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Log/Asia

동남아 여행: 호치민, 베트남 2

Dulcet. 2022. 8. 18. 23:04

 

 

 

 

(사진에서 느껴지는 습함)

 

 

처음 가는 동네다 보니 혹시라도 늦을까봐 걱정 했는데 시간 딱 맞춰서 잘 도착했다. 기분 업. 

근데 얘네들이 보이지를 않네. 제대로 온게 맞나 지도를 한번 더 체크하고 좀 더 기다리다가 연락을 했다. 

- 어디니 

- 가는 중

 

아 이것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더니 외국에서도 늦네. 

너무 더워서 기다리기도 힘들었다. 저 멀리서 A와 B가 천천히 걸어오는게 보였다. 뛰어라!! 

A는 살이 좀 빠졌는지 훨씬 건강해보였는데 B는 거지꼴을 하고 있었다. 

 

 

 

 

 

어머 쟤 뭐야.

왜 머리도 안자르고 수염도 기르고.. 홈리스처럼 하고 있냐. 

 

- 너 그런.. 상태로 출근해도 괜찮아? 

- 응? 출근 할 때는 셔츠랑 바지 입지! (이날도 바지는 입고 있었음.. 오해하지마세요) 

- 아니 얼굴. 무슨 일. 당신의 얼굴.. 

- 쿨한 스타일

거지스타일이겠지. 누가 봐도 거지꼴이었다. 

 

그치만 둘다 다시 봐서 정말 반가웠다. 대학원 내내 붙어있다가 몇년만에 보는 얼굴들. 

우선 더우니까 들어가서 얘기를 하자고 식당안으로 들어갔다. 1층은 자리가 하나도 없었고

2층으로 올라갔는데 엄청 넓은 자리에 안내를 받아서 널널하게 앉을 수 있었다.

근데 2층은 우리가 처음이었는지 에어콘을 안켜둬서 너무 더웠다 ㅠㅠ. 

직원분께 에어콘 좀 켜달라고 부탁드리고 메뉴를 열심히 읽었다. 

 

 

 

 

 

아휴 민소매 입고 나오길 다행. 민망할뻔 했다. 

 

베트남에서 살만 한지 물어보니 동남아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A는 나쁘지 않다고 했으나 

외국에서 사는게 처음인 B는 계약 끝나면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도 여기 식당 음식이 엄청 맛있다면서 추천하는 메뉴들로 쫙 시켰다. 

동생은 친구들을 만나는게 처음이라 어색할까 걱정했는데 셋다 워낙 인싸 스타일이라서 금방 어울렸다. 

셋다 극강의 Extrovert.. 

 

 

 

 

 

 

수박 주스! 땡모반, 워터멜론 주스 등등. 이 수박주스는 동남아 여행 내내 동생과 땔래야 땔수 없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심지어 입에 무언가를 넣는 순간 화장실로 달려가게 만든 설사병 조차 동생과 수박주스를 떨어트릴수 없었다. 

얼음을 먹지말라고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도 동생은 듣지를 않았고 

수박주스만 보인다하면 족족 사먹고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쏟아냈다. (이럴거면 주스를 변기에 부어라.)

동생은 "바로 내보내는 한이 있어도 수박주스는 보일때 마다 먹겠다"면서 거의 이주일 넘게 생고생을 하다가 간신히 적응했다. 

 

어쩃든, 이 집 수박주스는 수박을 갈아서 만든건 아니지만 굉장히 가볍고 상큼해서 좋았다. 

B는 무슨 차 종류를 시켰는데 달게 해줄까 라는 직원의 질문에 노노를 몇번이나 말하면서 안달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직원이 가고 나서 하는 말이 여기는 달게 해달라고 하면 당뇨를 컵에 서빙해주는 맛이 나온다고 한다. 

설탕을.. 많이 넣어주나보네.. 

 

 

 

 

 

 

작은 새우 팬케이크 같았던 요리. 돼지고기랑 새우가 있는데 둘다 맛있었다. 

 

 

 

 

 

 

동생과 나를 다시 한번 사랑에 빠지게 만든 반쎄오. 베트남 좋다. 

