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Log/US

엄마랑 여행: 뉴올리언즈, 루이지아나

Dulcet. 2022. 7. 26. 22:25

 

 

 

엄마랑 둘이서 하는 여행은 신경쓸 게 많다.

엄마의 흥미를 끌만한 액티비티도 준비해야하고 중간중간에 자주 쉬는 시간을 챙기고

가장 중요한 엄마 마음에 들만한 식당을 찾아야 한다.

나는 여행을 가면 하루에 5끼 + 간식을 먹자!! (그대신 엄청 걸어다니면서 다 소화시킨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돌아다니는데 엄마는 먹는 걸 그렇게 즐기지 않으시고 입도 짧고 가리는 것도 은근 많다.

고기 종류를 별로 안좋아하시고 냄새나는 것들도 싫어하시는 데다가 입에 잘 맞아도 탈도 잘나서 메뉴 선택이 힘들다.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이제는 익숙해져서 엄마 식사 챙기고 나는 몰래 나가 먹고 싶은 걸 먹고 오는 경지에 올랐다 ^^

그치만 들키면 잔소리 폭탄을 맞을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  Worth the risk..!! 

 

이 여행은 미국 동부에 가보고 싶다고 하셔서 급하게 일정을 짜기 시작했는데

이왕 멀리 가는거 중간에 남부에 있는 뉴올리언즈에도 들리자 해서 어떻게 껴 넣어보았다.

사실 시애틀도 들려볼까 했었는데 엄마의 체력을 생각해서 너무 무리하지 말자고 하여 뉴올리언즈 > 디씨 > 뉴욕을 가보기로 결정.

워싱턴까지는 비행기로, 뉴욕은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큰 문제 없이 뉴올리언즈 공항에 잘 도착했(나보다 따로 기록이 없는 걸 보니). 

뉴올리언즈는 악어, 소울푸드, 버본길, 재즈, Voo doo, Mardi Gras등이 유명하다고 알고는 있었는데 전부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 중 하나 배경도 뉴올리언즈였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갈 수도 있는데 호텔이 큰길이 아니고

작은 동네 길 옆에 있으면 꽤 오래 걸어가야 할 수 있으니 짐이 많다면 택시타고 가세요..

길었던 비행 시간과 체력 저하로 인해 엄마가 너무 힘들어 하셔서 괜히 너무 중심가에 호텔을 잡았나 후회했다.

그냥 큰길에 잡을 껄 그랬나. 늦은 시간에 돌아다니기에는 큰길보다는 이게 나을 것 같아서 한거 였는데.

그래도 체크인 이후에 관광지 돌아다니기에는 짱이었다.

오래 있게 된다면 첫날은 큰길가 호텔에 잡아서 쉬고 나머지 일정을 중심가로 옮겨도 될 것 같다. 

 

 

 

 

 

 

아침부터 힘들었으니 저녁은 맛있는걸 먹어야 엄마 컨디션이 괜찮을 것 같아 미리 맛집에 예약을 해두었다. 

굴, 해산물 먹으러 출발. 엄마가 맥주 한 잔 하신다고해서 시켜본 로컬 맥주. 앞치마랑 게 까먹을 도구를 갖다 준다. 

 

 

 

 

 

굴이 먼저 나왔다. Charbroiled oyster.

바로 셔클한 생 굴도 있지만 위에 말했듯이 엄마가 잘못먹고 탈나면

이후 서로 매우 힘들어 지기 때문에 안전하게 익힌걸로 시켰다.

바로 깐 굴 위에 마늘, 버터, 치즈 등을 올려서 구워준다. 조금 짤 수 있는데 빵이랑 먹어도 맛있고 안주로는 딱이다.

이것도 집마다 레시피가 있는지 맛이 좀 다른데 몇년 뒤에 동생이랑 갔던 맛집이 진짜 찐이었다. 그 여행 이야기는 다른 포스팅에서. 

 

 

 

 

 

 

Seafood bucket 어쩌구. 이름이 기억 안나는데 여러가지 해산물이랑  감자 옥수수 소세지 같은 걸 넣은 요리.

요새는 뭐 굳이 남부까지 가지 않아도 이런 스타일 요리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것 같다. 

양념이 그 특유의 Cajun style이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우리는 먹기 쉽게 스노우 크랩으로 시켰다. 

 

 

 

굴보다 훠얼씬 맛있었다. (다행. 안도.) 

식당 안에서 미시시피 강이 보였고 옆에서 라이브 재즈밴드가 버스킹을 하는지 bgm도 은은하게 깔아주고. 

