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의 나날, 평소와 다를거 없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데 메일이 왔다.
- 몽골 출장 기회가 있는데 생각 있으심?
- 보내줘!!
몽골이란 나라에 너무 가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오다니. 당연히 갑니다.
몽골은 입국 심사할 때 여권을 엄청 까다롭게 본다고 해서 후다닥 여권을 꺼내 확인했다.
음, 아직 짱짱하군. 신난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출장 데이.
일하러 가는건데 여행가는 느낌이야. 유후~신나~
큰 일 없이 공항에서 체크인 하고 보딩하기 전에 라운지에 가려고 게이트 근처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본 귀여운 인형탈.
사진 찍어도 되요? 했더니 K하트를 해줬다. 센스쟁이.
라운지에 잠깐 있다가 동료랑 만나 국밥을 먹으러 푸드코트로 나왔다.
이날따라 라운지 음식이 정말 별로 였음.
키오스크로 주문하는데 외국인 몇명이 버벅대길래 국밥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 내가 도와줄게! 하고 말을 걸었다.
- 너 영어 할 줄 아니?
- 내가 방금 영어로 물어봐서 니가 대답한거 아니니?
- 너 동양인인데 영어 잘한다!
- 어 맞아, 내가 너보다 잘할걸. 도움 필요없니?
돌아다니면서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해 보렴 이 견문이 좁은 shake야.
기껏 도와주려고 했는데 무식한 코멘트 때문에 기분이 살짝 더러워지려고 했는데 국밥을 보고 다시 풀렸다.
공항에서 이 정도 퀄리티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니, 역시 한국 공항이 짱임.
부산가서 돼지국밥 먹어야하는데. 휴. 부산은 못가도 몽골은 간다.
대한항공 타고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로 갑니다.
이코노미지만 국적기라 편하게 간다.
방금 국밥먹은데 국적기 기내식 맛있어서 또 먹었다. 냠냠.
생각보다 오래 걸렸지만 잘 도착했다.
공항에서 동료랑 다시 만나 (좌석배정 때문에 멀리 떨어져있었다) 짐을 챙기러 갔다.
공항이 엄청 작았고 배기지 클레임 시설이 무슨 동남아 공항에서 봤던 것 처럼 엄청 작고 낡았다.
덜덜덜~
벨트가 계속 돌아가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짐챙겨서 나갈 때 까지 우리 가방이 나오지 않았다.
- 우리 가방 왜 안나오지?
- 언젠간.. 나오겠지?
조금씩 걱정이 들고 있는데 공항이 정전이 됐다.
사방이 깜깜하고 당연히 벨트도 멈췄다.
- 어... 정전인데?
- 내 가방.. 일하러 가야되는데..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전기가 돌아왔고 우리는 가방을 챙겨 공항 밖으로 나왔다.
미리 예약해둔 택시기사님과 만나서 호텔까지 문제없이 잘 도착했다.
어떤 호텔을 잡아줬을 까 했는데 울란바토르 호텔이었다.
딱 봐도 오래된거 같은 호텔이라 좀 걱정했는데 안은 깔끔했다.
나중에 들었는데 이 호텔이 몽골 첫 5성급 호텔이라고 한다.
오, 역사적인 곳이군. 근데 얼마나 오래 된거에요..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걸어가는데 가면 갈수록 내가 좋아하는 소설인 샤이닝에서 나온 호텔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읽으면서 상상했던 호텔 복도가 이런 느낌이었는데 말이쥐... 'ㅅ'...
영화에서 이 아저씨가 미친 연기로 나를 놀라게 만들었는데 말이쥐..
책을 읽다가 무서워져서 책을 닫았는데 다음 장이 너무 궁금해서 울며 겨자먹는 느낌으로
열어서 다시 읽다가 또 무서워져서 다시 닫기를 몇번 반복하면서 읽었다.
그렇게 읽은 책의 배경이 내 눈앞에 있는 것 같네?? 나혼자 여기서 자는건가?..
괜찮아. 안무섭지. 나는 으른이니까. 하하..
이날 먼저 도착한 동료들끼리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해서 짐을 대충 정리해두고 로비로 나갔다.
나머지 사람들은 다음날 아침 도착 일정이었다. 업무는 다음날 오후부터 시작.
나는 친한 동료들끼리만 먹으러 가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부장님이 나타나셨다. 왜.. 왜죠?
부장님이 자기가 출장오면 자주 간다는 식당으로 우리를 이끌고 가셨다.
초이스따위 없다. 가자면 가는거지.
몽골에서 첫 끼라 뭔가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시켜보고 싶었다.
열심히 메뉴를 보고 있는데 눈에 팍 들어왔다.
홀-스 파워.
그릴 된 말고기에 벅윗... 벅윗은 메밀인데 메밀 쌀이라는게 있나?
