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시폭포에서 시내로 돌아왔다. 우리가 툭툭을 탔던 조마베이커리라는 빵집 앞에 다시 내려주셨다.
호텔로 돌아가 다시 나가기 전에 잠시 쉬기로 했다. 너무 피곤해.
물에서 꽤 오랜 수영을 한 동생이 먼저 샤워를 하러 화장실로 들어갔고 나는 발만 대충 닦고 침대에 퍼졌다.
샤워하면서도 "언니!! 침대에 눕지마!! 씻고 누워!!" 라던 동생은
나오자마자 빨리 샤워를 하라고 잔소리를 퍼부어서 꾸역꾸역 일어나 씻으러 들어갔다.
보일러를 켜야된다는걸 잘 몰랐던 우리는 찬물로 샤워를 했고 (그냥 그런가 보다 함)
어쩌다가 히터 스위치를 누른 뒤로는 유레카를 외치며 따뜻한 물 샤워를 할 수 있었다.
어떤 나라는 히터 자체가 화장실 안에 있었고 어떤 곳은 히터가 보이는 대신 스위치는 다른 곳에 있었다.
나라마다 시스템이 달라서 매번 스위치를 찾는것도 일이었다.
너무 피곤했는데 또 막상 씻으니 기분은 좋았다. 그나마 날씨가 더워서 뜨거운 물 아니어도 큰 문제는 없었다.
씻고 나오니 동생은 어느새 다시 나갈 준비를 하고 침대에 앉아있었다.
나는.. 체력이 없다... 나가긴 해야하는데 너무 피곤해서 준비를 핑계로 침대에 엎드렸다. 나 잠이 너무 부족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몸이 너무 지치다보면 아름다운 것도 별로고 즐거운 일도 백프로 즐기지도 못하고..
그치만 우리의 일정을 위해 방비엥으로 가는 버스를 예약해야 하니 우선 여행사들이 몰려있는 큰길로 나갔다.
사바이디!
흥정의 기본은 시세를 파악하기. 미리 인터넷에서 열심히 찾아봤지만
그 사이 뭔가 바뀌었을 수도 있으니 우선 호텔에서 가장 가까웠던 곳에 가서 견적을 받아봤다.
방비엥 버스라고 하면 시간이랑 종류를 보여주고 금액을 알려준다.
베리 굳, 클린 버스 라면서 한사람당 15만낍을 불렀다.
VIP, 리무진 등등이 있는데 가장 싼 봉고차 종류는 절대 하면 안 된다는 후기를 봐서 우리는 VIP로 요청했다.
여행사 몇군데를 더 돌아다닌 끝에 그나마 가장 괜찮아 보였던 곳에서 버스를 예약했다.
대부분 10만에서 17만 사이였다.
이상한 봉고차가 아닌지 몇 번을 물어보고 예약을 한 뒤 영수증을 잘 챙겨두었다.
동생이 가장 괜찮아보인다고 했던 이 가게는 나중에 알고 보니 사기꾼 새끼였다.
어짜피 이 동네가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지만 이때는 몰랐기 때문에 예약 잘한 것 같다면서 좋아했다.
우리의 앞날을 모르고 신이 나서 간식을 먹기로 했다.
큰길가에 샌드위치랑 주스 파시는 분들이 엄청 많아서 아까 먹기도 했지만 한 번 더 샌드위치를 먹기로 결정.
수많은 가게들 중 동생한테 원하는 곳을 골라! 라고 했더니 선택 장애가 왔는지 한참을 빙빙 돌다가 간신히 한 곳을 골랐다.
스무디 종류도 엄청 많아서 고르는데 좀 힘들었다. 과일 종류도 많고 다 맛있을 것 같아.
동남아에서 얼음 먹으면 안된다던데 더워서.. 참을 수 없었다.
망고 + 패션푸르츠 스무디.
너어무 맛있었다. 상큼 달달. 패션푸르츠 너무 좋다.
샌드위치는 전에 먹은 것보다는 맛있지만 이것도 머리에서 팡파레가 터지는 맛은 아니었다.
티비가 우리의 기대치를 너무 올려놨어. 간식을 먹으면서 잠시 시내 구경을 했다.
근처에서 야시장이 열릴 예정이라 사람들이 슬슬 준비 중이었다.
