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가족 해외여행으로 대만에 가기로 했다.
센과 치히로의 배경이 된 장소가 있다는 것, 중국과 힘든 역사와 관계, 더운 섬..외에는 많이 아는게 없었다.
처음에 다같이 해외여행을 가자, 어디가 가고 싶냐고 물었을 때 왠지 모르겠는데
엄마가 까오슝! 까오슝을 가자!하고 강력하게 주장하셔서, 오케이 대만!을 외치고 티켓을 샀다.
엄마랑 나는 같이 인천에서 대만으로 가고, 동생과 아빠는 각자 해외 스케쥴 때문에 나중에 대만에서 조인하기로 했다.
비행기가 저가항공이다보니 출발이 아침 8시였는데 인천공항까지 어떻게 가야 하나 고민하다
버스환승센터에서 인천공항까지 한번에 가는게 있다고 해서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해서 그걸 타고 왔다.
캐리어가 있으면 안태워준다고 해서 많이 걱정했는데 첫차여서 그런가 그냥 태워주셧다.
둘다 캐리온 사이즈 캐리어여서 그럴수도 있다. 그치만 중간에 탄 가족들은 풀사이즈 캐리어였는데도 들고 탔다.
공항에 출근하시는 분들도 많이 타시는지 버스가 꽉 찼는데 그러다 보니 짐이 있는 우리는 눈치를 엄청 받았다.
다음에 또 대중교통으로 인천공항에 갈 일이 있으면 그냥 지하철이나 공항철도 타고 가야지.
개념없이 민폐를 끼치는 느낌은 굳이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
인천공항에 잘 도착했고 제주에어에 수속하러 갔다.
여권을 드리고 티케팅을 기다리는데 무슨 시스템 문제가 있는지 모든 데스크가 먹통이엇다.
아침부터 별게 다 힘들게 하는구나.
한참을 기다려도 안되고 결국 시스템이 복구되면 전화로 연락을 준다는 말에
그냥 멍하니 앉아서 한참을 기다리는데 그래도 해결이 안된건지
직원분이 연락을 주셔서 갔을때는 프린트가 아닌 수기로 처리된 티켓을 주셨다.
신기해!
엄마는 티켓이 불안하셨는지 비행기 티켓을 손으로 써도 상관이 없는거냐고 계속 물어보셧다.
-요새는 다 그냥 스캔해서 들어가던데 이거는 뭘로 스캔해?
- 그냥 옛날방식으로 하면되겠지. 옛날에는 다 손으로 썼을거아냐?
- 그런가?
-항공사 직원이 괜찮다니까 뭐 괜찮지 않겠어?
걱정한거랑은 다르게 비행기에 보딩을 하는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생각하지도 않았던 문제가 나왔다.
시스템 오류로 한시간 반 딜레이가 됐다.
이때 내 핸드폰은 도대체 언제 도착하냐고 계속 물어보는 동생때문에
베터리가 훅훅 줄고 있엇는데 예상하지도 못했던 딜레이가 생겼다고 말해주기가 두려웠다.
미안하닷! 조금만 더 기다리렴.
도대체 어떤 에어라인이냐고 물어보는 동생을 뒤로하고 미리 인터넷으로 사둔 팩이랑 화장품을 픽업하러 갔다.
엄마랑 둘이서 뭔가 정신없엇지만 큰 문제는 없으니 다행이다라면서 한숨 돌리자고 커피를 사서 보딩까지 멍때리고 앉아있었다.
사실 롯데리아에서 치킨을 먹으려고 했는데 아침이라 튀기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고해서 못먹었다.
후, 모닝치킨을 못먹다니. 아쉽다. 한시간 반 딜레이가 되었지만 비행은 짧았고 저가항공이라 뭐 없었다.
타오위안 공항에서 내려서 입국심사를 잘 마치고 나와서 동생을 찾았다.
동생은 허그하자마자 나를 보더니 살이 쪘다고 엄마랑 둘이서 계속 뭐라고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 만난지 10분도 안됐는데.. 두명이 같이 저러니까 더 서러웠다.
