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투동굴 일정을 마무리하고 다시 센트럴로 돌아갔다.
어머 바투동굴 올때도 여성전용칸에 탔던 애들이 돌아갈때도 여성전용칸에 타서 가고 있었다.
참.. 한결 같은 아이들이군. 그놈들은 가는 내내 다른 사람들의 눈초리를 무시하고 끝까지 앉아있다 내렸다.
아니 다른 칸에 자리도 많은데 왜 여기에 타는걸까; 어이가 없네.
일부러 들으라고 동생과 영어로 얘기했다.
- 왜 이 칸에 있는걸까
- they got no balls (한국어로 뭐라해야할지 모르겠음.)
- 아 그런거라면 이해할 수 있지.
메인역으로 돌아와서 살짝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동생이 전날 저녁에 가려고 했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포기했던 곳에 다시 가보자고 했다. 오케이!
점심시간에도 줄이 길었다.
무슨 가게 인가 했는데 한국스타일 치킨집이었다. 한국 치킨의 힘이란.
말레이사에어 먹는 한국 치킨 냠냠. 전세계 어디서 먹어도 맛있지.
인기가 많은지 자리가 하나도 없어서 벽에 붙어 기다리다가 간신히 자리를 잡았다.
아직도 속이 안좋은 동생은 튀긴거를 먹으면 배가 아플테니 조금만 먹겠다고 해서 세트메뉴를 하나만 시켰다.
아예 튀긴 음식을 안먹는게 좋을텐데, 라고 했더니 끝까지 먹겠다고 했다.
먹다가 또 화장실로 달려가는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본인이 먹어야겠단다.
양념은 단짠 간장맛. 감튀는 seaweed 시즈닝으로 시켰다. 미역맛?
도대체 무슨 맛일까 궁금했는데 후리카케 뿌린 느낌이었다. 떼잉. 아쉽네.
동생은 튀긴 음식에 소다를 먹었는데 아직 속이 괜찮은지 미리 봐둔 도넛가게에서 디저트도 먹어야겠단다.
또 본인의 장기와 건강을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하기 시작했다.
슬슬 신호가 오는지 배를 잡고 끙끙 거리면서도 끝까지 도넛가게 윈도우를 한참 쳐다보면서
고민에 고민을 하더니 초콜릿이 올라간 도넛을 샀다.
장염이면 죽이나 먹으라고.. 이것도 튀긴거에 설탕에.. 뭐라뭐라 잔소리를 했더니 아, 자긴 이걸 먹어야겠단다.
그래. 니 배가 아프지 내 배가 아프냐.
배가 아프다고 해서 우선 호텔로 돌아와 화장실에 뛰어들어갔다.
볼일 보고 나오자마자 도넛을 냠냠 먹는 동생.
쿠알라룸푸르에서 엄청 유명한 도넛집이기 때문에 안먹을 수가 없다며
도넛을 먹는 동생을 아주 잠시 어이없는 얼굴로 쳐다봤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저럴까 궁금해서 한입 먹어봤는데 그냥 도넛 맛이었다.
둘다 침대에 누워 잠시 쉬었다. 아이고 지친다.
많이 걷기도 했지만 (계단 운동) 비까지 맞으며 돌아다녀서 더 힘들었나보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나갈 준비를 했다.
어제는 실패 했지만 오늘은 성공 하겠지, 하며 센트럴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GOKUL을 탔다.
이번 목적지는 국립모스크. 다행히 문제없이 버스를 타고 제대로 도착 할 수 있었다.
무슬림이 아닌 관광객이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은 따로 정해져있기 때문에 미리 확인하고 가는게 좋다.
우리도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우선 주위를 산책하며 시간을 보냈다.
모스크 주위 정원? 같은 곳들이 있는데 포토존 천국이다.
시티뷰도 멋있고 모스크 건물 자체도 너무 아름다웠다.
국립 모스크에 가게 되면 안에만 구경하지 말고 꼭 주위도 보고 가세요!
시간에 맞춰 다시 갔더니 로브를 입으라고 주셨다.
머리부터 다 가려야해서 로브에 달린 후드를 썼다. 히잡도 따로 있었는데 그냥 모자만 잘 쓰면 된다고 하셨다.
머리부터 발까지 가려지는 로브를 입고 있자니 조금 더웠다.
건물은 안쪽도 굉장히 아름다웠다.
오기 전까지는 많이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볼게 많고 굉장히 아름다운 장소였다.
저녁시간에는 쿠알라룸푸르의 랜드마크인 KL빌딩을 보러 갔다.
차이나 타운을 지나 다운타운으로 향했다.
하나는 한국에서 다른 하나는 일본에서 지었다던데 왜 그렇게 했는지 기억이 안나네.
많은 사람들이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잡상인 같은 사람들이 와서는 핸드폰에 끼우는 fish 렌즈를 사라고 했다.