길 한가운데 서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동생이랑 얘기를 했다.
야시장이 오픈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고 계속 돌아다니자니 너무 뜨겁고 더웠기 때문에 나는 쉬고 싶었다.
동생은 선셋을 볼 수 있는 산에 올라가고 싶다고 했는데 나는 너무 지쳐서 갈 마음이 없었다.
선셋이 몇 시냐고 했더니 5시 반이란다.아직 4시도 안됐는데 저 산에 올라가서 한 시간 반이나 있자는 거냐고 나는 싫다고 했다.
아마 우리가 에어콘이 빵빵하게 나오는 식당에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 이야기를 했다면 그냥 서로 즐겁게 웃으면서, 아 역시 취향이 너무 다른데~ 하면서 넘어갔을 내용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며칠동안 제대로 쉬지를 못해 너무너무 지쳐있는 상태였다.
거기다 날씨는 찐득거리다 못해 스팀이 되는 불쾌지수 100인 날씨.
둘 다 지친 상태로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대화는 어느덧 짜증되고 싸움이 되어버렸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한번 정도는 분명 싸우겠지,라고 예상은 했는데 이렇게 빨리 싸울 줄이야.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나는 쉬고 있을 테니 너는 갔다 오렴, 이라고 하면 간단히 끝났을 일을
왜 그 길 한복판에 서서 서로한테 짜증을 내고 있었는지 의문이지만
그 정도로 머리가 안돌아갔던 건가 싶다. 어쨌든 둘 다 제대로 삐져서 한마디도 안 했다.
동생이 단단히 삐진 얼굴을 하고 앞에서 걸어가는데 얘가 도대체 어디로 가는지 감이 안잡혔다.
- 야 어디 가는데
- 호텔로 돌아가자며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을 "야"라고 부르는 걸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이때 화가 많이 났었나보다.
심통이 나면 나도 모르게 저렇게 툭툭 던지고는 한다.
동생은 어릴때부터 삐지면 "언니"라는 단어를 스킵해버린다. ("(언)니"가 되어버림. 언은 묵음처리)
호텔에 돌아가자마자 나는 침대에 쓰러졌다. 둘다 짧은 시간 동안 입을 다물고 있으면서 머리를 좀 식혔다.
에어콘 바람으로 후덥지근 스팀 되었던 몸도 같이 식혔더니 조금 더 차분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
- 우리 오늘 내일 할게 엄청 많잖아.
- 나는 선셋 꼭 보고 싶어. 근데 가기 싫으면 혼자 갈 테니까 야시장에서 만나.
- 사람이 엄청 많은데 야시장에서 만나기가 쉽겠니?
- 난 가고 싶어. (고집)
- 나는 지금 산에 올라가고 싶지 않아.
- 그럼 나만 혼자 갈게.
- 그렇게 가고 싶으면 같이 가는게 나을 거 같아.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해 떨어지는데 따로 혼자 움직이는건 아니다. 그 대신 조금 쉬었다가 나가자.
- 콜
저 대화가 끝나고 나는 기절했다. 다음 정신을 차렸을 때는 동생이 나를 깨우고 있었다.
- 언니 일어나, 나가야돼.
아. 눈을 꿈뻑꿈뻑 뜨는데 진짜 너무 피곤했다.
산이고 뭐가 해가 떨어지던 말던 그냥 계속 자고 싶었다.
그치만 여태까지 기다리게 한 내가 너무 미안하니까 꾸물럭 거리면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자.. 나가보자...
핸드폰이랑 야시장 가서 쓸 돈도 잘 챙기고 아까 지나쳤던 산에 올라가기 위해 걸어 나갔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니 제대로 보이는 야시장 텐트들. 야시장을 뒤로하고 산 입구를 향해 터벅터벅 올라갔다.
계단을 한참 올라가 입구로 가니 입장료를 내라고 했다.
엥? 입장료요? 그것도 꽤 비싼 가격이라 솔직히 좀 어이가 없었다.
뭐 입구에 티켓 부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사람들이 서서 길목을 막고는 돈을 달라니 짜증이 났다.
누군데 여기서 입장료를 받는 거지? 나라에서 걷는 겁니까 시청 직원입니까 아니면 그냥 동네 사람들입니까??