둘이 피곤하니까 앉아있어, 나는 가서 유심사올께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둘이 나를 보면서 계속 수군수군 했다
- 어머 쟤 허벅지 좀 봐봐
- 살쪄서 턱 접힌다
하, 놔 참. 너무 이뻐질까봐 안빼는거라고 했더니
웃기지도 않는 소리하지 말라면서 둘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터미널에서 나와 공항버스를 타고 타오위안에서 가오슝으로 가기 위해 THSR를 타러갔다.
사실 여기까지는 어찌어찌 왔는데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말로는 크게 신경을 안쓴다고 하시지만 가장 까다로운 엄마랑
제 시간에 밥을 안주면 매우 hangry (헝그리 + 앵그리 합성어) 해지는 동생,
3명이 만족할 만한 일정을 잡는거는 정신적으로 지치는 일이다.
여행중간에 조인하는 아빠는 그나마 왠만하면 오케이라 다행이었다.
아마 부모님이랑 같이 가는 여행의 준비담당은 누구나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친구들이랑 가는 여행과는 또 다른 부담감.
부모님을 위한 어느정도의 역사 + 동생과 나를 위한 어드벤쳐를 포함시켜야하나
체력분배를 잘 생각해야하고 이동방법 + 식사 퀄리티를 챙겨야 한다.
동생은 전체적으로 모든 다 좋아!지만 한번 삐지면 풀어주는데 조금 시간이 걸리기때문에 조심해야한다.
특히 내가 제일 싫어하는 덥고 끈적한 날씨에서 살아남으려면 진짜 제대로 준비해야했다.
대만까지 갔는데 타이페이는 찍고 와야되지 않겠냐는 의견에 따라
그러면 처음에 가오슝을 구경하고 아빠가 올때쯤 타이페이 시내로 돌아와서 나머지 구경을 하기로 했다.
나는 급하게 타오위안 공항에서 가오슝 시내까지 가는 방법을 알아봐야 했고
가격은 좀 비싸지만 그래도 편하고 빠르게 갈 수 있는 기차 (Taiwan High Speed Rail)를 타고 가기로 했다.
THSR은 미리 인터넷으로 결제해놨다. Early booking 디스카운트를 왕창 받고 싶었는데
우리는 좀 늦게 예약한 편이라 많이는 못받았움. 미리미리 예약하는게 싸고 좋을듯.
무슨 외국인 DC도 있는 것 같았는데 그냥 얼리부킹 조금 받고 샀다.
사실 편도로 살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타이페이로 돌아오기 전에 중간에 있는
타이난이나 다른곳을 한번 더 들릴까해서 3일패스로 샀었다. 이번여행에서는 들리지 못했지만.
THSR은 어디 나라의 고속철도 열차랑 시스템을 그대로 갖고온거라고 들었던것같은데
정확한 정보가 기억이 안나는구낭..
역에서 가서 직원한테 여권이랑 예약 정보를 주면 저렇게 책자같이 생긴걸 주신다.
안에 여권번호부터 모든 정보를 다 쓰시고 타려고 할때마다 직원이 여권이랑 확인했다.
다른사람한테 재판매하는걸 막기 위해서일까나.
패스를 갖고 있으면 지정석이나 그냥 오픈석에 탈 수 있는데
사람들이 귀찮아서 다 오픈석에 몰릴 수 있다는 후기를 보고
나는 셋이 쪼르륵 앉게 지정석으로 해달라고 했다.
나중에 타고 나서 봤더니 좌석배치는 3칸씩 붙어있었는데 직원이 이미 1자리가 예약이 된 자리의 2칸을 주고
한자리는 아예 떨어진 곳을 줬다. 뭐야 진짜 센스없게.. 또 그걸 미리 캐치하지 못한 나는 눈치가 없었나보다.
티켓대신 저 패스를 보여줘야 할때마다 여권을 꺼내야하니 좀 귀찮았다.
그 이후에는 위에 붙어있는 사인을 잘 보고 찾아가면 된다.
밑에 내려가보니 지하철 역 같이 생긴 플랫폼이 나와서 엄마는 벤치에 앉고 우리는 서서 스트레칭을 했다.
동생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한국말이랑 영어를 섞어서 하는 우리가 신기했는지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너네 어디서 왔냐고 중국어로 물어보셨고 (정말 중국어로 말을 거심)
엄마는 어떻게 알아들으시고는 한국어로 대답하셨다. 다들 귀에 자동번역기를 차셨나.. 뭐지 이 언어대통합은.
