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일을 하다가 다시 대학원에 갔다.
한 번 탈출했는데 셀프로 다시 기어들어감. 이상하다.... ^^..
분명 도망쳐나오듯 졸업하고 ‘에잇 다시는 안해’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내 착각인가?
어찌됐든, 다시 학생 신분으로 돌아가려고 하니 또 뭐 이것저것 챙겨야할게 많더라.
아 요새 뭐 이렇게 바라는게 많은가. 뽑아놓고 신경도 안써줄꺼면서~ 투덜투덜 거렸지만 입학하고 싶으면 하라니 해야지 뭐.
칼을 뽑았으니 무라도 썰어야하지 않겠는가!! 라는 마음으로
당시 그지같은 사람때문에 일에서 이리저리 치여가며 퇴근해서 대학원 시험 공부를 하고 (이게 진짜 힘들었다),
자소서에 너네 학교가 왜 나를 뽑아야하나에 대해 구구절절 쓰고 (정말 싫음),
한동안 건드리지 않았던 이력서를 업데이트해서 필요한 모든 서류 패킷을 준비했다.
그 다음은 어느 지역에 있는 학교로 갈 것인가를 추리는 일.
아 물론 하바드 척척박사~이러면 지역이고 나발이고 그냥 거기가겠지만 내 케이스는 아니기 때문에 고민이 필요했다.
대학은 몰라도 대학원 같은 경우는 어디 지역에 있는지 잘 생각해서 가는게 내 경험 상 중요하다.
특히 미국 같은 경우는 땅이 워낙 넓다보니 각 주마다 사람들이나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본인이 학위 받고 졸업 할 때까지 “내가 그곳에서 n년 (+취직)을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 봐야한다.
LA나 뉴욕처럼 한인타운이 있는 대도시는 좀 버틸만 한데 대신 물가가 미쳤다.
학비 또한 비싼 곳이 많아서 장학금이 어느정도 나온다고 해도 전체 비용 때문에 금방 빚쟁이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중간 쪽이나 밑에 쪽은 물가는 버틸만 한데 밥먹다가 돌아보면 나만 동양인일 수 있고,
또 백인들 위주로 돌아가는 시스템 안에서 버티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거기다 그 동네에서 취직까지 하려면 머리 아픔.
나도 고민고민을 해서 몇군데로 추려 패킷을 보냈다. 나머지는 그냥 기다리는 일.
준비 하는 내내 너무 힘들었지만 직장인이라서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스스로 돈을 벌다보니 application fee를 내는데 걱정을 안해도 되는 것.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을 수도 있지만 지금보다 한참 어릴 때 대학 입학서류 비용을 마련하는게 정말 큰 스트레스였다.
학비는 둘째치고 합격 확률을 높히려면 여러군데 서류를 내야되는데 fee waiver는 몇군데만 나오고
당시 집이 너무 가난해서 차마 부모님한테 내달라고 말을 꺼낼 처지가 아니었다.
그때도 알바를 하고 있었지만 이미 생활비의 일부로 사용하고 있어서 한번에 큰 금액을 쓰는게 부담이었다.
사립은 원서 fee waiver를 줘도 학비가 감당이 안되니 빠르게 포기하고 (이게 차라리 마음도 편하다)
공립에서 추리고 추려 씁쓸하게 이게 현실인가보다 하면서 몇군데만 보냈던 기억이 있다.
가끔 '저때 다른 곳에 원서를 넣었으면 훨씬 좋은 대학을 갔을까?' 라는 생각이 종종 들기도 했다.
이번에는 저런 스트레스는 없어서 다행이었다. 우선 다 보내봐!!
사람마다 공부복이라는 것도 있다면 나는 태어날 때 그 복을 maximum으로 타고 난 듯 하다.
이번에도 당당히 합격 목걸이와 함께 대학원생 2회차를 달리게 되었다.
아 진짜 처음 합격 소식을 받았을 때는 '정말 이번을 마지막으로 내 뇌를 불살라 공부 해 보겠다'
이런 마음이었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공부하다 죽을 것 같았다.
.. ^^.. 머리가 안돌아가..
카페인을 보급해주고
안되겠다 싶으면 틈틈히 낮잠도 자고 (뇌가 버티다가 피곤해서 기절)
달달한 걸로 열심히 버텼다.
그지같이 비싼 교과서인데 이런거 틀리면 기분이 안좋거든요..
저때 까지 지구가 버텨줄 수 있을까.
건강검진 하고 왔는데 위염 때문에 커피를 줄이라고 했다.
이놈의 건강검진은 할 때마다 커피를 줄이라네. 분명 대학원 1회차 때도 들었던 것 같은데..
의사쌤한테 "쌤은 의대생때 커피를 줄이라면 노프라블럼하고 줄이셨을까요..”라고 물어봤더니
묘한 표정으로 그래요.. 최대한 줄여보세요...라고 하셨다. 커피는 포기할 수 없어요.
커피를 줄인다고 그닥 좋아지지 않을 것 같은게 어느 순간 주식이 되어버린 배달 피자.
맛은 둘째 치고 그냥 살려고 먹는다. 나는 죽어가는데 저 아저씨는 뭐가 저리 신나있는 건가. (해가 갈 수록 화가 많아짐)
너무 힘들어질 때는 친구들 멍멍이를 봐주거나 같이 공원에 놀러가서 힐링을 했다.
귀여운 멍멍이가 나한테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고!! 보세요!! 울컥.
조금 빨리감기를 하자면 공부 열심히 해서 졸업했다. 또 다시 탈출 성공.
그리고 저는 다시 직장인이 되었답니다.
이게 해피엔딩이 맞는 건가 싶은데 맞는 것 같아요. 확실치않음.
제대로 기록한게 아니라 기억이 뜨문뜨문하지만 뭔가 나오는데로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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