전에는 그냥 올라간다고 하던데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니 입장료를 받나 보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네, 드리겠습니다 하고 돈을 줄 맘은 없었다.
피곤해 죽겠는데 돈까지 내고 올라가라고요? 됐어요..
동생은 계속 올라가고 싶어 했기 때문에 돈 줄 테니 나는 여기서 기다릴 테니 너는 갔다 오라고 했다.
근데 또 뭐가 맘에 안 들었는지 다시 툴툴거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자기도 안 올라간다고 했다.
뭔데.. 짜증 낼 거면 그냥 갔다 와라..
이미 한차례 싸움이 지나갔는데 둘 다 피곤하기도 하고 꽁한 마음이 다 풀리지는 않았기 때문에
어느덧 서운한 마음이 또 올라왔는지 둘다 다시 틱틱 대기 시작했다.
그냥 입구 쪽에서 (여기도 나름 산 중간지점) 지는 해를 봤다. 삐진 동생이랑 떨어져서 따로 봄 (..)
동생이 말한 대로 선셋은 멋있었고 위에서 봤다면 더 멋있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이걸로 만족했다.
입이 대빨 나와 툴툴 대는 동생을 최대한 달래려고
울루룰~ 아이고 우리 동생~ 하면서 야시장으로 내려갔다.
뭐가 사고 싶어~~ 맛있는 거 먹자~~ 하면서 최대한 달래 보았다.
라오스에서 야시장을 다 가봤는데 여행객들한테는 루앙프라방이 제일 좋고
생활용품 사기에는 비엔티안이 좋았다. 방비엥 야시장은 다른 곳을 들린다면 패스해도 문제없을 듯.
우리의 야시장 목표는 두 가지였다.
1. 동남아 스타일 옷/악세사리 사기
2. 저녁먹기
우선 쇼핑을 좀 하고 다음에 밥을 먹기로 결정한 뒤 열심히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야시장 자체는 작은 거 같으면서도 워낙 가게들이 빽빽하게 잇다 보니 구경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이곳을 3바퀴 정도 열심히 돌아본 결과 물건은 다 같은 곳에서 떼오는건지 다 비슷비슷한데 가격은 정말 천차만별이었다.
즉, 원하는 물건을 고르고 그냥 흥정을 열심히 하면 된다.
가끔 가격은 맞는데 원하는 옷 무늬나 색이 없는 경우 근처 찾아보면 금방 나온다. 보물찾기 하는 기분.
우리는 일부러 여기서 옷을 살걸 생각하고 짐을 적게 들고 왔기 때문에 남은 여행 동안 입을 옷을 사야 했고
쇼핑하고 구경하면서 흥정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중국에서 쇼핑할 때보다 훨씬 즐거웠다. 사람들이 좀 덜 사납다고 해야 하나.
색만 다른 랩스커트를 하나씩 지르고 땡볕에 익어가는 어깨를 가리기 위한 스카프,
동생은 은제품의 악세사리를 사기 위해 열심히 돌아다녔다. 귀여운 반바지가 있길래 잠옷 대용으로 하나씩 샀다.
보들보들하니 혹시 너무 추우려면 입으려고 산 긴바지는 프리사이즈라더니
다리에 조금만 힘들 줘도 허벅지가 터질 거 같아서 포기했다.
롱원피스도 하나 사고 싶었는데 맘에 드는 물건을 찾을 수가 없어서 한참을 찾아보다 포기했다.
아 아쉽다. ㅠㅠ 롱원피스 일부러 예산에 잡아와서 돈 있어요. 사고 싶은데 물건이 없다니...
한참을 구경하고 있는데 가게 주인분들이 한 아주머니한테서 국수를 사 먹는 게 보였다.
왜 그 시장 가면 가게 주인 분들 상대로 배달하시는 그런 느낌.
아주머니는 어깨에 음식을 지고 다니면서 장사를 하셨는데 (이럴 때는 마음이 참 잘 맞는) 동생이랑 쓱 쳐다보고
한번 먹어볼까? 하고 방금 음식을 산 사장님한테 여기 맛있냐고 물어봤다.
- 누들 굿?
