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를 거쳐 버지니아로 들어왔다.
2024.03.08 - [Travel Log/US] - 남부 로드트립: 조지아
겸사겸사 로드트립이라지만 이렇게 장거리 운전은 처음이었는데
다음부터는 그냥 비행기 타기로 했다. 힘들어.
어쨋든, 마지막 도착지는 아니었지만 나는 내 스케쥴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여기서 헤어지는 플랜이었다.
마지막 호텔은 좀 정신이 없었는데 그래도 매리어트 계열이라 아침은 잘나온다.
미국 딸기 정말 맛없다. 한국 딸기에 비하면 정말 같은 딸기 취급을 해서는 안된다.
여기까지 같이 온 이유는 동생과 내 친구가 이쪽 근처에 살고 있기 때문.
못만나다가 이번 기회에 보기로 했다. 신난다!
아시안음식이 먹고 싶다고 해서 점심에는 호텔 근처에 있던 라멘집에 왔다.
나는 찐한 돈코츠 베이스에 마늘을 넣어 먹는 걸 제일 좋아하는데 아쉽게 여기서는 다른 메뉴를 먹어야했다.
볶음밥이 진짜 너무 짜서.. (한입먹고 내 혀가 잘못된줄 알았다)
다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더니 제대로 나왔다. 처음에 소금이나 간장을 잘못 부었나보다.
이날은 일을 처리하느라 하루종일 바빠서 기록이 없다.
친구도 아직 시간이 안되서 다음날 만나기로 했다.
다음날, 날씨 쨍쨍하다!
아침은 여전히 호텔 조식으로 먹고
점심은 월남국수를 먹기로 했는데 갑자기 둘다 국수보다 반미에 확 꽃혀서 근처 가게를 찾아갔다.
- 반미 두개 주세요
- 오늘 빵이 없어서 못해
- ?
아.. 그렇죠.. 샌드위치 집에 빵이 없으면 못하죠.. 그쵸..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이게 무슨. 빵집에 빵이 없다니.
씁쓸하게 나와 다른 가게로 가려는데 맞은편 주차장에서 뭔가 분주하게 움직이는게 보였다.
경찰차들이 위용위용오더니 사람을 체포하고 있었다.
둘다 신기해서 오와.. 뭔데 저렇게 급하게..?? 백업에다가 난린데?? 하면서 지나갔다.
신기하지만 미국 경찰은 무서우니까 후다닥 차에 타서 주차장에서 나왔다.
다른 가게로 가려는데 마침 처리해야 할 일이 가는 길에 있어서 우선 그것부터 처리하기로 하고 들렸다.
다행히 크게 기다릴 필요 없이 후다닥~ 일보고 나와서 다음 가게를 네비에 찍어야지,하면서
식당 리뷰를 보고 있는데갑자기 운전석 쪽 창문을 누가 두드렸다.
똑똑
??
- 경찰 1: 창문 내려
???
- 예??
(둘다 손에 핸드폰 들고 놀라서 그대로 굳었다)
미국에서 경찰이 오면 진짜... 쫀다. 뭐 잘못 안했는데 쫀다.
그 순간 머리속에 스쳐 지나간 생각은 "지금 차 엔진 켜놨는데 핸드폰 한다고 티켓 띠러 온건가" 였다.
(여름이라 더워서 에어콘때문에 엔진 키고 주차한 상태)
와... 진짜 운전 하는것도 아니고 파킹랏에서 에어콘 켜놓은 건데
이걸로 핸드폰 썻다고 티켓 띠면 진짜 따질꺼다!!!
이러고 있는데 운전석 쪽으로 다른 경찰이 더 와서 둘로 늘어났고
갑자기 내 쪽 창문에도 경찰이 튀어나왔다...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경찰1: 너네 이동네 사니?
- 동생&나: 아뇨..아뇨 여기 안살아요. 잠깐 일보러 왔어요. 여기 안사라요..
- 경찰1: 그럼 여기 이쪽 건물에 누가 살던 곳인지 아니?
- 동생: 아뇨 암것도 몰라요.
- 경찰1: 너네 여기로 이사할거니?
