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로 돌아와서 쉬려는데 밖에서 무슨 음악 같은게 들렸다.
뭐지? 파티인가? 밤새 잠을 설칠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금방 끝났다.
뭐였을까? 무슨 기도 시간 명상 같은건가?
굉장히 다양한 문화가 섞인 나라라고 들었지만 참 신기한 곳이었다.
둘다 많이 피곤했는지 기절하고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찌뿌둥했다.
반딧불 투어 같은 거를 할까도 생각해봤는데 시간이 좀 어정쩡해서 그냥 우리끼리 돌아다니기로 했다.
동생이 제일 하고 싶어 했던 것은 바투동굴 보러 가기. 원하는 대로 바투동굴 일정을 잡고 아침을 먹으로 호텔을 나왔다.
주로 호텔에서 조식 먹는 거 좋아하는데 여기는 일부러 조식 포함 아닌걸로 예약을 했다.
어제 있던 일을 봐서는 잘 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못믿어.. (불신)
자기 전에 찾아봤던 레스토랑으로 가서 아침을 먹기로 하고 준비를 하는데
또 배가 문제였다. 배 아파...!!
나도 문제 였지만 동생은 정말 심각한 상태였는데 약을 먹어도 금방 상태가 좋아지지 않았다.
특히 동생은 아시아 여행이 처음이라서 더 그런가 싶기도 했다.
이 다음 일정은 캄보디아랑 태국인데 동생이 먹방으로 정말 기대하는 나라들이라
제발 말레이시아를 떠나기 전까지 상태가 좋아지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구글맵에 레스토랑을 찍고 열심히 따라서 걸어가는데 영 이상한 길로 들어갔다.
뭐지? 날 어디로 대리고 가는거지?? 한참을 헤마다가 결국 구글맵을 못믿겠다해서
근처에 서 계시던 경찰분께 어디로 가야하는지 물어봤다.
길만 물어봤는데 너무 착하신 분을 만났는지 직접 건물 앞까지 대리고 가주셨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우리 호텔에서 매우 가까운 빌딩이었다. 입구를 못찾아서 빙빙 돌고 있던 것.
어제 저녁에는 너무 더웠는데 다행히 아침이라 그런가 날씨가 별로 나쁘지 않았다.
둘다 속이 그닥 좋지 않으니 대충 먹자며 메뉴를 봤다.
속이 안좋은 동생을 위해 닭죽 비슷한 요리를 시키고 속이 좋던 안좋던 먹어야 한다는 카야토스트도 시켰다.
(방금 전에 대충 먹자고 했던 2인)
나는 전통 음식이라는 치킨 요리를 시켰다. 음료수도 한잔 씩.
대충 먹자던 애들은 한상 가득 시켜서 신나게 먹었다.
죽은 정말로 닭죽 맛이었다. 닭죽에 참기름을 살짝 뿌린 맛? 매우 괜찮음.
아이스티도 상큼달달하니 좋았고 내가 시킨 치킨요리도 나쁘지 않았다.
저 빨간 소스 (삼발?)이 생각보다 좀 많이 맵긴 했다. 속이 안좋은데 매운걸 먹어도 되나.. 잠깐 걱정했는데
그래도 흰밥에 짭짤한 멸치까지 다 맛있었다.
옆 테이블에서 시킨 음식 중에 닭날개 튀김? 같은게 있었는데 완전 맛있어보였다.
하 속만 괜찮았어도 하나 더 시키는데. 다음에 오게되면 꼭 저걸 먹어봐야지.
가격도 착해서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이 식당이었습니다.
아침을 잘 먹고 바투 동굴까지 지하철인지 기차를 타고 가면 된다.
바투동굴 역이 있어서 한방에 갈 수 있다. 차가 30분에 한대씩 있어서 시간을 맞추는게 좀 힘들긴 하지만
지하철 자체는 깨끗하고 에어콘 빵빵 시원해서 좋았다.
이 나라는 종교적인 이유때문에 여성전용칸이 있는데 수많은 표시에도 불구하고
많은 남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게 보기 안좋았다.
현지분들이 앉아 계시다가 남자가 들어오면 금방 자리를 피하는 상황이 몇번 있었다.
심지어 방송에서 계속 여성전용칸에 타지 마세요 라고 나오는데 그냥 무시하고 앉아있더라.
가끔 생각 없이 탔다가 표시를 보고는 기겁하고 후다닥 다른 칸으로 옮겨 가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관광객 처럼 보이는 세명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엄청 크게 떠들기 시작하더니 바투동굴 역까지 갔다.
바투동굴 역에서 내리면 바로 시작이다.
사진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신기했다. 세상에 도대체 이걸 누가 만들 생각을 했을까.
가기 전에 바투동굴에 얽힌 전설도 찾아봤는데 다 까먹었다. 매우 흥미로웠다는 것만 기억난다.
이 곳에 있는 수많은 깡패 원숭이들도 동생이 좋아하겠다 싶었다.
계단이 시작되는 광장에도 원숭이들이 많았지만 새도 엄청 많았다.
누가 여기서 키우나 왜이렇게 많은거야; 다행히 계단을 올라갈수록 원숭이만 보였다.
계단 시작점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소나기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이거는 소나기 수준이 아니고 비폭풍..?! 정도였다.
아침에 엄청 쨍쨍했는데 스콜성인지 미친듯이 쏟아지는 걸 보면서 빨리 멈추기를 기다렸다.
언제 멈출 지 감이 안와서 빗줄기가 조금 약해졌을 때 아주 열심히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은 3섹션으로 나눠져 있어서 올라갈 때 어느 쪽, 내려올 때 반대로 가라고 했는데
사람들은 그냥 자기가 원하는데로 올라가더라. 나도 기억이 안나서 그냥 올라갔다.
