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 뉴욕은 짧은 거리라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 왔다갔다 하는게
더 귀찮을 것 같아서 일부러 기차로 예약했다.
큰 문제 없이 기차역에 도착해서 짐 검사하고 워싱턴에서 나와 다른 동네로 넘어가는데
깜짝 놀랄 정도로 관리가 안되고 있었다. 전 포스팅에서 동네 홈리스 다 모아서 어디로 보내나 싶었는데
워싱턴에서 못 본 홈리스들을 다 정말 내보낸건지 텐튼도 엄청 많았고 건물들도 관리가 안되서 다 망가지고 있었다.
시티 리밋을 하나로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조금 충격적이었다.
기차는 큰 문제 없이 편하고 안전하게 잘 도착했다.
뉴욕입니다 (짠) 이것이 동부의 냄새인가. 킁카킁카. 아 근데 너어어어무 추웠다.
그렇다 뉴욕의 겨울은 추웠다. 워싱턴에서도 꽤 추웠다고 생각했는데 뉴욕은 진짜 장난이 없었다.
겨울의 동부는 이렇게 춥구나. 너무 더운곳은 땀이 막 나서 문제지만 너무 추운곳은 눈물이 줄줄 난다.
심지어 이때 겨울 부츠대신 컨버스를 신었는데 몰아치는 눈보라에 신발은 축축해졌고
그대로 얼어서 양말이 아이스팩이 되어갔다.
어떻게든 버텨보려 덜덜 떨면서 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꽁 노래를 부르면서 뉴욕 시내를 누볐다.
엄마가 시끄럽다고 조용히 하라고 할 때까지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뉴욕에 왔으니 쉨쉨버거를 먹어봐야지. 호텔에 체크인하고 저녁으로 햄버거를 먹으러 갔다.
오리지널이랑 포토벨로 버섯 버거. 감튀랑 음료수.
저녁시간이라 사람들이 많아서 테이블에 합석을 해야했다.
훈훈한 여행객 두명이랑 같이 앉게 되었는데 주문하러 갔다 왔더니 어느새 엄마랑 친해져서 셋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다.
- 무슨 얘기해?
- 얘네 유럽에서 왔대~
이열.. 우리 엄마 파워 인싸신듯...
고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버섯버거도 맛있었다. 포토벨로 구우면 고기맛난다.
진짜에요. 위에 모짜렐라까지 얹어서 구워먹으면 쥑임. 채식할 떄 먹으면 고기 안부럽다.
뉴욕이랑 워싱턴은 분위기가 달랐다. 더 도시적이라고 해야되나 인상 팍팍하다고 해야되나.
뉴올리언즈처럼 강렬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도시 저 도시 돌아다니다 보니 각 도시마다 나름 매력이 보이는 것 같아 미국 여행도 즐겁다.
뉴욕 건물들이랑 모던함, 패션 등 뉴욕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풰션피플을 보지는 못했다.
Grand central Station.
엄마랑 이 장소가 나왔던 영화들에 대해 얘기하면서 수다를 떠는데
밑에서 갑자기 장비 풀 착용하신 경찰 분들이 막 올라오기 시작했다. 뭐여. 무서워.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쫀다.
마치 운전 할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옆에 경찰차가 슥 오면 급 쪼는 그 기분?
경찰이 무서운건지 벌금이 무서운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쫀다.
도대체 뭔일이래 하면서 보다보니 위층에 있던 남자 한명을 체포하려는데 반항하니까 일이 커진듯했다. 웅성웅성.
주위 사람들도 하나씩 피하기 시작하고 영화 촬영인가? 하다가 나중에는 수갑채워 연행되는 사람보고 엇 실제인가보다 하고 놀랐다.
다시 밖에 나와서 다음 곳으로 향하는데 밖에 아이스 링크가 있었다. 얼마나 추운지 그냥 길바닥에 아이스링크가 있군.
- 엄마! 우리 같이 탈까?
- 안돼. 자빠지면 뼈 뿌러져.
- 오키..
지나가다 화장실이 너무 급해서 후다닥 들어간 박물관.
들어간 김에 박물관 구경도 하고 나왔다.
멋진 건물들을 보다가 센트럴 파크에 가보기로 했다. 하도 영화에서 많이 봐서 그런지 내적친근함.
