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일주일이 안되는 기간동안 마드리드와 프라하에 다녀왔다.
사실 마드리드는 경유지여서 제대로 구경을 못했는데 이번 경험이 너무 좋아서
다음에는 스페인에 제대로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겻다.
나의 첫번째 유럽여행은 전체적인 theme이 spontaneity이다.
주위 친구들이 다 유럽에 백팽킹을 떠날 때 왜일까 나는 크게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물가가 비싸다는 편견이 있어서 그럴까, 영어를 그닥 안반긴다는 루머를 들어서 그랬을까.
뭐가 어찌됐든 아시아 여행을 열심히 다니면서 유럽은 그냥 언젠간 가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만 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안좋은 일들이 줄줄이 터졌다. 사실 여름부터 이어진 일들이긴 하지만.
기다리던 일들이 다 무산되어버렸고 한참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차사고 까지 났다.
양쪽 다리에 피멍은 시퍼렇게 들어서 아직까지 다 안빠졌다. 5년동안 함께 잘 지내왔던 차는 폐차..
괜찮은 척 했지만 솔직히 다 때려쳐버리고 싶었다.
머리가 아프고 모든 일이 다 귀찮고, 매일 지내는 일상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이러다가 진짜 뭔일 저지를까 싶어서 나 스스로한테 잠깐 브레이크를 주기로 했다.
휴식, 아니면 말그대로 이어지는 일들에 브레이크를 걸어버리기로.
마침 내 생일이 다가오고 있어서 그걸 핑계로 그냥 무작정 Google flight에 가장 싼 비행기 편을 알아봤다.
처음에는 아이스랜드에 가볼까 했는데 너무 춥고.. 음식이 맛없다는 리뷰를 보고 포기했다.
출발이 일주일 반정도 남은 상태라 티켓이 거의 다 비싸서 초이스도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찾은게 마드리드를 경유해서 프라하로 가는 이베리아 항공 티켓.
유럽은 처음인데 괜찮으려나 하다 그냥 질렀다. 어디든 가고싶었으니까.
갈 곳이 정해지니 그 다음부터는 리서치, 리서치, 리서치. 호스텔을 찾고 가볼 곳과 먹을 거리를 찾고
어떻게 움직이는게 가장 효율적일까 고민하면서 일정을 만들었다.
일주일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대충 일을 정리하면서 짐을 챙겼다.
가기 전에 처리해야 하는 것들 중 예상치못하게 귀찮았던 환전.
심지어 마드리드랑 프라하는 카드를 잘 받는다길래 나는 딱 100불 정도만 바꿀거였는데 그정도의 유로도 없다고 했다.
뭐 좋아, 요청해서 기다리는 건 상관없는데 기본 일주일을 기다려야하는건 좀 너무하잖아.
시간이 없어! 찾고 찾다가 근처 은행에서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 다는 소리를 듣고 바로 전화해서 물어봤다.
100불만 바꾼다고 했더니 알았다고 해서 바로 튀어가서 바꿨다.
내가 쓰는 은행이 아니라 수수료에 추가로 이것저것 붙긴 했지만 그래도 간신히 바꿀 수 있었다.
물론 공항에서 바꿀 수도 있었는데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환율이 완전 동네 양아치 수준이어서 은행에서 바꾸는게 훨씬 나았다.
마드리드와 프라하, 두곳에서 다 유심을 살 예정이었지만 뭔가 틀어지거나 했을 경우를 대비해서
미리 갈곳의 지도를 찾아봤다. 작게 스크린샷해서 프린트에 뽑아가면 혹시나 필요할때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아니면 나중에 일기장에 스크랩처럼 붙여도 되니까.
아침에 출근해서 대충 정리해두고 미리 말해둔대로 점심시간에 나왔다.
렌트카를 공항에서 리턴하면 정말 좋았겠지만 보험으로 커버되는 렌트카는 공항지점에 리턴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근처 지점에 리턴을 하고 셔틀 픽업을 그곳에서 받기로 했다.
평일 낮이라 누가 내려줄 사람이 없었다 흑흑.
어찌됐던, 렌트카 지점에 잘 도착해서 나이스한 직원의 도움으로 매우 쉽게 리턴은 끝냈는데
며칠전에 미리 예약해둔 셔틀이 올 생각을 안했다.