그냥 폰으로 찍으면 안나와~ 렌즈끼면 잘나와 이러면서
우리 핸드폰으로 손을 뻗는 걸 보고 정색하며 no를 외쳤다.
좀 강하게 don't touch! 라고 했는데도 싫으면 안사도 돼~ 라며 엄청 강압적이게 굴었다.
계속 타이밍을 재면서 우리 근처에서 기웃기웃.
잡상인들이 한둘이 아니라 한명을 거절하면 그 옆에서 노리고 있던 다른 사람이 와서 또 질척 거렸다.
어짜피 랜드마크라 그냥 구경온거지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후다닥 사진을 찍고 백화점으로 갔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수키이다.
평소에도 샤브샤브, 훠궈, 마라샹궈, 핫팟 등등 (다른 이름 같은 느낌) 다 좋아한다.
점심에는 동생이 먹고 싶은 걸 골랐으니 저녁은 내가 먹고 싶은 수키를 먹기로 했다.
둘다 따뜻한 국물에 야채를 잔뜩 먹으면 속에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 마무리로 죽까지 해먹자 하고 왔다.
도착했는데 줄이 진짜 길었다. 거기다 앞뒤로 다 한국 사람들이었다.
다들 외국나와서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었나. 한시간 정도 기다려서 자리에 앉았다.
자리마다 담당하는 직원이 있었는데 차가운 차랑 고기를 부탁했다.
나머지는 본인이 갖고 오면 된다. 육수는 알아서 부어주겠지? 싶어서 둘이 이것저것 담아왔다.
직원이 육수를 부어주면서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더니 일하러 안가고 옆에 있었다.
나는 그냥 빨리 육수가 끓어서 재료들이 익기를 바라고 있는데 얘는 계속 말을 걸었다.
우리가 별 대답이 없자 다시 일하러 가나 싶었는데 갑자기 다시 돌아왔다.
- 너네 술먹어? 맥주 마실래?
맥주는 금액에 포함이 아닌데다가 이 나라는 원래 술을 잘 마시지 않는다고 봤는데 왜 갑자기 맥주 얘기를 물어보는거지?
- 아니 괜찮아. 고기나 좀 더 갖다줘.
- 어 고기. 맥주는 안먹을래?
아니 왜 자꾸 술을 먹으라는거지? 맥주를 주겠다는건지 강매를 하는건지 감이 안왔다.
이 이후에도 계속 와서 둘이 친구야? 가족이야? 언제까지 여기 있어? 라며 계속 말을 걸더니
다른 직원이 쫒아와 뭐라뭐라 하니까 그제서야 사라졌다.
이 뒤로는 일부러 다른 직원이 지나갈때 음식을 부탁했다.
난 그냥 온 맘과 힘을 다해 많이 먹고 싶을 뿐이야. 방해 노노.
양고기는 냄새가 좀 많이 나서 소고기로 열심히 조지고 국수까지 먹고는 배가 불러서 죽은 스킵했다.
피곤한 몸에 뜨끈한 국물이 들어가니 몸이 노곤노곤 풀려 좋았다.
위가 빵빵해져서 소화도 할겸 좀 걸어다닐까 했는데 가게들이 다 문을 닫고 있었다.
우리가 들어온 입구를 찾아 빙빙 도는데 식당가는 아직 오픈을 하는지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는 걸 보고 우리도 갔다.
- 동생: 디저트 먹자!
- 나: 뭐 먹을래?
- 동생: 젤라또!
- 나: 오키
큰 컵으로 시켜 나눠 먹었기로 했다. 앉아서 먹는데 건너편에 있는 펍에서 라이브 공연을 시작해 공연까지 즐겼다.
멋진 언니가 올드 팝을 부르셨다. 노래를 들으며 동생이랑 미래에 뭘 해보고 싶은지 얘기했다.
음 나도 살면서 한번 정도는 저런 라이브밴드를 해보고 싶어, 아프리카에 가서 자연을 보고 싶어, 작곡을 배워보고 싶어.
해보고 싶은건 많고 생각은 많고, 용기는 좀 부족하려나. 생각이 많아진 저녁이었다.
이러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우리 할 수 있는건 꼭 해보자.
늦은 시간이라 호텔로 돌아갈 때는 택시를 타기로 했다.
우버같은 택시 서비스인 그랩을 다운해서 차를 불렀다.
둘이서 아 피곤하다~ 돌아가서 씻고 일찍 자자 라는 얘기를 하며 틈틈히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앱을 확인했다.
다행히 차는 제대로 호텔로 가고 있었고 호텔에 가까워졌을 때 쯤 고속도로에서 내렸다.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쿠릉쿠릉-하더니 갑자기 차가 섰다.
- 뭐야
- 왜 섰어
기사아저씨가 다시 시동을 키려고 했는데 엔진이 아예 나가버렸다.