우리도 가서 커피에 베이글을 사서 벤치에 앉아 먹어보자~
베이글은 개뿔. 얼어 뒤지는 줄 알았다.
추워서 사람도 하나 없었고 펑펑 날리던 눈보라와 함께 내 멘탈도 같이 날아갔다.
진짜 미친듯이 추웠다. 조금만 걸어도 눈에서 눈물이 펑펑 나왔다. 겨울에는 올곳이 아니군.
얼어 죽을 것 같아서 호텔로 다시 돌아갔다.
피곤하니 일찍 쉬려고 했는데 이런 미친. 우리 방 난방 시스템이 고장남.
밖에 눈보라가 치고 있는 데요?? 이날씨에 난방이 안되면 뉴욕에서 내가 곱게 들어갈 관짝을 찾아보라는 건가요?
프런트에 내려가서 엄청 컴플레인 했는데 이날 완전 풀 부킹이라 옮길 수 가 없고 다음날 바로 옮겨준다고 했다.
오늘 밤에 입 돌아가면 어떡하라고..?
환불하자고 그냥 다른데 가겠다고 쌩쑈를 해서 방을 바꿨다.
그냥 우리가 낸 돈보다 더 좋은 방이라서 바꿔줄 마음이 없었나보다.
Day 2,
다행히 다음날은 날씨가 좋았다. 해가 떴다!
눈이 안온다고 막 덜 추운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길바닥이 축축하지는 않으니 다행이었다.
오래된 건물들. 엄마는 하늘이 가려지는게 답답하다고 하셨는데 나름 매력이 있었다.
아침은 호텔 조식으로 간단하게 먹고 9.11 Memorial을 보러 갔다. 구멍이 뻥 뚤려있던 메모리얼 현장. 사진이 없다.
티비로만 보던 곳에 직접 왔더니 느낌이 묘했다.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수 밖에 없구나.
새로 트윈타워를 짓는다고 하던데 다 끝났으려나?
점심시간이 넘어서까지 한참 돌아다니다가 호텔로 돌아와서 잠시 쉬었다.
이날 나는 아침부터 뮤지컬 lottery를 신청했는데 라이온킹은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데 안뽑혔고
나머지는 오후 시간에 직접 가서 도전해야 했다. 뉴욕에 오기 전부터 엄마한테 브로드웨이가서 뮤지컬을 보자고 했는데
엄마는 반응이 뭐 봐도 그냥 안봐도 그냥 이라 일부러 운명에 베팅을 해보려고 lottery가 되면 보러 가고 아니면 딴 걸 하기로 했다.
극장 앞에 시간 맞춰 가서 이름을 넣고 기다리면 된다.
- 엄마: 아마 안될꺼야 이런거 잘 안돼더라
- 나: 혹시 모르니까 해보는거지. 이런것도 다 경험인디.
뽑기 시작되고 이름이 줄줄 나오는데 내 이름은 없네.
우리도 살짝 반포기 상태로 기다렸다.
마지막인가 마지막에서 두번째로 내가 뽑혔다.
그렇다 우린 해냈다.
내 이름을 부르길래 Here!! 히어어어어어어어얼ㄹㄹㄹㄹㄹ!! 을 외치면서 앞으로 튀어나갔다.
로터리 티켓은 인당 2개를 살 수 있고 캐쉬로 사야하기 때문에 현금을 챙겨가야 한다.
오케스트라 석을 $30 씩 주고 샀다.
음화하하핫. 내 일년치 운을 여기다 쏟아 부었나보다.
티켓도 확보했겠다 남은 시간동안 타임스퀘어를 보러 가기로 했다.
너어어어무 추워서 둘이 후딱 셀카만 찍고는 저녁을 먹으러 갔다.
엄마가 뜨끈한 국물이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근처 일식집을 급하게 찾았는데
막상 찾아서 간곳은 엄마가 보시더니 들어가기 싫다고 하셔가지고 (..) 조금 더 걷다가 옆에 있는 집에 들어갔다.
엄마는 야채우동,
나는 돈코츠 라면. 라면이 더 맛있었다 ㅎ.
밖에서 덜덜 떨다가 들어와서 뜨거운 거 먹었더니 콧물이 줄줄 나옴.