분위기 너무 좋았고 다행히 맥주도 맛있었다. 둘이 먹기에는 양이 좀 많았지만 (엄마가 워낙 조금 드셔서)

엄마 입에도 잘 맞았으니 나름 맛있게 먹고 나왔다.

 

 

 

 

 

 

밥먹고 바로 앞에 있던 미시시피 강을 따라 잠시 산책을 하고 호텔로 돌아갔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 제대로 된 식사 덕분인지 엄마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는지

그냥 들어가지 말고 좀 더 구경하자고 하셔서 버본가를 중심으로 북적거리는 동네를 구경했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라이브 재즈 카페. 공연만 들어도 되는데 그러러면 테이블 말고 주위 아무대나 앉아서 들으면 된다. 

카페에서 주문하면 테이블에 앉아서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아저씨 목소리가 너무 멋져 엄마가 홀린 듯 들어가버리셨다. 말은 해주고 가셨으면. 

뭘 시킬까 했는데 먹기에는 아직 배가 빵빵해서 부담스럽고 내일 또 열심히 먹어야 하기 때문에 그냥 근처에 앉아서 듣기 시작했다. 

엄마가 너무 멋있다며 홀딱 반하셔서 다음날에도 또 보러갔다. 다른 밴드가 나오지 않을 까 했는데 같은 밴드였지만 그래도 좋았다. 

너무 매력적인 목소리랑 재즈에 맥주 한잔, 이런 매력에 뉴올리언즈를 가는구나 했다.

물론 젊은이들을 위한 광란을 파티들도 있지만 우리 취향은 아니다. 

 

 

 

 

 

 

밤을 기분좋게 마무리 하고 들어와서 푹 잤다. 

둘쨋날 아침이 밝았다. 호텔 조식을 먹고 (사진이 음슴..) 점심에는 소울푸드 음식점을 미리 예약해놔서 산책을 가기로 했다. 

배가 좀 비어 있어야 더 맛있으니까 ^^. 산책을 하면서 엄마한테 하루 일정을 브리핑해드렸다. 

오늘의 점심은 이곳, 저녁은 이곳, 중간에 간식을 먹을 예정입니다. 승인을 받기는 좀 힘들었다. 

- 얘 그만 좀 먹자. 지겹다. 

- 괜찮아. 내가 다 먹을거야.

- 살쪄, 언제 뺄꺼야. 

- 아니 우리가 언제 여기에 와서 이걸 다시 먹는다고. 온김에 그냥 좀 먹자 엄마. (서럽) 

 

 

 

 

 

 

 

역시 예상 했던 대로 호텔을 French Quarter중간에 잡았더니 있는 동안 돌아다니기에는 참 좋았다. 

호텔들이 오래된 빌딩도 많아서 건물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나름 역사적인 빌딩들을 경험해 볼 수도 있으니 추천하는 지역이다. 

다만 가격대가 좀 높을 수 있다. 

 

열심히 걸어다디다가 Madame La Laurie 건물도 봤다.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를 봤을 때는 그냥 괴담이겠지 싶었는데 이게 실화라니. 설명도 듣고 읽다보니 무섭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심지어 이날 저녁에 공포영화 본 것 처럼 혼자 겁먹어서 자기전에 살짝 무서워졌다.

자다 깰때마다 옆 침대에 엄마가 제대로 있는 지 확인했다. 

 

 

 

 

 

 

아침내내 산책을 하면서 저 건물은 왜 저렇게 생겼지~ 어떻게 지은거지~ 저 나무는 무슨 나무지~ 하면서

동네 주민처럼 슬슬 거닐다가 점심을 먹기 위해 호텔로 돌아와 준비하고 나갔다. 

점심은 루이지아나 음식을 먹으러 갔다. 식당 사진이 없는데 추천하지 않으니 괜찮다. 

 

완전 로컬 식당으로 가볼까 했는데 엄마 취향에는 좀 안맞을 것 같아서 그냥 깔끔한 레스토랑을 선택한건데 미스였나보다. 

시작부터 fail.

 

 

 

 

 

 

식전빵이 정말 너무 맛없었다.

오더가 들어가면 화덕에서 구워서 빵봉지에 세팅을 해준다길래 진짜 기대했는데 (엄마가 빵 좋아하심)

동남아 시골에서 먹은 빵보다 더 별로였다. 하. 딥빡.

엄마 벌써 마음에 안들어서 떼잉- 하심. 어제 저녁에 포인트 막 쌓아놨는데 여기서 팍팍 깍였다. 내 포인트 돌려내.

 

 

 

 

 

 

에피타이저 트리오. 새우랑 랍스터 샐러드, 버섯+크랩케이크.

저 셋 중에 하나가 엄청 짰다. (흑흑... 실패의 기운...) 