알아들으신건지 더 물어보시는건지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계속 중국어로 물어보셨고
내가 옆에서 한국에서 왔다고 중국어로 대답해드리자 궁금증이 싹 사라지셨는지
"아아 한궈~" 하시더니 그 이후로는 더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으셨다.
엄마는 이게 KTX보다 비싼거냐고 물어보셨는데 동생이나 나나 KTX에 대해 아는게 없어서
(아주 어릴때 한번 타봄) 이게 더 비싼건지 더 좋은건지 알수가 없었다.
엄마는 티켓값이랑 가는 시간등을 물어보시더니 결론적으로 이게 더 비싼것 같다고 하셨다.
잘 가기만 하면 다행이지. 적어도 이건 딜레이는 없잖수.
기차를 타고 가오슝으로 간다. 가면서 볼게 별로 없었다.
동생은 그냥 빨리 호텔에 가서 샤워나 하고 싶다고 찡찡댔다.
엄마는 창가자리에 앉아서 가고 싶으시다고 혼자 따로 앉으셨다. 쿨내진동.
한참을 달려서 쭤잉역에 도착했다.
우리가 가려던 시내 중심은 아니고 쭤잉에서 내려서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들어간다.
지하철 노선을 확인하고 있는데 엄마랑 동생이 어디서 커피빵 굽는 냄새가 난다면서
지하철 역 안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뭐 좀 먹고 가자고 했다.
무슨 음식인지는 아는데 말을 못하니 사진으로 찍어서 이거 3개를 달라고 했다.
지하철역에서 딤섬을 팔다니!! 대만 좋군.
딤섬 집 옆에 있던 가게에서 무슨 고기덮밥 같은 정식도 하나 사서 셋이 나눠먹었다.
후식으로는 방금 구운 커피빵까지 사먹었다. 왜 사진이 없지.
에어콘 나오던 역에서 나오자마자 숨이 턱 막혔다. 더워... 덥다!!
후덥지근한게 확실히 동남아권 섬이구나 싶었다.
습도가 높아서 숨쉬기가 힘든게 느껴졌다.
호텔은 3스타라고 했는데 방은 나쁘지 않았고 우리는 트리플 룸이라 꽤 큰 방을 배정받았다.
건물 밖은 되게 깨끗하고 좋아보였는데 안은 엄청 낡은 호텔이긴 했지만, 더럽거나 하지는 않았다.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끝방이라 시끄럽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소음문제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건물안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들 때문에 몇번 짜증나는 경우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곳이었다.
엄마는 들어가서 보시더니 "뭐, 그냥 나쁘지않네~"
(조금 더 괜찮은 곳도 있겠지만 이정도면 큰 문제없이 지내겠다) 라는 반응을 보이셨지만
다음날 조식에 매우 만족하셨기 때문에 이번 여행의 첫 "참잘했어요" 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
다들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호텔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아시아권 더블베드가 더블이 아닌 경우가 많은데 다행히 여기 호텔은 사이즈가 넉넉한 침대여서
동생이랑 둘이 같이 쓰는데 문제가 없었다. 얘가 코만 안골면 참 좋을텐데 말이지.
동생은 원하던 샤워를 하고 엄마랑 나는 에어콘이 빵빵 나오는 호텔방에 잠시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있었다.
저녁은 호텔근처를 구경하고 미리 봐두었던 식당에 가서 먹기로 했다.
오후에 비가 조금 왔었는지 길이 살짝 촉촉했다.
복작복작한 야시장에서 이런저런 먹을 거리를 구경하다가 자고 있는 골든 리트리버를 만났다. 왜 여기서 자고 있니..
잠시 구경을 하다가 봐두었던 식당을 찾아가서 앉았는데 엄마가 뭔가 마음에 안들었나보다.
-메뉴 봐봐, 뭐 시킬까? 만두? 야채볶음? 밥?
- 다 별루, 안땡겨. 아까 만두 먹었잖아
- 그럼 면 종류?
- 그것도 별로
또 시작이군.
내내 이렇게 퉁퉁댈거면 그냥 나가자고 했더니 (이게 무슨 초등학생 혼내는 것도 아니고..)