20분 정도가 지나도 올 기미가 안보여서 연락을 했더니 지금 가고 있으니 기다리란다.
이러다 캔슬되는거 아닌가 걱정이 되기 시작할 때 쯤 거의 포기 상태로 있다보니 원래 픽업 시간보다 거의 30분 늦게 왔다.
그래 뭐, 캔슬 안하고 와서 고맙습니다 하고 탔더니 내 다음으로 3명을 더 픽업해야 한단다.
공항까지 가는데 적어도 한시간을 걸릴텐데 잘못하면 정말 늦을 거 같아서 아저씨한테 말했더니
자기는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거기때문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아 그럼 저는 어떡하나요..
트래픽에 걸리까봐 한참을 걱정하고 고민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이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비행기 출발 2시간전 미터기 택시 안에서 겪는 방콕 시내의 퇴근시간 트래픽은 정말 탈모에 걸릴 것 같은 스트레스였다.
미션임파서블 찍는 줄 알았다. 이 얘기는 동남아여행에서 다시 나올 예정.
빙빙 도는 셔틀에서 온갖 생각을 하다가 그냥 포기했다.
이렇게 걱정하고 생각하기 싫어서 나온 여행인데 시작하기 전부터 계속 이러고 있네.
이제는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그냥 이어폰 꼽고 음악이나 들었다.
도착하면.. 도착하겠지 뭐..
돌고 돌고 돌아 출발 2시간이 살짝 안되는 시간에 공항에 도착했다.
솔직히 이것도 늦은 건 아니다. 운좋으면 사람이 별로 없어서 금방 들어갈 수도 있는데 나는 아니었다.
이날처럼 공항에 사람 박터지게 많은 건 또 처음이었다. 엉엉 나 비행기 놓치면 안되는데..
간신히 체크인을 하고 터미널에 도착해서 잠시 멍을 때리면서 앉아있었다. 지친다 지쳐.
오피스에서 점심시간에 나와 아무것도 못먹었더니 배가 너무 고파서 커피랑 샌드위치를 사먹었다.
비행기에서 밥 줄거 알지만 언제 줄지도 모르고 맛없으면 또 굶어야되니까 (..) 먹은건데 이것도 실패.
그러다 보딩이 시작되었고 어짜피 줄서서 기다려야 하니까 나머지를 다 먹고 보딩을 하러 갔다.
이베리아 항공은 처음이었는데... 정말 별로였다. 내 경험으로만 판단하자면 다시 타고싶지 않다.
비행기 자체를 떠나서 실망했던 부분 중 하나는 캐빈크류들이 사람들을 계속 치고 지나다니는 거였다.
승객들도 지나갈때 남들을 칠까봐 조심히 다니는데 어떻게 캐빈크류가 이렇게 퍽퍽 치면서 지나갈 수 있지?
거기다 쳐도 미안하단 소리도 안해.. 밤비행기에서 잠깐 잠깐 조는데 지나가던 캐빈크류에 치여 깬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내가 덩치가 너무 커서 의자 밖으로 튀어나오는 수준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칠 수가 있을까.
그리고 가장 맘에 안들었던건 차별. 차별이 맞는 단어일까 모르겠다.
참 웃기다고 느낀게 스페인 사람들 아니면 스페인어를 하는 사람들한테는 굉장히 친절했다.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서로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들끼리 더 상냥하게 대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거다.
그치만 그게 본인의 직업태도에 문제를 주고 다른 승객한테 불이익을 줄때는 자제를 해야하지 않나.
내 앞과 옆을 챙기고 나를 건너뛴 뒤에 있던 사람들을 챙기고, 그제야 밥을 받을 수 있었다.
스페인어로 할때는 인사하면서 상냥하게 물어보더니 외국인들한테는 "비프 오어 피쉬" 이러고 말았다.
헬로우 한번 해주면 어디가 덧나니? 좀 어이가 없어서 일부러 웃으면서 스페인어로 대답했다.
그러자 아저씨가 "오, 스페인어 하네? " 하면서 톤이 달라진 목소리로 대답을 하더라.