 

 

 

 

 

 

메인은 소울푸드 앙트레 샘플러 4가지. 

가재, 새우, 안두이 소세지, 생선이었나? 잠발라야랑 검보. 검보가 맛있었다. 

가재는 냄새가 심해서 잘 못먹었다. (포기) 

 

 

 

 

 

밥 먹었으니 쇼핑 겸 산책. 간식을 먹으러 가야 하니까.

점심을 제대로 실패하고 간식으로 만회하려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영화 chef 에서 나왔던 Cafe Du Monde (카페 듀몽)에 Beignets (비녯)을 먹으러 갔다.

전에 동생이 와서 먹고는 무조건 먹어야 한다면서 노래를 불르길레 안올 수가 없었다. 

 

 

 

 

 

카운터 앞에가서 바로 주문해서 투고해서 갖고 가도 되고 자리에 앉아서 오더 해도 된다. 

커피는 카페오레. 여기 나름 프랑스어 베이스라서 발음을 마구 느끼하게 굴리면 좀 있어보이는 발음이 나온다.

 

 

 

 

 

프렌치 도넛이라는데 위에는 슈가 파우더가 산처럼 올라가있다.

먹을 때 마다 정말 사방에 폴폴 날리니 어두운 색은 피해야한다. 

카페오레는 뭐 말그대로 커피에 우유. 근데 엄청 맛있는 커피는 아니다. 

우리가 기대를 너무 많이 했나.. 엄청 맛있지는 않았다 (안돼..) 

 

 

 

 

비쥬얼은 쥑이는디.. 엄마는 드셔보시더니 "내가 집에서 도넛 튀기려다 반죽 실패한 맛" 이라고 하셨다. 

뭐 탄수화물을 튀겨서 그 위에 슈거파우더까지 뿌렸으니 맛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은 아니었다. 

동생한테 엄마 반응을 얘기해줬더니 김샌다고 뭐라고 했다. 

 

 

 

 

어제 밤에 갔던 강변가가 마음에 드셨는지 다시 가자고 하셔서

미시시피 강 옆에서 밤산책을 하며 엄마랑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슬쩍 눈치를 보다가 엄마 저녁은 이걸 먹으려고 했었는데 (실패 2연타) 뭐 다른거를 먹을까 물어보았다. 

- 아직 배가 안고픈데 그냥 굶자. 

- 싫어요

- 하루종일 먹어서 배가 안고파 

- 싫어요.. 

 

간단히 먹고 넘어가기로 간신히 합의를 봤다. 내가 왜 저녁을 먹냐마냐를 갖고 이렇게 까지 합의를 해야하는가. 

시내 근처에 있던 파파이스를 옆을 지나는데 엄마가 갑자기

옛날 서울에서 일할 때 파파이스가 처음들어왔는데 그때 자주 먹었던 기억이 나신다고 하셔서 후딱 들어갔다.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 어쨋든 간단히 치킨 ^^ 남부까지 왔으면 치킨을 먹어야한다. 

사실 미드나잇 트레인을 먹으러 와플집에 가고 싶었는데 타이밍도 안맞고 좀 멀리 가야해서 이번에는 못갔다. 

아시안이 우리 밖에 없어서 순간 당황했다가 금방 이집은 찐이겠군 ^^~~하고 신나서 주문했다. 

 

 

 

 

 

 

엄마는 배가 안고파서 비스킷 하나만 드신다길래 세트메뉴  하나랑 비스킷을 하나 더 추가했는데 

내꺼 치킨 한입 드시더니 쓱 갖고 가시고는 가서 하나 더 시켜라고 하셔서 후다닥 가서 세트를 하나 더 추가했다. 

짜지도 않고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스파이스도 맛있고 ㅠㅠㅠ

 

 

 

 

비스킷에 꿀발라 먹으면 진짜 b 

+ 하루종일 음식이 별로라 엄마 반응이 떼잉- 이었는데 여기서 터졌다. (감사합니다 치느님) 

 

 

 

 

 

 

치느님으로 행복한 저녁을 먹고 다시 재즈를 들으러 갔다. 

어제 갔던 곳 말고도 다른 재즈카페에도 가보고 락 공연을 하고 있던 바에도 가서

맥주도 마시고 웃고 떠들다가 어제 그 카페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좀 편하게 앉아서 들으려고 테이블에 앉아서 간식이랑 맥주를 주문했다. 

치킨 소화 다 되었으니 다시 먹어도 돼.. 엄마도 기분이 업되서 딱히 잔소리를 하시지 않으셨다. 

 

짧지만 즐거웠던 뉴올리언즈 여행을 끝내고 내일 워싱턴 D.C. 로 갈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