야채에 쌈처럼 싸먹는데 너무 맛있었다. 이때 처음 먹고 그 뒤로 열심히 먹지만 역시 현지에서 먹는 걸 이길수가 없나보다.

안에 들어있는 새우랑 코코넛 (이게 찐임)이 너무 좋았다. 

 

 

 

 

 

 

뒤에 아련하게 하나 남은 스프링롤. 나오자마자 먹느라 사진을 찍을 새도 없었다. 

전체적으로 간이 슴슴하다고 해야하나? 생각보다 자극적이지 않고 전체적으로 발란스가 잘 맞았다. 

엄마가 좋아할 스타일. 

고기, 해물이랑 쌀 베이스의 탄수화물에 허브랑 야채가 잔뜩 있다. 

메인을 뭘로 시키던 야채가 한가득 따라나온다는 점이 정말 맘에 들었다. 

 

 

 

 

 

 

이날 점심만 먹고 헤어질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같이 시내 구경을 다니자고 했다. 

나야 좋지만 별로 없는 쉬는날 맨날 보는 동네를 돌아다녀도 되겠냐고 물어보니 시간이 많단다. 부럽네. 

 

 

 

 

 

 

아까 들리려고 했다 못간 북카페거리로 갔다. 거리 하나가 카페랑 작은 상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니 근데 얘네들은 왜 이 더운날 오픈카페... 에어콘도 없는데 밖에 앉아있기도 뭐해서 그냥 음료를 들고 나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걸어가는 도중 들린 거북이 호수? Turtle rock 뭐시기에 가서 사진도 하나 찍고, 

여기가 뭐냐고 물어봤더니 자기들도 모른다고 한다. 근데 요새 대학생들이 밤에 나와서 술먹는 핫플레이스라고 알려줬다. 

아니 그런거 말고.. 지식을 원한다.. 역사라던지.. 뭐 그런거

 

 

 

 

 

 

좀 돌아다니다가 반미 이야기가 나왔다. 마침 A랑 B가 제일 좋아한다는 반미집이 근처에 있다고 해서 먹으러 갔다. 

점심 먹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괜찮다. 많이 걸었으니까. 괜찮아. ^^ 예압.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아직 오픈 전이라 문앞에서 한 십분 정도 기다렸다. 

우리 뒤로 순식간에 줄이 생기는걸 보니 여기는 찐이군 이라는 기대감이 퐁퐁 차올랐다. 

사람들이 엄청 와서 다들 반미를 사가는데 베트남어를 1도 못하는 우리는 그냥 반미 원!을 외치고 돈을 냈다. 

 

엄청 큰 통안에 있는 바게트를 오븐에 살짝 댑혀서 그 옆에 있던 직원분이 받아서 

그 안에 버터인지 마요네즈인지를 바르고 여러가지 종류의 파테와 고기 등을 넣어서 옆으로 넘기면 

그 옆에 계시는 직원분이 고수랑 슬라이스된 고추를 넣고 주신다. 

무슨 공장에 와있는 느낌으로 챡챡챡 만들어졌다. 

마지막으로 계산대 앞에서 반미를 받아 앞에 있는 핫소스 같은걸 원하는 만큼 뿌려서 가면 완성!

아무리 걸어다녔어도 소화가 다 되었을리는 없으니 동생이랑 반씩 나눠서 먹기로 했다.

자 이제 먹을 장소를 찾아야해. 덥기도 하고 서서 먹고 싶지 않았다. 

 

 

 

 

 

 

근처 음료수를 파틑 가게에가서 엄청 큰 금귤보바티를 사서 같이 먹었다. 

크... 빵도 맛있고 토핑도 다 맛있어.. 

배가 조금만 덜 불렀어도 하나씩 다 먹었을텐데 더 못먹는게 아쉬웠다. 

애들이 고추가 엄청 맵다고 난리를 치길래 아니 뭐 얼마나 맵다고~ 했는데

작은 조각이 입술에 닿은 순간 벌에 쏘인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야 이거 매운 수준이 아니고 아픈데?? 이거 먹으면 내 위 빵꾸난다..다 빼버렸다. 

근데 그 사이에 매운게 빵에 흡수됐는지 매운맛이 계속 맴돌았다. 

