?
- 우리는 스페인
- 오 나 얼마 전에 스페인 갔다 왔어
- 스페인 어디?!
첨에는 좀 귀찮아하는 것 같았는데 스페인 갔다 왔다니까 눈이 반짝반짝거렸다.
내가 너무 짧게 갔다 와서 많이 한 게 없는데.. (술 먹고 밥 먹고 볼 뽀뽀받은 거밖에 없음)
대화를 이어가는데 얘네는 영어를 잘 못하고 나의 스페인어도 매우 초보 수준이라 대화가 그닥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시내랑 가까워서 걸어가면 된다는 말에 그냥 넷이 시내로 걸어갔다.
아이고 피곤하다. 하루 종일 물에서 놀았더니 몸이 노곤 노곤했다.
지친 몸에는 당을 보급해줘야지.
유명한 디저트인 로띠를 사 먹었다. 이거는 안먹어봐도 동생 취향저격이야.
100% 좋아할 거 라는데 내 저녁밥을 걸겠다.
버터인지 마가린인지에 반죽을 굽고 거기에 설탕이랑 누텔라 시럽을 마구마구 뿌려 준다.
한입당 만칼로리를 먹는 느낌인데 단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말 좋아할듯.
나는 좀 부담 스러워서 두번 먹고 그만 먹었다.
너 다먹어.. 동생은 신나서 깔끔하게 해치웠다.
호스텔로 돌아가 리조트로 넘어가기 위해 구글맵을 확인하는데 거리상은 별로 안멀어보여도
큰짐 + 자갈밭이라 걸어가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거기다 하루종일 몸을 쓰는 액티비티 + 물놀이에 지칠대로 지친 우리는 툭툭을 타고 가기로 했다.
호스텔 앞에서 툭툭을 잡으려고 한참을 손을 휘적거리는데 아무도 안왔다.
어떡하지 하는데 우리를 지켜보던 호스텔 스탭 한명이 나오더니 길 중간까지 나가서 지나가던 툭툭 아저씨를 불러줬다.
땡큐땡큐를 외치고 툭툭아저씨한테가서 딜을 했다.
- 유노 리버사이드 부팈 리조트?
- 예스. 100,000낍.
- 왓? 노. 20
- 노. 50
- 그냥 가세요. 빠이..
- 오키 40
- 노 30
- 딜
편안하게 리조트까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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