- 동생: 아니요
- 경찰1: 응 여기 아니야 ^^ 여기 이사하지마 ^^
예?
넘나 밝게 웃으시면서 진지하게 이곳은 안된다라고 해서 둘다 헉함.
경찰1이 그 얘기를 하자마자 뒤에 서 있던 경찰2가 그런 소리 하지말라면서 말리셨다.
(경찰2가 급이 더 높아보임)
- 경찰2: 여기 큰 문제 없어. 걱정하지마.
- 경찰3: (손가락으로 딱 저렇게 함) 이사하지마. 여기 아니야.
- 아.. 아네...
뭐죠.. 여기 무슨 마약 랩인가요. 갱단 소굴이었나요. 뭐죠.
- 경찰3: 하하. 그냥 이사하지마~
뭐냐고.. 시바.. 내 건강에 안좋아.. 그만 물어봤으면 좋겠어..
- 경찰1: 땡큐. 빠이.
참고로 브루클린99에서 내 최애 캐릭터는 지나.
나도 저렇게 살고싶다. 강철멘탈.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나 잘못한거 없는데 심장이 터질 것 같아.ㅠㅠ 따흑.
우리는 창문을 올린채로 잠시 멍을 때리다가 야 빨리 가자 빨리 튀자, 하고는 후다닥 나왔다.
차 옆에 붙어 있을 때는 안보여서 몰랐는데 앞쪽으로 걸어가서 보인 팔에 있는 타투를 보자마자
아까 주차장에서 누구를 잡아가던 그 경찰들이라는걸 알아차렸다.
- 나: 저 경찰 아까 그 경찰이야!
- 동생: 누구? 쟤?
- 나: 어어. 아까 막 잡아갔자나!
뭐가 어찌됬든 나 목숨에서 한 3년 사라진 거 같아 ^^..휴..
간신히 찾은 월남국수집을 네비에 찍고 가면서 동생이랑 온갖 추측을 했다.
그렇게 잔뜩 쫄은 심장을 달래주러 온 월남국수 집.
반미주세여..
당떨어지니까 카페쓰어다 (베트남 식 연유커피)도 한잔.
경찰때문에 한껏 쪼그라든 심장을 붙잡고 저녁에 드디어 친구 K를 만나게 되었다.
K랑 셋이 저녁을 먹기로 하고 동생이 미리 찾아둔 중국식당에 가기로 했다.
동생님이 랍스타가 드시고 싶단다.
오늘의 메인인 랍스터. 마늘소스에 당면추가.
닭고기 들어간 콘지 (죽)
양이 엄청 많았다. 슴슴하니 먹기 좋음.
바베큐 오리랑 바베큐 돼지가 올라간 덮밥.
뿌려 먹으라고 나온 간장 소스가 맛있었다.
랍스터 소스랑 먹으려고 밥 하나만 주세요 했는데..
밥 한공기가 아니라 월남국수 XL사이즈 볼에 고봉밥으로 주셨다. 이야.
가지요리 좋아해서 시켰는데.. 여기는 튀김옷이 너무 두꺼워서 실패.
랍스터 진짜 너무 너무 맛있었다. 저 마늘 소스가 캬... 때깔 쥑인다.
동생은 중국식 죽을 처음 먹어봤다는데 너무 맘에 들어했다.
속안좋을때 먹으면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지.
K는 한국 드라마를 너무 좋아해서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는데
드라마를 보다보니 리스닝 스킬이 매우 높아졌는지
동생이랑 내가 대충 섞어 쓰는 한국어 까지도 다 알아들었다.
괜히 흐뭇함. K 넘나 귀엽당.
-나: 와 K 한국어 진짜 많이 늘었다. 정말 다 알아듣네?
-동생: 얘 한국 드라마는 다 봐. 우리보다 연예인 더 잘알걸.
- K:아냐
-나: 말하기도 잘해?
-K: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눈치 채셨습니까?
K는 한국어를 셀프로 배워서 반말만 쓴다ㅋㅋㅋㅋㅋㅋㅋㅋ 아웃곀ㅋㅋ
낯가려서 엄청 부끄러워 하고 영어로 얘기할때는 엄청 조곤조곤 말하고 예의바른데
한국어만 하면 진짜 쿨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K: 먹어 (통역: 언니 이것도 먹어봐요~)
- 나:.. ? 어..? 어.. 먹을게..