고기 잡내를 잡기 위해 넣은걸까 싶었는데 이정도라면 인간을 잡겠다 ^^.. 

 

 

 

 

 

 

동생이 가보고 싶다던 아파트를 개조해 만든 쇼핑몰에 가보기로 했다. 

자기들도 가본적 없다고 같이 가자고해서 다같이 쭐래쭐래 걸어갔다.

겉에서 봤을 땐 으스스한 아파트 같았는데 건물 안은 아기자기하니 예쁘게 잘 꾸며놨다.

 

 

 

 

 

 

 

각각 집이었던 곳에 옷가게, 식당, 카페 등이 들어가있었다. 

층마다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면 되는데 무슨 영화의 한 장면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동생과 A는 둘다 신이 나서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어제의 피로가 풀리지 않은 나는 보이는 벤치마다 가서 앉았다. 

으아. 호텔가서 눕고 싶다. B도 쫓아다니는게 지겨웠는지 나랑 앉아서 이런저런 수다나 떨며 기다렸다. 

 

A랑 B는 둘다 가식이 없다. 너무 직설적인 경우도 많아서 성격 상 잘 안맞는 동기들도 있었지만 

빈말을 거의 안하고 왠만하면 두루두루 잘 어울린다. 이번에도 그냥 점심이나 같이 먹을까 한건데 스케쥴까지 비워놓고 

우리랑 같이 어울려주느라 온갖 시내를 누비고 다니는 걸 보면 내가 좋은 친구를 만났구나, 라는 뿌듯함이 든다. 

나이를 먹을 수록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더 나아가 친구가 되기는 쉽지가 않은데 

이렇게 좋은 인연이 생기면 즐겁고 감사하다. 

 

구경을 끝낸 A와 동생이 다른곳으로 가길래 이제 어디가지? 좀 쉴까? 라고 했더니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또..? (아 이게 엄마가 나랑 여행할 때 느끼는 기분일까..)

우리도 잘 먹는 편이지만 얘네들은 진짜 잘먹는다. 

그치만 다들 딱히 배가 고픈 상태는 아니라 우선 루프탑 바에 가서 술이나 한잔씩 하기로 했다. 

 

 

 

 

 

 

루프탑으로 가는 길, 건물 사이 작은 틈에 걸려있던 그림들.

저 작은 골목에서 여러가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여기 루프탑 바는 현지인들도 외국인들도 엄청 많이 온다고 했는데 이 날은 거의 다 외국인들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날씨가 흐릿흐릿 해지더니 결국에는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일부러 밖에 앉았는데 어쩔 수 없이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무들과 오래된 건물들 사이사이에 있는 베트남 느낌의 장식들, 꽤 멋진 곳이었다.

 

 

 

 

비는 소나기였는지 와르륵 쏟아지더니 밤이 되니 금방 멈췄다. 

맥주만 조금씩 마시다가 저녁을 먹기위해 밖으로 나와서 금은방? 같은 곳에 들려 조금 더 환전을 했다. 

왜 타코를 먹으러 갔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식 퓨전 타코집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나는 퓨전이라는 스타일을 그닥 선호하지 않는데다가

지칠대로 지친 몸이 슬슬 셧다운 중인지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상태라서 그냥 앉아있었다. 

 

이쯤되니 너무 피곤해서 빨리 쉬고 싶었는데.. "너네 그만 가야되지 않아? 내일 출근하잖아" 했더니 아직 시간 많단다. 

얘두라 좀 가라...

 

 

 

 

 

마지막으로 근처 draft beer 펍에 왔다. 여기 윙이 엄청 크고 맛있었다. 

속이 안좋은데 술 더 마시면 안될 것 같아서 과일주스를 시켰다. 

점심때부터 거의 밤 10시까지 놀아준 A랑 B 덕분에 하루를 엄청 열심히 보냈다. 

사실 우리끼리 있었으면 아마 오후 3시에 숙소 침대에 누워서 하루를 보냈을지도 모른다. 

 

 


 

다시 공항 가는 날, 새벽비행기를 타야했기 때문에 미리 짐을 싸두었다. 

호텔 택시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나 했는데 그냥 우버를 불러서 갔다.