그래 그럼 하고 일어나길래 직원한테는 미안하다고 하고 나왔다.
메뉴판만 받고 아무것도 받은게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밥 때가 넘어가자 동생이 옆에서 슬슬 툴툴대고 있었고
엄마는 뭐가 맘에 안들었는지 계속 [나의 심기가 불편하다] 모드를 하고 있었다.
긴 하루를 보낸 나도 슬슬 지쳐갔고 아 이러다가 단체로 지랄나겠다 싶어 길바닥에 서서
각자 원하는 간식을 사서 돌아가기로 극적 합의 봤다.
옆에 있던 빵집에서 엄마가 원하는 빵을 사고 밀크티 가게에서 쩐주나이차도 하나 사고
호텔 근처의 편의점에서 맥주랑 안주거리를 사와 호텔에서 먹었다.
편의점 안주가 생각보다 맛있었고 맥주도 맛있었다! 밀크티는 모르는 브렌드였는데 맛이 그냥 그랬다.
중국에서 먹었던 코코 밀크티의 맛을 찾아 1일 1밀크티를 즐겼다.
밀크티를 주문하는데 동생이 어, 언니 진짜 중국어 할 줄 아네?라며 놀랐다.
뭐지 이자식. 여태껏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나. (음식 주문만 가능하다).
그렇게 정신없고 믿음도 없던 첫날이 지나갔다.
내일부터는 제대로 된 관광모드로 사방을 돌아다녀야 했기 때문에 다들 일찍 쉬기로 했다.
둘째날 아침.
다들 피곤한데 잠자리가 바뀌어서 잘 못잘까봐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나름 잘 잔듯하다.
대충 씻고 다같이 조식을 먹으러 식당으로 내려왔다.
식당이 호텔 옆 건물에 붙어있어서 로비로 내려왔다 옆건물로 넘어가서 한층을 올라가야했다.
싸인을 보면 계단으로 올라가라고 되있었는데 식당에 가서 보니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뭐지.
다음날부터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 갔다. 눈뜨자마자 운동하면 을마나 힘들게요.
조식은 부페식이었는데 낡은 방이 비해 기대를 넘어서는 퀄리티였다.
수프도 있고 죽(콘지)도 있고 계란후라이에 수란도 있었다.. 수란 뭔데.
작지만 샐러드바도 잇었고 볶음밥이랑 소세지 등 이것저것 골라먹을게 많았다.
커피랑 차가운 밀크티가 있는게 제일 좋았다.
체크인 당시 호텔의 퀄리티가 그닥 맘에 들지 않았던 엄마는 조식에 매우 만족하셨다.
아침 너무 좋다~ 여기 호텔 완전 좋네~
셋이서 각자 원하는걸 갖고와 한상 가득차려서 아침을 먹었다.
준비도 안하고 세수만 하고 내려왔는대도 다들 기분이 좋아서 사진도 열심히 찍었다.
로션만 바른 얼굴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원래대로는 오늘 가오슝과 타이페이 중간 지점에 있는 곳들을 가려고 했었다.
3일권짜리 기차표도 뽕 뽑을겸. 가격이 전혀 싸지 않다.
화장실을 쓰고 나오니 엄마랑 동생이 기차대신에 가오슝에 있는 불광사라는 곳에 가자고 했다.
왠만하면 가고싶다는 곳에 대리고 갑시다, 라는 마인드로
급하게 불광사로 가는 교통편을 알아보고 가면 뭐가 있는지 찾아봤다.
그렇다 저 둘은 그냥 어디 가자, 뭐 먹자 하고 던지기만 하고 실제로 필요한건 내가 다 처리해야한다.
이 고통을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서 낄낄대며 폰을 보고 있는 동생이 느껴봐야 할텐데.
급하게 찾아본 결과 호텔에서 한번에 가는 교통편은 없었고
지하철을 타고 다시 쭤잉역으로 나가 불광사에 가는 시내버스 같은걸 타면 됐다.
자, 그럼 우선 지하철을 타러 갑시다.
호텔 문이 열리는 순간 쉽지 않은 하루가 될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햇빛 쥑인다.. 더워 더워!!