조금밖에 못한다고 웃으면서 음료까지 주문했더니 그제서야 억지로라도 웃으면서 이런저런 말을 하더니 Enjoy~하고 갔다.
상냥하지는 않더라도 쌀쌀맞게 하지는 않았으면 좋았을걸. 안상냥한거랑 재수 없는 거랑은 다른데.
순간 한국 국적기를 탔을때 승무원분들이 한국어로
"식사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뭐뭐 준비되어있습니다"라고 할때랑 영어로 간단하게 설명할 때,
외국인들이 이런 느낌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치만 한국 승무원들은 대놓고 저렇게 스킵하지 않거든.
엎친데 덮친다더니 정말 더럽게 맛이 없었다.
충격적일 정도의 빵. 버터랑 우유, 계란을 빼고 만들면 이런 텍스쳐와 맛이 나오겠다 싶은 빵이었다.
어떻게 빵을 주구장창 먹는 나라 항공사에서 빵이 이렇게 맛이 없을 수 있냐고!! QC안하냐고!!
중국동방항공은 비행 도중에 빵을 구워주더라!!
두번째로 나온 기내식은 열었다가 한입먹고 다시 닫았다. 해동도 안된 샌드위치를 주다니.
젤리나 챙겼다가 나중에 당 떨어질때 먹었다.
그나마 간신히 맘에 들었던건 레몬 맛 환타. 처음봤다.
스페인 환타는 정말 최고다.
이날의 피날레는 주위에 있던 여자 두명이 마드리드 공항에 내릴때까지 계속 구토를 하면서 마무리가 되었다.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지친 느낌이었다.
정말 길고 길었던 여정을 마치고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 했다.
수요일 저녁 비행기를 탔는데 벌써 목요일 오후. 내 생일이었다.
생일이고 뭐고 너무 피곤했고 우선 저 비행기에서 나올 수 있게 됐음을 감사했다.
유럽은 처음 와보는거라 여권에 찍힐 도장에 신이 나서 입국 심사 앞에 섰다.
미국처럼 까다롭게 굴려나 걱정했는데 서류는 둘째치고 내가 왜 왔는지도 안 물어봤다.
그냥 언제 가냐고 해서 주섬주섬 프라하 갈꺼라고 비행기 예약 종이를 끄내는데 됐다고 도장을 찍어줫다.
쿨한 동네일세.
너무 간단히, 빨리 나와서 잠시 당황했지만 질질 안끌고 문제 안생겼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렌페 (Renfe)를 찾아갔다.
내가 예약한 호스텔은 솔 광장에서 걸어갈 수 있기 때문에 공항에서 렌페를 타고 솔까지 가면 됐다.
공항에 사인이 잘되어있어서 찾아가는데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꽤 많은 사람들이 렌페를 타러 갔기때문에 그냥 쫓아가도 뭐는 나올 듯 싶다.
한국 지하철에 있는 기계랑 비슷한게 있는데 줄이 엄청 길어서 한참 기다렸다.
또 미리 사온 사람들이 있는지 어떤 사람들은 종이를 꺼내서 스캔하려는데 몇몇 기계가 제대로 안되서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나의 첫 유로 사용 시간! 신나하면서 솔 광장을 누르고 지폐를 넣었더니 나에게 엄청난 양의 동전을 줬다..
동전은 처음 보는데 (..) 이 느낌은 미국 동전들을 처음으로 접했을 때 아득함이랄까. 뭐가 얼마인지 감이 안오지만 우선 챙긴다.
아니 그리고 이 동네 동전은 왜 이렇게 무거운거야.. 잃어버리지 않게 동전지갑에 쏟아넣고 다시 움직였다.
렌페를 타려고 플랫폼에서 기다리면서 일정표를 봤더니 공항에서 빠져나오는데 예상보다 더 오래 걸렸다.
입국심사라고는 기다리는것까지 다해서 10분걸린거같았는데 왜 밀렸지? 큰 차질은 없을 것 같아 크게 걱정안하고 렌페를 탔다.
마드리드 공항에서 솔 광장까지 렌페로 갈 경우 중간에 환승을 한번 해야되는데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한국 지하철 환승시스템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에 할 수 있을듯.
실제로 한국 사람들이 슉슉 잘 찾아가는걸 보고 뒤에서 졸졸 쫓아갓다.