계단의 수는 272개! 초반에는 아 힙업에 아주 좋아요!~~ 하면서 올라갔는데
반도 못가서 종아리랑 허벅지가 터지는 줄 알았다.
힙업이고 나발이고. 정상은 어디입니까.
올라가다보면 중간 지점에 다른 동굴이 있는데 이곳은 투어 가이드가 있어야 들어 갈 수 있단다. 안에 박쥐가 있단다!
돈을 주고.. 뭐하러 박쥐를 봐요 무섭게... 됐어요; 병걸리면 어떡해..
들어가보고 싶다는 동생을 무시하고 다시 열심히 올라간다.
계단을 올라가는 내내 원숭이 사진을 열심히 찍던 동생.
열심히 올라가는데 몇몇 사람들이 손에 벽돌을 들고 있는게 보였다. 저게 뭐지?
정상이다!
간신히 꼭대기까지 올라왔더니 이제는 다시 내려가란다. 내 다리 후들거리는데요..
동굴 안에 볼게 엄청 많았다. 신기해하면서 내려갔더니 동굴 안 중간 지점을 지나 다시 올라 가는 계단이 나왔다.
아놔 또 올라가? 나는.. 좀 지쳐버렸어...
다 봐야한다는 동생을 따라 다시 헉헉 대며 올라갔다. 아침 제대로 안먹었으면 나 여기서 누웠다.
동굴은 생각보다 엄청 깊었고 안에 건물들이랑 동상들이 있었다.
온도는 엄청 높고 밖에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어서 그런가
시원할거라고 예상했던 동굴 안은 오히려 축축하고 더웠다.
또 동굴 안에는 원숭이들이 떼거지로 몰려다녔는데 원숭이 무서워 하는 사람들은 기겁을 하면서 피해다녔다.
이 양아치 원숭이들은 봉지만 들었다하면 내용물에 상관없이 우선 훔쳐간다.
똑똑해서 병 정도는 금방 열고 오픈 안된 봉지도 다 뜯어 먹어버린다.
가방이나 주머니에 있던 음료수병들도 강탈해서 먹더라..
문제는 자기들끼리 또 뺏어먹느라 싸움을 하면서 때리고 밀고 꺅꺅 소리치고 .. 원숭이들 때문에 뭔가 정신이 없었다.
거기다가 먹으면 쓰레기를 그냥 바닥에 던저버려서 사방이 쓰레기였다.
안에 있는 사원은 복원 중이었는데 꽤 위험한 높이 같아 보이는데도 특별한 안전장치도 없이
건물 위에 올라가서 일을 하고 있었다. 저러다가 떨어질까 무섭다.
잠깐 쳐다보다가 아까 봤던 벽돌이 뭔지 알게 되었다.
관광객들이 올라가는 김에 벽돌이라도 하나씩 들고가서 도와달라는 거였다!
아 미리 알았다면 나도 하나 정도는 들고 왔을 .. 수 있었을까? 내몸도 무거워서 헉헉댔는데..
구경 잘하고 슬슬 돌아가는 길.
처음에 내려왔으니 다시 올라갔다가 다시 정상에서 내려간다.
오늘 허벅지 터진다 진짜.
신발 진짜 편한거 신고 가야함!! 거기다가 소나기가 언제 올지 몰라서 미끄럽다. 신발 잘 챙기세요!
한참 내려가는데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아까 봤던 중간지점에서 잠시 비를 피했다.
같이 비를 피하던 어린이(처럼 보이는) 원숭이. 큰 애들은 좀 무섭다. 포스있음..
한참 원숭이를 쳐다보던 동생이 갑자기 원숭이한테 말을 걸었다.
- 동생: 원숭이 여기 와봐
- 나: 먹을 거 없으면 안와. 글구 쟤가 한국말을 이해하나?
- 동생: 오키. Come here monkey.
- 나: ...
- 동생: 해치지 않아요~ 여기와보세요~
- 나: 그런다고 원숭이가 오겠..
?
이게 무슨 상황이지.
(웃겨서 사진이나 하나 찍어줄라다가 라이브로 찍힘)
원숭이는 쿨하게 헬로. 나이스 튜 밑츄. 하고 악수를 하고는 쿨하게 갈길을 갔다.
동생은 신기하게 야생동물들이 잘 온다;;
바다에서 수영하다가 바다거북이랑 같이 수영했던 적도 있고
그냥 길가다가 손가락을 뻗었더니 뜬금없이 새가 와서 앉은 적도 있다.
나도 사진 보기 전까지는 뻥치지마! 하다가 사진 보자마자 뭐하는 애지 싶었음. 포카혼타스인가?
아 반갑소..
원숭이와 디즈니 명장면을 찍은 동생은 매우 만족해했지만
나는 내려가자마자 손씻으라고 잔소리를 했다. 그 손으로 나 건드리지 마.
비가 그칠 생각이 없어서 그냥 비를 뚫고 내려갔다. 미끄러지면 뒤진다~~ 하면서 조심조심.
이동네 비는 투둑투둑 오는게 아니고 좌-좌- 좌작 이러면서 온다. 쉬는 타이밍이 없음;
간신히 역까지 잘 도착해서 지하철 티켓을 사려는데 열차가 바로 우리 앞을 스쳐갔다. 안돼!! 가지마..
도착했을 때 미리 사뒀으면 바로 탈 수 있었는데. 하. 이놈의 타이밍.
가실 분들은 그냥 도착 했을 때 리턴 코인까지 미리 뽑아두시면 30분 안기다리셔도 됩니다.
지하철은 편도로 5.20링깃이었어요. 화장실 0.5링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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