머리를 풀고 나왔는데 호텔에서 나오는 순간 온몸이 끈적거리기 시작했다.
헉헉. 머리카락이 들러붙어서 기분이 나빠! 바로 묶어버렸다.
지하철역에 도착하자마자 에어콘의 발명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기다리다가 같이 셀카를 찍어 아빠한테 보냈다.
쭤잉역에서 내려서 입구로 나가면 쇼핑몰 같은걸 끼고 나오게 되는데
입구 쪽 버스정류장 같은 곳에서 불광사까지 한방에 쭉 가는 직행버스가 있다.
다른 블로그들 검색하면 디테일한 정보가 나옵니다. 버스 가격도 70 유안정도로 매우 착했던 것 같다.
(이정보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입구에서 나오자마자 택시 아저씨들의 호객행위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부쾅사? (중국어)
저거 백프로 불광사 가는 택시구나.
- 하우 머치?
- 500 유안
-... 놉
괜찮아여 버스탈거에요,라고 영어로 대답하고 지나가는데 계속 쫓아오셨다.
- This bus, no good. Taxi good! Bus no good!!
계속 이런식이었다.
나중에 동생이 3명에 얼마해주면 택시타고 감 하고 제시를 했더니
웃기지도 않는 개소리 하지마라 라는 표정으로 노노노 이러고 가셨다.
버스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우리는 쇼핑몰 안에 들어가있으려고 했는데
오픈시간이 2분정도 남았었다. 경비원 아저씨가 서서 안들여보내줌. 2분 버틴다.
기다리고 있는데 호객아저씨가 다시 오더니 또 같은 금액을 불렀다.
- 부쾅사 500유안!!
- 노!!
뭐지. 신종 호객 행위인가. 싫다고 하고 그냥 몰안으로 들어갔다.
시원한 쇼핑몰 안에서 구경하면서 기다리다가 버스 시간에 맞춰서 나왔다.
정각은 아니었지만 얼추 비슷하게 도착했다. 택시 안타기를 잘한게 불광사 가는 버스는 완전 좋은 관광버스였다.
좌석도 완전 편하고 에어콘은 빵빵했고 심지어 usb 꽂고 충천할 수 있는 자리도 있었다. 딱 1줄 정도였지만.
뒷자석쯤에 창문에 보시면 구석에 숨어있어요. 동생이랑 신나서 빨리 핸드폰을 충전했다.
불광사에 다 오면 내리는 곳이 2곳이 있는데 그날 무슨 날인지 한곳이 문을 닫아서 초이스가 없었다.
그치만 이건 복불복 인것 같았다. 돌아올 때 탔던 버스는 관광버스보다는 낡은 시내버스 느낌이었다.
버스에는 우리 말고 스페인(에서 왔다고 했던거 같은데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가족 한팀과
우리 셋, 그리고 많은 현지인들이 타있었다. 슬쩍 눈치를 보다가 사람들이 다 내리는 곳에서 우리도 내렸다.
그렇게 절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따라 우리도 걸어서 쫓아가기 시작했다.
은근 사이즈가 큰대 지도가 조금 헷갈려서 (길치) 중간에 지나가시는 분한테 영어로 물어봤더니 굉장히 적극적으로 알려주셨다.
- 맨 위에 가서 불상이 보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되나요?
-밥이 먼저 먹고 싶니 차가 먼저 마시고 싶니?
-..?
- 여기로 가면 공짜밥을 먹을 수 있어. 여기로 가.
- 좋은 정보 감사해요. 근데 여기로 쭉 올라가면 맨 꼭대기가 나오나요?
- 응 올라가다가 여기서 꺽어서 내려가면 공짜밥을 먹을 수 있어
-... 감사합니다!
그냥 쭉 올라가보기로 했다.
산 하나를 깍아서 만들었다니 정상에 올라가면 뭐든 볼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움직였다.
한참 둘러보다가 말씀해주신 곳에 가서 공짜밥을 먹어볼까했는데
관광객은 포함이 안되는건지 아니면 우리가 제대로 못간거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먹을 수가 없었다.
우선은 정상을 향해 핫촤핫촤 오르막길을 열심히 올라갑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볼 거리가 많아서 금방금방 올라갔다. 반대편에는 대나무가 쭉 심어져있었다.