- 베리 굿
- 이모님~ 깁미 원 플리즈
국수에다가 뭘 부려주시는데 라오스 말로 뭐라 뭐라 물어보시길래 그냥 에브리띵 하면서 팔을 휘적휘적 둥글게 그렸더니
이것저것 슉슉 섞어서 나뭇잎에 싸주셨다. 야시장 길 한복판에서 먹는데 나름 맛있었다.
약간 태국 팟타이 느낌인데 맛은 살짝 달랐다. 딱히 들은 건 없지만 1불이었으니 그런 거 따지지 말자.
애피타이저로 국수를 조금 먹었더니 위가 드릉드릉 시동을 거는지 배가 더 고파져서 식당이 잔뜩 몰려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야호, 기다리고 기다리던 라오스 먹방이구나!
식당거리를 한 바퀴 쓱 돌아서 우선 메뉴를 파악했다. 완벽한 발란스를 위해 고민을 해야 한다.
국수랑 바베큐, 쏨땀! 파파야 샐러드는 꼭 먹어야지.
바베큐를 시키기 전 그 옆에 계시던 아주머니한테 가서 쏨땀을 시켰다.
주문하자마자 (살면서 처음 본) 그린 파파야 껍질을 슈슈슉 깐
다음 오이랑 다른 채소들을 통에 넣고 드레싱을 입혀서 주신다.
우리 차례가 돼서 바로 앞에서 기다리는데 갑자기 엄청난 나이프 스킬을 선보이셨다.
마치 탑 셰프가 방송에서 잘난 척하려고 일부러 칼 안 보고 딴 데 보면서 칼 가는 모습.
방송으로 볼 땐 주접이야; 이랬는데 여기는 진짜 고수다 고수.
동생이랑 둘이서 오오오, 거리면서 신기해서 계속 쳐다봤다.
킬링 포인트는 아줌마가 여러 명 주문까지 동시에 받으시느라 자기 손을 안 쳐다보면서
샤샤샤샥 써시는데 통에 슐슐 떨어지는 것.
그 안에 땅콩이랑 토마토, 줄기콩 도 같이 넣어서 조물조물 무쳐주신걸 봉지에 받아왔다.
예상도 못한 꿀잼을 직관하고 바베큐를 사러 옆으로 넘어갔다.
나는 돼지 등갈비가 먹고 싶었는데 동생은 강에서 잡아 왔다는 생선이 먹고 싶었나 보다.
저 생선.. 생선이 문제였다.
일단은 우리 둘이 먹기에는 사이즈가 너무 컸다. 둘이 열심히 먹어도 다 못 먹고 남겨서 버릴 각.
뭐 조기나 고등어 사이즈라면 그냥 한번 먹어보자~ 이랬을 텐데
어디서 또 회를 뜨면 중짜는 거뜬히 나올 만한 생선에 꽂혀서는..
둘째로는 이 동네 강에서 잡아왔다는 저 생선이 과연 먹어도 안전한가에 대한 의문과
민물고기는 비린내가 안 날 수가 없기 때문에 나는 계속 반대를 했지만 동생은 저 생선이 무조건 먹고 싶다고 했다.
- 생선!! 생선 먹겠다고!
(지금 이거 쓰면서 다시 저 때 황당함이 막 올라온다. 지가 미운 3살이야 뭐야...)
가격이 싼 것도 아니고 저걸 시키면 분명 얼마 먹지도 못하고 버릴 텐데 (평소에도 냄새난다고 해산물도 가림)
왜 굳이 저걸 시켜야겠냐고동생한테 뭐라고 했더니 그게 또 서러웠나 보다.
산도 못 올라가게 했으면서 먹는 걸로 뭐라고 한다면서 끝없이 툴툴 대기 시작했다.
나는 올라가라고 했다. 지가 안 간 거지.
그래 그럼 나는 먹을 맘이 없으니 너 혼자 남기지 말고 다 먹어라,라고 잔소리를 한 뒤 생선을 시켰다.
쟤가 저걸 다 먹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1도 없었다.
그렇지만 단순히 "경험 삼아" 한두 입 먹고 남겨서 버릴게 뻔히 보이는데
이상하게 억지를 부르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더 뭐라고 했다.
저 생선이 라오스가 아니면 평생 먹을 수 없는 생선도 아니고 지가 생선을 너무 좋아해서 지금 꼭 먹고 싶은 것도 아니면서.