다행히 마드리드 렌페는 문제없이 솔 광장까지 잘 도착해 주었고 내 물건을 챙겨서 나왔다.
아 근데 솔 광장도 에스컬레이터가 없어서 여행객들이 다 캐리어를 끙끙 걸리면서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도 그 중 한명이라 캐리어 왜이렇게 무거워 거리면서 간신히 올라갔다. 계단도 엄청 많으니 조심하시길.
헉헉 거리면서 광장으로 올라와 호스텔로 가기 전에 솔 광장에서 미리 알아둔 심카드를 사러 핸드폰 가게로 갔다.
이렇게 심카드를 잘 사고 갔다고 하면 좋겠지만 내 여행 일정에 뭔가 터지지 않으면 내 여행이 아니지.
핸드폰 가게에 갔더니 prepaid SIM이 없다고 했다.
다 팔린건지 더 이상 안판다는건지 직원의 영어실력때문에 조금 이해가 안됐지만 어쨋든 없다는건 확실히 알아들었다.
아, 심카드 없으면 어떻게 돌아다니지.
안되겠다 싶어서 근처에 있는 다른 핸드폰 가게에 갓더니 가장 싼 심카드가 20유로란다.
20유로면 달러로 20불이 넘는데 내가 굳이 하루+반나절 쓰려고 스페인 심카드를 사야하나.
공항에서 사는것보다 솔광장에서 사는게 훨씬 싸다고 해서 일부러 기다린건데 망했다.
어떻게 하는게 맞는걸까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더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심을 안사기로 결정했다. (그냥 샀어야함)
인간은 오래 전 지도를 만들었지. 나는 인간이니 지도를 쓸 수 있다.
내 캐리어를 들고 (엉엉) 다시 렌페 스테이션으로 내려가서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았다.
미리 프린트 해온 호스텔 주소를 보여주면서 시티맵에 표시해달라고 했더니 직원 두명이 주소를 보고 표시 해줬다.
좋아, 지도를 겟 했으니 이제는 운에 맡겨야 겠군. 왜냐하면 나는 길치니까.
그치만 나는 해냈지. 예상한대로 중간에 길을 잘못들어서 이상한 할렘가로 들어갔다가
다시 유턴해서 나오기는 했지만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지도를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간신히 호스텔을 찾았다.
호스텔 이름은 Ok Hostel Madrid.
호스텔은 깨끗하고 좋았다. 직원도 굉장히 친절했고.
가장 걱정했던 같이 방을 쓰게 될 애들은 두명이 있었는데 한명은 미국 동부에서 온 분이였고
다른 한명은 캐나다였나? 호주에서 온 학생이엇다. 어쨋든 영어권 애들이라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난 female dorm을 써서 다른 방은 어땟는지 잘 모르겠다.
원래는 palace에 갔다가 박물관에 가려고 했는데 다 자르고 그냥 프라도 박물관 Museo nacional del Prado 에 가기로 했다.
박물관은 오후 몇시 이후에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고 해서 보러 가려고 일정에 포함했는데 시간이 정말 아슬아슬했다.
후다닥 씻고 대충 옷을 갈아입고 튀어나왔다.
유심을 포기 못하고 호스텔 직원한테 혹시 근처에 심카드를 살 수 있는 곳이 있냐고 물어봤더니
호스텔에서 한블락도 안되는 거리에 있다고 했다.
가게는 정말 동네 사람들이 이용하는 가게인데 핸드폰 관련 물품 + 동네 피씨방 같은 느낌이었다.
30분, 1시간 컴퓨터도 쓰고 프린트도 할 수 있는 그런곳? 3-4대 데스크탑이 있고 옆에는 장거리용 전화부스도 있었다.
좀 걱정을 하면서 심카드를 봤더니 가격이 훨씬 싸! 야호! 9유로인데 데이터가 더 많네 라고 좋아하면서 하나 달라고 했다.
아저씨가 심카드를 꺼내는 동안 설명서를 열심히 봤는데 부족한 스페니쉬로 읽어보니 다른 유럽국가에서도 로밍이 가능하다고 되어있었다.
내가 유투브를 막 돌리지 않는 이상 괜찮을 정도의 데이터였다.