픽업온 운전자가 너무 어려보여서 걱정을 하고 fast and furious를 찍는 덕분에 걱정 2번하고

이러다가 사고 나는거아니냐 덜덜, 벨트를 붙잡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차에 타면 참 잘자는 동생은 엉덩이를 붙이자마자 기절했다. 

드렁드렁 코를 고는 동생의 이쁜 얼굴을 보면서 정신차리라고 깨워버릴까 했는데 

배가 고프거나 피곤하면 3살짜리 땡깡은 저리가라 할 정도의 온갖 짜증땡깡을 부리는 동생을 잘 알기 떄문에 그냥 냅뒀다.

나도 자고 싶었는데 둘다 잠들면 어디 팔아 넘기는거 아니냐 무서워서 못자고 gps를 열심 지켜봤다. 

 

다행히 공항에는 (무서운 드라이빙 덕분에 엄청나게 빨리) 잘 도착했고 문제 없이 티케팅까지 끝내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베트남에서 라오스로 넘어가는 일정인데 중간에 말레이시아에서 stop over가 있었다. 

악명 높은 에어 아시아가 갑자기 캔슬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잘 도착해서 루앙프라방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에어아시아의 딜레이는 애교고 캔슬 한두번은 그냥 웃으면서 넘겨야 된다는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서 덜덜 떨며 예약했다. 

보딩 전에 공항 의자에 앉아서 다시 기절을 하는데 갑자기 꺄아아악 하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뭐야!! 뭔데, 뭔데? 

 

 

둘다 너무 놀라서 (테러일까봐) 주위를 둘러보는데 비명소리의 원인이 우리 앞을 지나갔다. 

웬 한국 아이돌이 지나가는데 팬들이 공항에 나와 소리를 지르고 있던 거였다.

아 나, 공항 테러인줄 알았잖아!! 긴장이 쫙 풀리면서 의자에 철푸덕 쓰러졌다.

아 진짜. 너는 돈도 많이 벌텐데 왜 이런 새벽비행기를 타고 그러니..

이 아이돌은 정말 누가봐도 "저는 한국의 K-아이돌입니다"라는 스타일로 우리 앞을 바로 지나갔는데 

끝없는 비명소리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와서 그냥 좀 빨리 지나갔으면 했다. 

누군지도 모르고.. 머리는 아프고.. 빨리 나가라. 임마.. 

보디가드 여럿을 대리고 게이트를 지나가자마자 갑자기 엄청 조용해졌다. 

와 누가 음소거 버튼 누른 거 같아. 이때까지는 동생 무릎을 베고 있었는데 불편하다고 더이상 허락해주지 않았다. 흑흑. 

 

주섬주섬 앉아서 여태까지 찍은 사진들을 보는데 배가 슬슬 고파왔다. 음, 야식/이른아침 타이밍인가.  

거기다 비행기는 아니나 다를까 딜레이가 되서 둘이 공항을 열심히 돌아다니는데 시간이 어정쩡해서 오픈한 식당이 별로 없었다. 

생각해보니 베트남 와서 월남국수를 먹지 않았네? 나 완전 실망인데?? 

다행히 공항 2층에 오픈한 가게 중 하나가 국수 집이었다. 

시간 상 메뉴는 하나만 가능한데 소고기 pho라고 하길래 감사하며 2개를 시켰다. 

 

 

 

 

 

 

아름다워. 잘먹겠습니다 

 

 

 

 

 

 

미미. 미친맛. 와. 

국수가 진짜 부드럽고 탱탱했다. 생면이라 그런가??? 

여기 라임은 덜 시고 과즙이 팡팡이었다.

 

 

 

 

 

아니 무슨 공항 월남국수 수준이 이정도야. 그럼 맛집 가면 무슨 맛이냐. 

베트남은 다시 올거니 그때는 월남국수를 꼭 먹으러 가자고 둘이 이야기를 하면서 흡입했다.

공항 안이 너무 추운데다가 몸도 피곤했는데 뜨끈한 국물을 먹으니 너무 좋았다.

둘이서 열심히 먹고 보딩시간에 맞춰 게이트 앞으로 갔다. 

호치민은 살짝 에피타이저 같은 느낌이었다. 이제 제대로 여행을 즐기러 라오스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