그치만 동생은 자기가 또 언제 와서 이 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먹겠냐며 쭝얼쭝얼 대기 시작했고
그래 니 입에 넣는 순간 너는 비린내에 후회를 하게 될 거다,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동생의 입맛을 잘 알기 때문에 말린 건데 끝까지 말을 안 듣고 시켜서 받더니 결국 한두 입 먹고는 더 이상 먹지 않았다.
이 자식아 내가 뭐라고 했어. (이꽉물)
세 번째 메뉴는 까오쏘이.
라오스에 유명한 국수로 까오삐약이랑 까오쏘이 중에 우리는 까오쏘이로 시켜보았다. 그나저나 이름들이 다 너무 귀엽다.
양념 고기가 올라가 있고 다른 야채들을 잔뜩 넣어서 먹으면 정말 맛있다.
약간 해장국 느낌도 나고 둘 다 이거 어디서 먹어본 맛이다, 하면서 맛있게 잘 먹었다.
허브 종류도 좋아하는 우리는 다 때려 넣고 줄기콩도 잔뜩 넣은뒤 라임을 전부 뿌렸다.
여기 라임은 덜 시고 더 달다. 씨도 별로 없고. 너무 좋아.
돼지갈비는 딱 예상한 그 맛이었다 = 맛있음.
근데 이날의 베스트는 쏨땀이었다. 와. 진짜 입에 챡챡 감기는 맛이었다.
아무래도 피쉬소스가 들어가서 액젓? 싫어하는 사람이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
감칠맛이 팡팡 터지고 상큼하면서 중간중간 씹히는 땅콩이 완전 꼬소했다. 후.. 솜땀.. 너란 녀석.
피곤했는데 야시장도 열심히 돌아다니고 이제 배까지 부르니 슬슬 몸이 다시 쳐지기 시작했다.
- 너 빨리 생선 다 먹어. 치우고 가게.
(안먹을거 아는데 덩달아 같이 유치해짐)
- 안 먹어
(와 동생 삐진 표정 싱크 150%..)
- 담부터는 말 들어라.
끝까지 생선으로 잔소리를 좀 했더니 (저녁먹자마자 혼남) 제대로 삐졌길래
달래줄 겸 디저트를 사서 호텔로 돌아가자고 했다. 나는 디저트 종류 안좋아하는데 얘는 엄마닮아서 환장한다.
너가 원하는 걸로 사주겠다 (경비는 둘이 반씩 모아서 온건데 돈관리를 내가 하다보니 내돈 같음) 라면서
동생을 달래면서 호텔쪽으로 걸어가는데 방송에서 봤던 코코넛빵이 나왔다.
아 우리 동생 코코넛도 좋아하고 빵도 좋아하지~ 코코넛 빵 사가자~~
코코넛 반죽을 겹쳐 동글동글하게 구워주는데 5개에 5천낍이었다.
코코넛맛 + 느끼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환장할 맛이었다. 샌드위치보다 이게 훨씬 맛있었다.
- 과일도 먹고 싶어
- 오 그럴까~ 과일 먹을까?~
근처 과일 카트가 있길래 가서 뭐가 먹고 싶니~ 해서 망고만 한팩을 사왔다.
코코넛빵과 망고를 손에 쥐고 (너무 마음에 든다며 바로 지른) 코끼리 은발찌를 차본 동생은 기분이 좀 풀렸는지
호텔로 돌아와서는 좀 얌전해졌다. 역시 맛있는 걸 먹으면 안되던 것도 다 풀려.
더이상 에너지가 1도 남아있지 않던 나는 너무 피곤해서 망고는 내일 먹자면서 뻗어버렸다.
내일은 새벽에 탁발을 봐야했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 일어나기 위해 알람을 여러개를 맞춰두었다.
동생도 피곤했는지 금방 누웠고 드디어 엄청 길었던 하루가 끝이 났다.
Expense list
- 긴바지 2개 4만5천낍
- 랩스커트 2개 5만5천낍
- 반바지 2개 2만낍
- 팟타이 같은 국수 5천낍
- 저녁 total 8만낍
- 패트병 물 6천낍
- 코코넛 빵 5천낍
- 망고 한팩 1만낍
- 은발찌 (진짜 은이라 동생 개인돈으로 사서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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