- 동생: 아놔ㅋㅋㅋㅋㅋ
다들 진짜 신나게 먹고는 계산을 하려는데 K가 자기 카드를 직원분한테 던지듯 해서 결제를 했다.
아, 오케이. 문제없지. 나 오늘 캐쉬있자나! (평소에 1불도 안들고 다님).
K한테 주려는데 K가 계속 안받겠다고 했다.
동생아 쟤 좀 붙잡아봐 주머니에 현금빵을 꽂아야겠어.
내가 몰랐던 사실 K는 힘이 진짜 장사다.
- 동생: 내가 못막을걸...
- 나: 그냥 잠깐만 힘으로 막아
- 동생: 잠깐도 못막을껄..
- 나: 쟤가 너보다 더 작은데..? 잠깐도 못막어?
동생이 앞을 막으려고 하니까 K가 애를 붙잡고 휘릭휘릭 넘겨버림. 씨름 보는 줄 알았다.
현금을 주고 받고 주고 받고 한참 실갱이를 하다가 야 안되겠다, 하고는 가려는데
갑자기 아이디어가 번뜩 하고 떠올라서 K가 차에 타 동생이랑 인사하는 사이에
옆좌석 차문을 열어 현금을 확 던지고는 우리차로 막 뛰어갔다.
달려! 달려!!
미션 성공! 이라는 기쁨에 둘 다 꺄하하하하, 거리면서 파킹랏을 질주하는데
(넓은 파킹랏에 늦은 시간이라 차가 거의 없었으니 다행)
그 사이에 차에서 현금을 다 집어서는 엄청난 속도로 동생을 따라 잡아서는
다시 현금을 손에 쥐어주고는 애를 바닥에 패대기쳤다.
(저녁 잘먹고는 주차장에서 디 소화하는 중)
악 안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돈 줘봐!!!!
동생 손에서 현금을 다시 잡아서 K차 문에 캐쉬를 끼고 다시 돌아가려는데 또 잡힘.
이번에는 내가 막아볼까 했는데 순식간에 휘리릭 넘어갔다.
아니 얘 태클을 선수처럼 하잖아. 나 이거 격투기에서 보던거라고.
한참을 철인경기 하는 느낌으로 왔다갔다하다가 체력이 방전 되서 우리가 포기했다.
-동생: 내가 쟤 진짜 장난 아니라고 했자나..
- 나: 아이고 힘들어.. 헉헉..
- 동생: 하도 뛰엇더니 소화 다됐다. 디저트 먹으러 가자.
시간이 늦어서 오픈한 가게를 찾다가 밀크티 마시러 갔다.
이날 진짜 하루가 너무 스팩터클 해서 .. 무슨 미국 시트콤인줄.
버지니아의 마지막 날을 진짜 재밌게 보냈다. 추억 잔뜩 만들었네.
저러고 다음날 근육통 왔다.
나만 돌아가는 다음날. 동생이 공항에 내려주기 전 들려서 점심을 먹었다.
배는 많이 안고파서 샌드위치를 하나 시켜서 반으로 나눠 먹었는데 사진이 없네.
동생은 간식이 필요하니 도넛을 먹어야 겠다고 해서 들린 크리스피 크림.
만드는 기계가 유리벽 안에 있어서 과정을 보면서 따라갈 수 있게 만들어 두었다.
뜨끈뜨끈하게 튀긴 도넛이 설탕코팅을 지나 슈루룩 떨어지는 걸 보면서 동생은 이걸봤으니 1개는 섭섭하고 2개는 먹어야 겠다고 했다.
어 그래 말리지 않을게..나는 1개만 먹으면 충분하니 3개를 시켰다.
공항에서 먹은 저녁. 배고파서 먹었지 그냥 그랬다.
즐거웠던 로드트립은 이렇게 마무리!
마지막 신기한 에피소드들이 많아서 돌아가는 동안 비행기에서 내내 피식피식 하면서 일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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