점점 높게 올라 갈 수록 경치가 멋있어지는 덤도 있다.
그렇게 올라가다 보면 꼭대기에 있는 커다란 불상이 보이고 정상입니다.
우리집은 불교는 아니지만 그래도 굉장히 멋있는 장소였다.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불교는 아시아에서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아닌가.
저렇게 큰 거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또 저 밑에 있는 받침 부분의 정교한 세공들은 어떻게 한걸까.
단순히 종교적인 이유로 많은 곳을 안가기에는 너무 대단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
물론 내 주위에는 그렇게 생각 안하는 사람도 많은 걸 알고 깜짝 놀라긴 했지만.
정말 더웠는데 그래도 그늘에 있으면 조금 시원했다.
꼭대기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
앞에 강이 있었다. 설마 저게 유명한 아이허강인가 했는데 사실 지금 우리가 어디쯤에 와있는지도 몰랐다.
생각보다 은근 구경할 거리가 많았다. 넓기도 엄청 넓었고.
중간에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벽면에 전시한 물건들을 볼 수 있게 해둔 곳이 있었는데
입구에서 몇걸음 안쪽으로 들어가자마자 문명의 힘을 느낄 수 잇었다.
세상에. 에어콘이여.. 감사합니다.
아무리 더워도 배는 고프니까 불광사 안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블로그를 찾았을 때는 무슨 뷔페가 있었다고 했는데 우리는 못찾고 단품을 시킬 수 있는 카페로 갔다.
식당 안으로 들어왔더니 스님들이랑 그냥 보통 현지인들, 관광객들도 몇몇 보였다.
다들 샤브샤브같은걸 먹고 있길래 우리도 저걸 먹는게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테이블을 줄때까지 기다려야되나 했는데 아무도 오지 않아서 그냥 빈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나중에 안거지만 전체적으로 셀프 시스템인 것 같다. 주문도 캐쉬어 앞에 가서 해서 돈도 미리 냈는데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테이블로 가져다 주시긴했다.
캐쉬어 옆에 있는 테이블에는 반찬들이 있었는데 원하면 갖고 가서 돈을 내고 먹으면 되는 시스템 같앗다.
영어하시는 분은 한분도 없으니 조금의 중국어는 미리 알고 가는게 좋을 듯 싶다.
메뉴를 보긴 하는데 한자를 보면서 대충 무슨 음식일지 때려맞췄다.
우리도 사람들이 하나같이 먹고 있던 전골요리같은게 먹고 싶었는데 도대체 뭐가 뭔지를 알 수가 없었다.
대충 번역을 했는데 일식맛 뭐.. 한식 뭐뭐.. 안되겠다싶어서 동생이랑 둘이 핸드폰을 꺼내 번역기를 돌렸다.
번역을 하긴 했는데 발번역이라 오히려 머리가 더 복잡해져서 그냥 메뉴판을 들고 직원한테 갔다
- (다른 테이블에서 먹고 있는걸 가르키면서) 메뉴에 어디있어요 (중국어)
- 이거
겁나 쿨하게 이거라고 메뉴판에 손가락으로 한번 콕 찍으시고 다시 가셨다.
아하. 육수 종류를 고르는 건 가보다.
일식 싫고 한식 싫고 무슨 논 뭐가 있길래 야채육수겠지 싶어서 그걸로 시켰다. 가격은 200유안.
하나갖고는 부족할 거같아서 두부 무슨무슨 볶음밥도 하나 시켰다.
잠시후 직원분께서 카트에 한가득 싫고 오셨다.
가격대비 진짜 제대로인듯. 왜 다들 이걸 먹고 있는지 알겠더라.
야채도 많이 나오고 맛도 좋다. 조금씩이지만 굉장히 다양한 재료가 나와서 하나씩 먹어보기에 좋았다.
밥 한공기도 포함되서 나오고 라면사리까지 준다. 이게 200 NTD니까 한 7불?!
절밥이라 고기는 없지만 우리 셋다 야채도 좋아하는 편이라 정말 맛있게 먹었다.
만약에 불광사에 가서 식사를 하게된다면 정말 추천하고 싶은 메뉴다.
식당도 어엄청 깨끗한 건물에다가 에어콘도 빵빵 나온다.