근처 주유소에 차를 세우고는 차를 고쳐버려고 하는데 저언혀 소용히 없었다.
아니 이게 뭐야 ㅋㅋㅋㅋ 진짜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그래 우리 여행에서 뭐가 안터지면 우리 여행이 아니지.
둘다 어이가 없어서 실성한듯이 웃었다. 참 가지가지 한다.
황당해서 아저씨를 쳐다봤더니 그냥 걸어서 가란다.
다행히 호텔은 정말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고 그냥 직진해서 쭉 가면 되서 길을 잃어버릴 걱정도 없었다.
꾸벅꾸벅 졸던 동생도 정신을 차리고는 둘이서 파워워킹으로 돌아갔다.
차타고 3분거리를 남기고는 갑자기 걸어야해서 어이가 없었다.
푹 자고 일어나 짐을 정리했다. 일어나자마자 살짝 출출했는데
어제 지나가다 봤던 빵집에서 사둔 빵을 먹으며 정리를 마쳤다.
어느 정도 시간에 여유가 있으니 체크 아웃 전에 아침을 제대로 먹기로 하고 유명한 체인점으로 갔다.
Old town white coffee
유명한 커피를 마셔봐야지.
나는 아이스로 동생은 핫으로 시켰다. 이러면 둘다 먹어봐서 뭐가 더 맛있는지 알수 있지 (씨익)
아침으로는 카야잼 토스트랑 락사를 시켰다.
락사도 종류가 여러가지 있는 것 같은데 우리는 잘 모른 그냥 사진보고 Laksa라고 써있는 그림으로 주문했다.
카야잼 토스트는 무난하게 맛있었고 (아는 맛) 커피는 너무 진하고 정말 달아서 아이스가 괜찮았다.
- 어우 진해
- 음 이건 아이스다..
얼음이 살살 녹으면서 그나마 좀 마실 만 했다.
이날의 서프라이즈는 락사에 있었는데 파인애플, 채썬 야채가 토핑으로 올라가 있었다. 신기하게 뜨거운 국수 요리에 파인애플을 올렸네.
국물이 빨간데 매우려나 하면서 한입 먹어봤는데 정말 거짓말 안하고 김치찌개 비스므리한 맛이 났다.
- 나: 이거 먹어봐! -
동생: 별로 안먹고 싶은데 -
나: 한입만 먹어봐.진짜. 완전 익숙한 맛임
- 동생: (후루룹) 김치찌개..??
멸치 베이스 김치찌개에 파인애플 + 두꺼운 생면을 넣어 먹는 맛이었다.
아침을 잘 먹고 나왔는데도 시간이 남아서 디저트를 먹으러 과일 가게로 갔다.
파인애플, 그린망고, 로즈애플 (별로 맛없음) 등을 골라 시즈닝을 촤라락 뿌려서 들고와서 먹었다.
미니 파인애플은 회오리 감자같은 모양으로 깍아놔서 먹기 편했다. 시즈닝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과일이랑 참 잘 어울렸다.
멕시코도 과일에 시즈닝을 많이 뿌려먹는데 (칠리 라임 종류)더운 나라들이라서 비슷한가 싶었다.
이제 정말 갈 시간. 호텔에서 잠시 더 쉬다가 공항에 갈 시간이 되서 버스를 타러 갔다.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에 가는 길. 어우 피곤해, 하면서 좀 잘까 했는데 갑자기 어디서 바퀴벌레가 나왓다.
하필! 그 넓은 버스에서! 딱 우리 앞에!!
둘다 벌레를 싫어해서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제발 다른 곳으로 가달라고 빌었다.
올때는 와 시내랑 가깝네~ 했는데 이렇게 오래 거릴 수가 없었다.
바퀴벌레는 끝까지 우리 근처를 왔다갔다 거렸다. 꺼져!! 꺼지라구...
체크인을 마치고 남은 링깃을 먹는데 썼다. 오늘은 눈뜨자마자 계속 먹기만 하네. 즐거운 여행이다.
공항 내에 괜찮아 보이는 식당을 찾아 들어 갔다.
우리가 주문하려고 했던 디저트랑 카레는 sold out이라 아쉽게 못먹고 그냥 주문 가능한 다른 메뉴로 주문했다.
나는 무난하게 치킨이랑 밥이 나오는 정식 느낌 나는 메뉴를 골랐고
동생은 아침에 먹은 락사가 은근 마음에 들었는지 국수를 골랐다.
치킨은 언제 어디서 먹어도 맛있다. 멸치 땅콩이랑 소스들도 익숙해졌다.
말레이시아 음식들은 뭔가 익숙한 것 같으면서도 새로운 맛이었다.
동생은 메뉴 선택 미스로 한입 먹고 안먹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맛이지..?
둘이서 치킨이랑 밥만 열심히 먹고 보딩을 하러 게이트로 걸어갔다.
다음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던 캄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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