뮤지컬은 진짜 정말로 너무 좋았다.
뉴욕에 갈 기회가 있다면 브로드웨이에서 한번 보는 걸 추천합니다. 꼭 가세요.
이날 캐스트도 너무 너무 좋았다. 보는 내내
이 표정으로 봤다.
노래들이 워낙 유명해서 많이 알고 있었는데도 실제로 보니까 느낌이 달랐다. 너무 좋아 ㅠㅠ흐엉엉.
Day 3,
이미 여행을 시작한 지 꽤 지났기 때문에 더이상 무리 하지 않고 하루에 한가지씩만 하는 일정을 잡았다.
호텔에서 조식먹고 낮에는 그냥 뒹굴뒹굴 쉬었다.
이날 오후에는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가기로 했다. 여신상은 섬 위에 있다보니 페리를 타고 나가야한다.
페리 타러 가는 도중에 Financial district에서 사진도 찍고 군것질도 하고 그 유명한 황소랑 사진을 찍으려고 추운데 덜덜 떨면서 기다렸다.
페리를 타면 뉴욕에서 브루클린 쪽으로 넘어 갈 수 있는데 왔다갔다 commuting용 페리는 공짜라서 그냥 타면 된다.
역 앞에 엄청 많은 삐끼? 들이 서서 쟤는 여행객이다 싶으면 너 잘못가고 있다, 저거 사실 공짜 아니다, 우리 투어 배가 훨씬 좋다 이러면서 길을 막는다.
항상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랑 내가 갔을 때는 덩치 큰 아저씨들 사방에서 저랬는데
영어를 잘 못하거나 외국인들한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꽤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페리를 타고 출발.
밖에서 구경하고 싶었는데 정말 너무 추워서 눈물이 계속 나고 머리는 산발이 되어서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시내를 벗어나서 넘어가다 보면 멀리서나마 자유의 여신상이 보인다.
투어회사를 통해서 가면 앨리스 섬에서 내려서 가까이서 볼 수도 있다던데
우리는 굳이 이 추운날 돈주고 갈 맘이 없기 때문에 이걸로 만족했다.
부르클린에 도착해서 유명한 다리를 보러 Dumbo로 갔다.
걸어서 갔는데 그렇게 멀지는 않았다. 추워서 힘들엇지만..
여기서 보는 야경이 멋있다길래 근처 인포메이션 센터 같은 곳에 들어가서 기다렸다.
야경은 이뻤다. 이뻤는데.. 이 추위에 굳이 기다릴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다시 페리를 타고 뉴욕시내로 돌아와서 미리 예약 해둔 식당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마지막 날이니 뉴요커처럼 밥을 먹어보자. 그게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뉴욕에서 밥먹으면 뉴요커처럼 먹는거 아닌가요?
엄마는 여행내내 과식 (예? -_-?)을 하셔서 고기가 질린다며 포토벨로 버섯을 올린 파스타 요리를 시키셨다.
버섯이 정말 맛있었고 이 뒤로 집에서 종종 해먹게 되었다.
나는 고기. 고기는 사랑이니까. 양고기 였는데 생각보다 냄새가 안나서 좋았다.
식전빵이랑 샐러드도 나왔는데 무난했는지 사진이 없다.
엄마는 레드와인 나는 상그리아로 건배!
이번 여행은 꽤 성공적이었다. 중간중간에 트러블리 있을 때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지만 ^^..
디저트로는 티라미수, 기대 안했는데 정말 맛있었다.
홈메이드라는 아이스크림도 하나 같이 먹었다.
디저트 좋아하시는 엄마는 반대하지 않으심.
즐겁게 저녁식사를 하시고 호테로 돌아갔다.
3일동안 나름 열심히 돌아다녔더니 그 동네 사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마지막 날 아침. 조식 잘 챙겨먹고 JFK 공항으로 갔다. 처음 가본 JFK 공항은 정리가 잘 되어있었는데 좀 삭막했다.
비행기를 타러 들어가는 로비에는 앉아 있을 의자들도 거의 없었다. 일부러 그렇게 만든건지 사람들도 없었다. 깔끔하달까 살벌하달까.
이렇게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뉴욕은 봄이나 가을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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