아저씨한테 이 내용이 다른 유럽국가에서도 사용 가능하다고 하는거 맞아요? 하고 물어봤더니 맞댄다.
아싸. 그럼 프라하는 유럽 국가 맞아요? 하고 물었더니 아저씨가 프라하를 못알아들었다.
왜냐면 내가 프라하 (영어) 은 유럽국가 맞아요 (스페니쉬) 라고 물어봤기 때문.
흑흑 프라하.. 스페니쉬로 뭐야.. 망할.. 프라하에 가보면 알겠지 뭐 하는 심정으로 핸드폰을 아저씨한테 건냈다.
10분뒤에 벌어질 일을 알았더라면 나는 사지 않았을 것이다.
알고보니 이 주인 아저씨는 심카드를 activate할 줄 몰랐다.. 핸드폰 가게에서 어떻게 이걸 모르지.
결국 심카드는 넣었는데도 데이터가 안잡혀 이래저래 눌러보다가 회사에 전화해서 물어보는데
나중에는 한시간이 넘어갔다. 이럴줄 알았으면 10유로 더 주고 그냥 아까것을 샀을텐데.
나중에는 짜증나서 그냥 됐다고 심카드도 필요없으니까 리턴해달라고 했더니 그건 안된단다.
나중에 아저씨는 포기하고 옆에서 도와주던 아저씨도 포기하고 마지막 수단으로 회사에 전화해서 영어하는 사람을 바꿔달라고 했는데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도로 간단한 방법으로 activate됐다.
여행에서 돈보다 더 중요한 시간을 이딴거에 허무하게 날렸다니. 뭔가 슬퍼질거같았는데 난 슬퍼할 시간도 없었다 (..)
영어하시는 분한테 프라하에서 로밍이 가능한지 컴펌했더니 2기가까지 된단다. 그나마 다행이다.
혹시 모를 일을 위해 통화를 1유로 추가해서 10유로 계산하고 나왔다.
그냥 미리 사서 오시거나 공항에서 사세요 여러분.
이제 내가 할 일은 모든 다리 근육을 사용해서 파워워킹을 하는 것.
걸어가면서 시내를 구경할 여유따윈 없었다.
그냥 지나가면서 오 신기해! 하면 찍고 오 저거 뭐야!하면 찍고 지나쳤다.
간신히 앞에 도착했을때는 줄이 길게 있었고 나도 후다닥 가서 섰다. 제발..들어가게 해주세요 하면서 서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직원이 안보는 틈을 타서 내 앞에 새치기를 했다. 국제적으로 짜증나는구만.
그 할아버지랑 싸울 힘도 없어서 그냥 쳐다보고 말았다. 슥 눈치를 보시더니 모른척 하셨다. 그래요 뭐.. 그렇게 사세요...
줄이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직원이 사람들 수를 세는거 보니 입장수에 제한이 있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찰칵찰칵 세더니 내앞에서 짤렸다. 그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들어갔다.
그 할아버지는 들어가면서 나를 되게 안쓰럽게 쳐다보고 들어갔다.
안돼요 오늘 내 생일이라고!!! 속으로 외치면서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갑자기 또 들어가란다.
내 뒤로 줄이 길었는데 우리가 마지막이었는지 몇명 안들어가고 해산시켰다.
흐헉ㅁ험겋ㄱ 감사합니다. 들어왔어!! 들어왔다고!!
들어온건 좋은데 너무 커서 갈곳도 많고 볼것도 많았다. 폐관시간안에 절대 못봐 음.
최대한 유명한것만 몰아서 보겠다! 라면서 지도를 틀고 슉슉슉 보러 다녔다.
폐관시간이 얼마 안남았을 때, 내가 얼마나 배가 고픈지 느꼈다.
그러고보니 비행기에서 준 저녁, 아침은 스킵했고 그 뒤에는 아무것도 못먹었는데 벌써 목요일 저녁시간이었다.
유명한 고야
남은시간동안 최대한 챙겨보고 나와서는 건물들을 구경하다가 더이상은 못참겠다를 외치면서
혼자 생일주를 마시러 상그리아가 유명하다는 바를 맵에 찍고 갔다.
배고프다! 내 생일은 내가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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