뭔지 몰라도 신기하니까 시켜봐야지.
왠지 먹으면 막 힘이 날 꺼 같고 나가서 겁나 뛰어야 될 거 같아.
몽골은 투그릭을 사용한다. 1 USD = 3400 Tugrik 정도?
나는 그냥 1:3000으로 계산하면서 다녔다.
Seabuckthorn 열매는 예전에 들어 본 적이 있는데 실제로 먹는 걸 보는건 처음이라 한번 마셔볼까 고민하다가
몽골 첫끼부터 실패하면 너무 슬플 것 같아서 패스하고 시원한 스무디를 주문했더니
겨울 시즌이라 차가운 음료 안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지 차를 시켰다.
또르륵. 중국이고 여기고 왜 이렇게 찬음료가 안되는 곳이 많은거야.
대신 차를 시켰다.
잠시 음식을 기다리면서 테이블에 놓여있던 점치는 도구(?) 를 해봤다.
낙타, 양, 말 뼈 등등을 던져서 점을 친다.
옆에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도 적혀있다.
신기해!!
식전 빵이 나오고
내가 시킨 홀스파워가 나왔다.
메밀이 어딨는지는 모르겠는데 저 밑에 깔린 감자가 진짜 맛있었다.
말고기는 뻑뻑했다.
밥 잘먹고 식당 근처를 구경하면서 호텔로 수흐바타르 광장을 돌아가는데 무슨 공연 같은 게 보였다.
수흐바타르는 울란바토르 중심가에 있는 엄청 큰 광장이다.
무슨 날인가? 전통 공연 같은 건가보다 하고 잠깐 서서 구경을 하다가 호텔로 돌아왔다.
우리는 일찍 도착했다고 일찍 일을 하란다. 이럴거면 내일 도착할껄~ 줸장~
방에 잠깐 들렸다가 부장님 방에 모였다. 우리와는 다르게 매우 큰 방에 계셨기 때문.
거실이 따로 있어서 거기서 모여 열심히 서류 작업을 했다.
잠시 쉬느라 티비를 켰는데 뭔가 익숙한 화면이 보였다.
우리 아까 지나온거잖아~ 잘하면 몽골 티비에 나올 뻔 했군.
조금 더 일하다가 각자 방에 쉬러 돌아갔다. 내일은 아침부터 바쁘니 오늘은 푹 쉬어야한다.
아침부터 공항가고 비행기타고 넘어오고, 정신이 없고 몸도 피곤했다.
이제 장거리 출장 자주 못하겠어.
씻고 침대에 누웠는데 자꾸 샤이닝 생각나!!! 샤워커튼 열면 안될 것 같아. 따흐흑.
샤이닝에서 화장실 나오는 부분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아실 거에요. 무서워..
잔뜩 쫄아서 가위 눌리는거 아닌가 걱정하며 잠에 들었는데 다행히 잘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 밖을 보는데 러시아가 이런 느낌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장가면 제일 기대되는 것 중 하나는 호텔 조식이다. 조식 부페 너무 좋아.
몽골 조식은 어떤게 나올까 너무너무 기대됐다.
감사하게도 여기 조식 잘나온다.
오믈렛바가 따로 있고 음식의 종류도 많았다.
저 당근이 정말 맛있었다. 샐러드 같은데 당근라페랑은 좀 다르고 피클이라고 하기에는 좀 어색하고.
뭐든 진짜 맛있다. 출장 기간 동안 정말 열심히 먹었다.
그리고 감자. 어제도 느꼈지만 감자가 진짜 맛있다. 감자 자체가 고소하고 맛이 찐하달까?
아침 잘먹고 기분이 업됐다. 자 일하러 갑시다.
하루죙일 일했다. 바빠서 점심에 뭘 먹었는지 사진도 없네.
다같이 모여 동료들과 저녁을 먹으러 갔다. 살짝 회식 느낌?
메뉴는 인도요리로 결정이 되었다.
몽골까지 가서 인도카레?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권력자가 카레가 드시고 싶으시다면 먹으러 가는 거다.
라씨를 시켰는데 뭔가 평소에 먹던 라씨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치만 맛있으니 먹는다.
애피타이저로 사모사.
사모사 맛있어!
카레는 다들 원하는 종류로 하나씩 시켜서 나눠먹기로 했다.
잔뜩 시킨 난이 나오고 카레가 줄줄 나왔다.
내가 시킨 팔락파니르. 시금치와 치즈가 들어가있다.
동료 한명이 항상 시키는 실패 없는 버터치킨카레 (인거같은데 아닐 수 있음).
그리고 동료들이 시킨 카레를 다같이 즐겁게 먹었다.
저녁 잘 먹고 한참 수다떨다가 호텔로 돌아와서 다음 날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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