디저트 메뉴까지 있으니 여기서 한끼 제대로 먹어도 될듯 싶다.
엄마가 어렸을 때 먹던 불량식품같다고 좋아하셨다.
- 이걸 싸가면 어떨까?
-? 지금 먹을것도 부족한데 뭘 싸가요?
핫소스같은걸 하나 더 얻어와서는 야채를 냠냠 찍어먹었다. 야채를 다 먹었으면 라면이지.
라면까지 끓여서 먹고 나니까 은근 배가 부르더라.
셋이서 그냥 이거 2개를 시켜먹었으면 딱 좋았을걸 이라고 생각했는데
뭐 두부 볶음밥을 시켜버렸으니 하나를 더 추가하기에는 조금 무리였다.
두부 볶음밥
이건 생각보다 늦게 나왔는데 그냥 그랬다.
무슨 줄기야채랑 잘게 썰어서 볶은 두부에 밥을 같이 휘리릭 볶은 것 같았다.
맛도 별로 없어서 핫소스를 뿌려서 먹었다. 전골요리를 2번먹는게 좋을 듯 싶다.
점심을 잘 먹고 식당 옆에 있는 화장실에 들렸다가
불광사 옆에 있는 불타기념관에 그 엄청나게 큰 불상이랑 탑들을 보러 가려고 했는데 이날은 문을 닫았었다.
왜..왜 하필 오늘..
생각해보니 버스에서 내릴때 처음 정류장에서 아무도 안내린 이유가 오늘 문을 닫아서 그랬나보다.
불광사는 마지막 스탑이었다. 아쉽지만 뭐 열지를 않았으니 이제는 돌아가기로 했다.
식당에서 나와서 아까 버스가 섰던 주차장 쪽으로 내려가려고 하는데 길이 어디쯤인지 감이 안잡혔다.
저 언덕 밑으로 내려가면 바로 나올거같긴한데.. 하면서 경비원아저씨(같으신분)께 버스 이쪽? 하고 물어봤더니
"응 쭉 내려가~" 라는 느낌의 말과 함께 손짓으로 알려주셨다.
이길이 맞나보다 하고 셋이서 내려가는데 아무리 그래도 언덕 경사가 너무 심해서 계속 뭔가 찝찝한 마음을 떨쳐낼수가없었다.
그러다 맞은편에서 올라오던 차 한대가 우리를 보면서 계속 빵빵거렸고
나중에 언덕을 다 내려와 보니 차전용도로라서 잘못 가고 있다고 알려주던 것 같았다.
내가 경비원 아저씨 말을 잘 이해 못한걸까. 왜 그 아저씨는 찻길로 내려가는 우리를 냅두셨을까..
괜히 뭔가 잘못한거 같아서 조금 죄송스러웠는데 경비아저씨가 괜찮다고 했어를 핑계 삼아 다시 움직였다.
그 아저씨가 경비원아저씨인지는 확인이 되지는 않았지만.
어쨋든 버스 정류장에서 시간표를 보니 아직 15분정도 시간이 남아있었고 너무너무 더워서 그늘에 앉아서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기사 아저씨가 다른곳에 계시다가 시간이 되니 버스에 시동을 키러 오셨다.
바로 쫓아가서 "이거 버스 쭤잉?" 하고 물어봣다 = 이 버스는 쭤잉역에 가는 버스가 맞습니까?
아저씨가 맞아맞아~ 하시면서 타라고 손으로 훠이훠이 하셨다.
손가락으로 3을 보여주고 3명분인 210유안을 딱 맞춰서 드렸다.
돌아오는 버스는 시내버스였는데 시동도 지금 방금 킨거라 엄청 더웠다. 가면서 시원해지긴 했지만.
시간이 오후로 넘어가니까 밖이 엄청 뜨거워졌다.
바로 렌츠탄에 가려고 했는데 엄마 체력이 안될것 같아서 조금 쉬기로 했다.
쭤잉역으로 도착해서 쇼핑몰로 다시 들어갔다.
아까 슬쩍 봤던 푸드코트에서 에어콘 바람을 맞으면서 당보충을 위해
아이스크림이랑 밀크티를 마시면서 렌츠탄에 가기전까지 잠시 앉아서 휴식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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